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전 승리 후 만난 베트남 탄닌의 응구옌 꽉 비엣 기자. /사진=김우종 기자 |
박항서(60)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FIFA 랭킹 100위)은 20일 오후 8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위치한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FIFA 랭킹 109위) 대표팀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지난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이 대회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제 베트남은 일본-사우디아라비아전 승자와 8강에서 격돌한다. 8강전은 오는 24일 오후 10시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현장에 있던 베트남 취재진은 경기를 보는 도중에도 중요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소리를 내질렀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자 일부 베트남 기자들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함께했다. 또 선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장에 입장하는 박항서 감독을 향해 박수를 보낸 이들도 베트남 기자들이었다.
이날 만난 베트남 매체 탄닌의 응구옌 꽉 비엣 기자는 '오늘 승리를 예상했는가'라는 물음에 "사실 베트남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베트남 선수들은 지금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물론 체력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힘든 면은 있다. 꽝 하이는 지난해 아마 리오넬 메시보다 더 많이 뛰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이 하나가 돼 있다"고 강점을 꼽았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베트남과 요르단의 경기 승부차기에서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스1 |
그는 "대표팀 선수들은 중국, 일본, 한국, 그리고 더 나아가 유럽에서 뛰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박항서 감독 역시 그런 꿈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며 계속 선수단에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과거엔 젊은 선수들이 이런저런 유혹에 넘어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오로지 축구만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남은 대회 전망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누가 상대가 될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도 어디까지 올라갈 지 모르겠다. 다만 베트남은 계속해서 즐길 뿐이다. 그리고 패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쿨하게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해 초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등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냈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베트남 국민들의 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기자는 "한국에서는 '박항서 매직'이라고 부르나? 지금 베트남에서는 매직 그 이상이다. 단순한 운이 아니라 열심히 해서 이뤄낸 결과"라고 했다.
"베트남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도 많다"고 말한 응구옌 꽉 비엣 기자는 "박항서 감독은 그런 베트남 국민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과거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 당시 중국에서 내리는 눈을 보고 베트남 국민들은 눈물을 흘렸다"라면서 감정이 오른 듯 잠시 말을 멈춘 뒤 "베트남 국민들에게 이미 박항서 감독은 영웅, 그 이상"이라고 치켜세웠다.
승리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베트남 선수단.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