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하고 미소짓던 넥센의 여유는 어디 갔나 [김경기의 스카이박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 입력 : 2018.10.2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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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살타를 치고 망연자실한 김규민.
넥센이 미소를 잃었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때만 해도 넥센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와서는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에 휩싸인 모양이다.


필자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 9회 말 파울플라이를 놓친 넥센 김민성의 표정을 인상 깊게 봤다.

당시 넥센은 한화에 3-2로 리드한 상태에서 9회말을 맞이했다. 한 방으로 승부는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 4번 이성열부터 시작하는 타순을 막았어야 했다. 이성열이 친 타구가 3루 파울 지역으로 떴다. 아웃 카운트 하나가 쉽게 올라갈 것 같았지만 김민성이 놓쳤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져야 할 장면이었다. 하지만 김민성은 씩 웃었다. 3루 더그아웃도 같았다. 넥센은 불안에 떨지 않고 웃음으로 털었다. 큰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 5회초, 1사 1, 2루서 병살타를 친 김규민의 표정은 어땠나. 그는 머리를 감싸 쥐고 절망했다. 그만큼 그들은 쫓기고 있었다.

이날 승리의 여신은 넥센과 SK를 번갈아가며 여러 차례 보살폈다. 넥센도 충분히 이길 기회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다만 넥센은 너무 순간에 파묻힌 나머지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반면 SK는 위기 뒤 찬스마다 착실하게 점수를 쌓았다.

큰 경기에서 드러난 경험과 여유의 차이다.

5회초의 경우, 넥센에 있던 흐름이 SK로 갔다가 다시 넥센으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호투하던 SK 선발 켈리가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교체됐다. 바뀐 투수 윤희상을 상대로 첫 타자 김민성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김재현이 번트에 실패했으나 서건창이 중전안타를 때렸다.

1사 1, 2루 김규민 타석에 SK는 좌완 김택형으로 투수를 다시 바꿨다. 김규민은 바깥쪽 공을 툭 건드려 3루 땅볼, 5-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치고 울상을 지었다. 사실상 이 때 SK가 다시 분위기를 잡으면서 끝난 경기였다.

만약 넥센이 준플레이오프처럼 경기를 즐겼다면 어땠을까.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김규민의 역할은 적시타가 아니었다. '병살타만 치지 않는 것'이었다. 삼진을 당했더라도 샌즈, 박병호로 이어지는 타순이었다. SK는 분명 다음 투수를 올렸을 것이다. 샌즈나 박병호가 그 투수를 터뜨렸다면 SK 불펜은 와르르 무너졌을 것이 틀림 없다.

여유가 사라진 넥센은 여기까지 보지 못했다. 김규민은 바깥쪽 공을 툭 건드릴 게 아니라 자기 스윙을 했어야 했다. 헛스윙이 되든, 외야 플라이가 되든 자신 있게 휘둘렀다면 어땠을까. 갖다 맞히는 데에 집착하지 말고 연결을 염두에 두면서 끈질기게 버텨야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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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기의 스카이박스]는 '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2018 KBO리그 관전평을 연재하는 코너입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데뷔,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2001년 SK 와이번스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도 걸었습니다. 김 위원의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김경기의 스카이박스]를 통해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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