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탈락했다. |
KIA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전력을 그대로 보존했다. 라인업에 베테랑도 다수 포진해 노련미에서 앞섰다. 넥센은 도전적이고 패기 넘치는 젊은 팀이다. 흐름에 크게 좌우된다. 기세를 타면 무섭게 몰아치지만 한 번 꼬이면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한다.
KIA가 이기는 그림은 단순했다. 긴장감에 짓눌린 넥센이 빈틈을 노출했을 때가 승부처다. 그 순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무너뜨린다. 경기 초반은 실제로 그런 양상으로 흘렀다. 넥센이 먼저 실수했다. KIA가 더욱 능수능란한 팀이었다면 4회에 강력한 선제 펀치를 꽂았을 것이다.
넥센 신인 2루수 김혜성이 4회초 작은 실수를 저질렀다. 무사 1루에서 평소였다면 쉽게 병살 처리할 수 있는 타구를 더듬었다. KIA는 선두타자 안타 후 병살타로 분위기가 가라 앉을 상황에서 1사 1루로 기사회생했다.
KIA의 찬스였다. 여기서 KIA가 주도권을 잡고 2~3이닝만 버텼다면 스스로 무너진 쪽은 넥센이었을 것이다. 약점을 보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져야 이길 수 있는 큰 경기에서 KIA는 집요하지 못했다. 4회 1사 1루부터는 평소와 다른 공격 패턴으로 넥센을 괴롭혔어야 했다. KIA는 최원준이 삼진, 이범호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넥센의 첫 번째 실수를 너그럽게 덮어줬다.
그럼에도 KIA는 5회초 선취점을 뽑아 두 번째 기회를 잡았다. 4회 흐름을 한 차례 지나쳤지만 이번에 움켜쥐면 그만이었다. 적은 리드라도 2이닝 정도만 유지했다면 초조해지는 건 넥센이다.
그런 점에서 5회말이 이날 KIA에 가장 중요한 수비 이닝이었다. 야구를 하다 보면 적당히 넘어가는 이닝이 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1점을 쥐어 짜내거나 막아야 하는 이닝이 있다.
이날은 5회말이었다. 무실점 사수가 절실했던 KIA가 도리어 실책을 남발했다. 넥센의 실책을 용서했던 KIA와 달리 넥센은 KIA의 실책을 발판삼아 살아났다. 김하성의 좌중간 애매한 타구를 KIA 외야진이 단타로 끊어내지 못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넘어갔다. 젊은 팀이 자신감을 얻는 순간 KIA의 가능성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