[한동훈의 연장전] "1개만 더" 뱉은 말은 지키는 멋진 남자 유강남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18.09.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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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강남 /사진=LG트윈스 제공


"작년보다 1개씩만 더 치고 싶어요."

2017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LG 트윈스 주전 포수 유강남은 올해 목표를 소박(?)하게 잡았다. 홈런 20개, 타점 100점 같은 거창한 수치보다는 '지난해보다만 잘하자'는 마음이었다. 사실 2017년이 프로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낸 시즌이었기 때문에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었다.


유강남은 8일 현재 109경기 출전해 350타수 106안타 19홈런 59타점, 2루타 26개에 타율 0.303, 출루율 0.355, 장타율 0.540(OPS 0.895)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18경기 324타수 90안타 17홈런 66타점, 2루타 13개에 타율 0.278, 출루율 0.335, 장타율 0.475(OPS 0.810)를 쳤다. 페넌트레이스 24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타점을 제외한 공격지표 전 부문 기록을 새로 썼다. 타점도 7개가 모자라 사실상 경신이 유력하다.

◆정신이 기술을 지배한다.

지독한 슬럼프를 극복한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몸에 익은 기술이 하루 아침에 어디로 증발하지는 않는다. 욕심이 생기거나 자신감이 사라지면 그 기술도 발휘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올해 초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었던 LG 박용택이나 NC 박민우도 결국 마음이 문제였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강남도 그랬다. 생애 첫 100안타를 넘겼고 20홈런에 3할 타율까지 눈앞인 시즌이지만 순탄치 않았다. 유강남은 4월까지 27경기 타율 0.340(리그 10위), OPS 1.080(리그 5위), 8홈런(리그 7위)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5월부터 큰 시련을 겪었다. 5월 1일부터 6월 16일까지 37경기 타율 0.154, OPS 0.413, 홈런 1개의 처참한 성적표에 고개를 숙였다. 타율은 이 기간 규정타석을 채운 61명 중 최하위였다.

정확히 한 달 반을 헤맸다. 유강남은 욕심 때문이었다고 돌아봤다. 유강남은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잘됐다. 올해 진짜 한 번 해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당시 유강남은 30홈런 페이스였다). 더 잘하려다 보니 스윙이 신중해지다 못해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털어놨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자신 있게 치지 못했다. 슬럼프에 한 번 빠지니까 그때부턴 무슨 짓을 해도 안됐다. 훈련량을 엄청 늘려보기도 하고 푹 쉬어보기도 했다. 타석에서 그냥 몸이 반응을 하지 않았다."

해법은 '인정'에서 시작됐다. "나는 원래 그 정도 치는 선수가 아니었다.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밝혔다. 코칭스태프, 그리고 박용택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 "타격코치님은 오히려 기술적인 지적은 하지 않으셨다.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잘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정도였다. 박용택 선배님이 좋은 말 자주 해주셔서 도움됐다. 김정민 코치님도 그냥 편하게 하면 된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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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강남 /사진=LG트윈스 제공


◆"(강)민호형 영상, 이제는 일일이 챙겨보지 않아요."

유강남은 리그 최정상 공격형 포수 강민호의 타격폼을 벤치 마킹했다. 지난해부터 본인과 타격폼이 비슷하다고 생각돼 따라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친분도 없어 조언을 구하기도 어려워 영상으로 공부했다. 유강남은 그렇게 2017년 후반기부터 타격에 눈을 떴다.

재미를 붙인 유강남은 마무리캠프도 자청했다. 1군 주전급은 빠지는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약점 보완에 더욱 매진했다. 후반기 감을 겨우내 잊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드디어 자기만의 타격폼을 갖게 됐다. 여전히 강민호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유강남이 자기 몸에 맞게 조금씩 변형해 체득했다.

유강남은 "이제는 예전처럼 (강)민호형 잘 치는 영상을 일일이 다 찾아보지는 않는다. 내 폼 안에서 바꿔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보다 친분도 조금은 늘었다. 다만 기술적인 조언까지 막 구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갈 길 바쁜 팀 사정 탓에 목표 달성을 기뻐할 틈도 없다. 유강남은 "꼭 4위로 마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지금까지 한 타석 한 타석 소중하게 생각하며 임했기 때문에 이만큼 쌓였다. 앞으로도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소소하게 내 위치에서 내 임무에 충실해 팀이 4위로 올라가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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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강남 /사진=LG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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