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유해진 "난 과대포장됐다..그래도 노력중"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10.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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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의 유해진/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유해진은 호감형 배우다. 서민적인 푸근한 이미지에 책과 클래식을 즐긴다는 또 다른 면모까지, 그가 널리 사랑받는 이유다. 깨끗한 사생활과 늘 호감을 주는 작품 속 캐릭터, 예능 프로그램으로 유해진은 영화계의 유재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남녀노소 고르게 사랑을 받는 배우도 드물다.

그런 유해진은 31일 개봉하는 '완벽한 타인'에선 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완벽한 타인'은 어릴 적 친구들이 집들이로 모였다가 휴대전화에 걸려온 내용을 공유하자는 게임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유해진은 서울대 법대 출신의 변호사로 출연했다. 세 아이를 키우고 시어머니를 모시는 아내를 "쯧" 한마디로 기조차 못 펴게 하는 남편.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다른 여자와 일탈을 하는 남자.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중년 남성이지만 유해진이 해서 남다르다. 그가 '완벽한 타인'을 하게 된 이유를 들었다.


-'완벽한 타인'은 왜 했나.

▶요즘은 늘 비슷한 소재들의 영화가 많지 않나. 맨날 국과수 나오고 경찰청 나오고. 물론 그런 영화들도 필요하지만 좀 다른 영화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타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좋았다. 코믹하고 톱니가 잘 맞는 시나리오였다.

-한 달이 안되는 촬영 일정에 세트에서 대부분을 찍는 과정도 선택에 영향을 줬나.


▶그렇다. 처음에는 쉽게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좀 널널하고 여유롭게 할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어디를 돌아다니거나 그런 게 아니니깐. 그런데 역시 거저먹는 건 별로 없더라. 그 표현도 틀린 것이겠지만. 계속 안에서 서로 짜맞춰야 하고 똑같은 대사를 계속 해야 하고 그런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다.

-이탈리아 원작은 봤나.

▶봤다. 대체로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할 때는 한 번 보고 그런 분위기구나만 파악한다. 그게 정답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으니깐. '러키'도 그랬고. 원작을 어떻게 우리식으로 바꾸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쪽은 파스타 먹고 우리는 김치 먹으니깐.

-서울대 법대 출신의 변호사라는 설정인데.

▶혹시 학교는 안 밝히고 그냥 좋은 대학교라고 하면 안되냐고 했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쪼그러든다. 내가 그런 것이랑 거리가 멀다는 건 나도 관객도 모두 아니깐.

이 인물은 저희 또래 주위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남자다. 권위적이고. 어떤 면에선 옛날 부부의 모습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다가 슬쩍 챙겨주는 걸 츤데레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런 점도 재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12살 연상의 누님과는 불륜 관계냐 아니면 사진만 주고받는 관계냐.

▶그건 관객의 몫인 것 같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12살 연하의 여자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분명 12살 차이라고 하면 연하라고 생각할텐데 그러면 너무 뻔할 것 같았다. 그래서 12살 연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유해진이어서 뻔한 걸 뻔하지 않게 한 것도 같은데.

▶뻔한 캐릭터, 뻔한 작품에 대한 고민은 늘 한다. '완벽한 타인'도 그런 점에서 우리 상황에 맞는 이야기로 그리려는데 고민이 많았다. 재미에 약간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걸 찾는 게 우리 일인 것 같다.

-베테랑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베테랑 배우들이기에 염려스러운 점은 없었나. 늘 이런 상황이면 여러 말들이 만들어지고 퍼지기도 하는 법인데.

▶솔직히 걱정은 했다. 왜냐하면 한 달 동안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대사를 해야 하니깐. 그런데 매번 저녁을 먹을 때가 쉬는 시간이었다. 다같이 밥을 먹으면서 이런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계속 이야기들을 했다. 우리가 불화가 있고, 서로 사이가 안좋았다면 그런 말들이 안 나왔을 것이다. 이서진이 여기 음식이 괜찮아요, 라고 하면 다들 우르르 먹으러 갔다. 다들 감자탕이요, 이럴 때 난 파스타, 이런 사람도 없었다. 이 영화는 생활의 앙상블이 필요한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서로 너무 좋았다. 모르던 걸 더 잘 알게 됐고.

이서진은 원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츤데레라는 건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소리인가보다 싶었다.

어릴 때라면 모를까, 이젠 누가 "내가 형이야"라고 하면 "그래요, 니가 형이에요"라고 하고 만다. 그게 더 편하다.

-'완벽한 타인'은 그래서 앙상블과 호흡이 완성본에서 잘 맞게 나온 것 같나.

▶타이트하게 들어가다가 적절할 때 잘 빠져나오더라. 쉼표가 적절하게 있어서 흐름에 완급을 조정한 것도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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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의 유해진/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 애드리브는 어땠나.

▶그냥 현장에서 툭하고 뱉는 건 상대에 대한 매너가 아니다. 대사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데 내가 좋겠다고 툭 하고 꺼냈다가 전체 흐름이 깨질 수 있으니. 사전에 이야기를 하고 조율을 한다. 그런 점에서 이재규 감독이 의견들을 잘 받고 잘 정리한 것 같다. 내 의견 중에 쓰레기 같은 것도 있지 않겠나. 에이 뭐 이런 생각이 있는데 에이 그냥 말지 뭐, 이러면 이재규 감독이 편하게 말씀하세요라고 한다. 그리고 듣고 괜찮으면 좋겠다고 하고 아니면 별로라고 정리한다. 판단력이 아주 좋더라.

-이재규 감독과 호흡은 어땠나.

▶무척 외로웠을 것 같다. 배우들은 촬영이 끝나면 모니터 뒤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감독은 모니터만 보고 있으니. 모든 촬영이 끝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이재규 감독에게 "모니터 뒤에 앉아있는 감독님 뒷모습을 보면서 외로워 보였다. 고생 많았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아주 형식적으로 "선배님도 고생 많았다"고 답장이 왔다. 그러다가 좀 있다가 "왜 그런 문자를 보내갖고 지금 여기서 울고 있다"고 답장이 왔다.

-'완벽한 타인'에서 사람은 개인적인 나, 공적인 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 나, 라고 규정한다. 유해진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이 많나.

▶물론이다. 감추고 싶은 비밀이 다른 사람만큼은 있을 것이다.

-원작처럼 게이로 오해받는 상황이 영화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원작과 달리 한국 버전에선 이 상황에 대한 해석을 더 길고 직접적으로 하는데.

▶다른 게 틀린 게 아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 번 웃고 마는 게 아니라 살짝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대사로 설명하는 게 더 선명하게 보이기는 한다. 그래야 오해가 덜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결론은 마음에 드나.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결말인데.

▶마음에 든다. 결국 저렇게 사는 거지, 뭐가 있나 싶다. 그런 점에서 모처럼 제가 느끼기에 좋은 작품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서 맡은 남자는 매너리즘에 빠진 남자이기도 한데. 유해진에게도 매너리즘이 찾아오나. 찾아온다면 작품 중에 오나, 끝나고 오나.

▶많이 찾아온다. 내 세계에 빠져서 허우적 거린다. 이미 내 세계가 구축돼 버려서 그러지 않으려 해도 빠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육체적으로 움직이려 한다. 등산을 하는 이유도 그 중 하나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래서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작품을 할 동안은 일단 나를 믿는다. 내가 나를 믿어야 관객이 믿을 수 있으니깐. 그러다가 작품이 끝나면 내가 한 게 맞나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한다.

-작품 속 남자들은 대체로 꼰대이기도 한데.

▶맞다. 스스로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어쩔 수 없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노력은 계속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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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의 유해진/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유해진의 호감형 이미지가 때로는 짐이 되지는 않나.

▶일단 난 과대포장된 것 같다. 책을 많이 읽고, 클래식을 좋아하고, 와인을 즐긴다고 알려졌다. 좋은 부분이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난 소주를 좋아한다. 와인은 있으면 먹고. 와인 종류도 잘 모른다. 책도 안 읽은 지 오래 됐다. 작품을 계속 하니 시나리오만 읽은 지도 좀 됐다. 클래식이야 다들 라디오 93.1 듣지 않나.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고 그냥 듣는 것이다. 물론 내 정서가 그렇게 흐르긴 한다. 그런 걸 좋아하는 놈인 건 맞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너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뭐 이런 인터뷰를 하다가 시간 나면 이 근처 한 바퀴 돌고, 지나가다 갤러리 있으면 들르고. 그냥 그런 정도다.

-이서진은 '완벽한 타인'을 하면서 더 결혼 생각이 없어졌다던데.

▶난 혼자는 못 살 것 같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 이서진은 좀 더 큰 의미에서 인간은 다 혼자인데 뭘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일을 계속 하는 것도 외로움을 잊으려 하는 것도 있다. 일을 안하면 잡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현장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완벽한 타인'도 행복했다.

-'삼시세끼'는 또 하나.

▶'삼시세끼'는 늘 애정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립기도 하고. 그런데 일정들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예능을 한다면 '삼시세끼' 외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본업이 연기니깐.

-다음 작품으로 '말모이'를 찍었고, '전투' 촬영에 한창인데.

▶'전투'는 지금 아니면 못 할 작품인 것 같다. 육체적으로. 전투 액션 장면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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