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으로 과거 잘못을 고백하고 활동을 중단한 최일화가 출연한 영화 '어쩌다, 결혼'이 개봉한다. |
지난해 미투(성폭력 고발) 운동으로 과거 성추행 사실을 고백하고 활동을 중단한 배우 최일화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한다. 미투 운동 이후 가해자로 조명된 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월 27일 개봉하는 '어쩌다, 결혼'(감독 박호찬 박수진)은 당초 '트레이드 러브'라는 제목으로 2017년 9월 약 한 달간 촬영을 했고, 2018년 봄 개봉을 준비했다.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결혼을 꼭 해야만 하는 남자와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어하는 여자가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3년만 결혼하는 척 하기로 계약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저예산으로 신인감독과 배우들이 힘을 합쳤고, 취지에 공감한 여러 스태프들과 중견 배우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신과 함께'로 주목받기 전 김동욱과 고성희가 주연을 맡고, 김의성 등이 출연한 까닭이다.
이 영화에 최일화도 출연했다. 김동욱의 아버지 역으로 2년 전 모든 촬영을 마쳤다. 이후 최일화는 지난해 2월 스스로 성추행 가해자라고 고백했다. 최일화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과거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그 여파로 '협상'과 '신과 함께2'에선 최일화 출연 장면을 편집하고, 각각 조영진과 김명곤이 대체 투입돼 재촬영해 개봉했다.
하지만 '어쩌다, 결혼'은 워낙 저예산인데다 재능기부로 참여한 배우들의 일정을 다시 취합할 수 없어서 재촬영은 하지 못했다. 제작진은 최일화 분량을 최대한 편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인공의 아버지인 만큼 이야기 전개에 지장을 주는 장면까지는 편집하지 못한 채 개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사 측은 최일화가 불미스런 일로 연루되면서 개봉을 2년 동안 두 차례 연기했다. 그럼에도 개봉을 하기로 결정한 건 신인 감독과 배우 발굴을 위해 힘을 보태 준 여러 사람들을 위해서 선택을 했다는 후문이다.
'어쩌다, 결혼'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오달수가 출연한 영화들과는 또 다르다. 오달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 '이웃사촌'과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다른 배우를 출연시켜 재촬영을 하기에는 워낙 분량이 많아 아예 영화를 한 편 새로 찍어야 하기에 재촬영을 포기했다. 편집도 주연이라 불가능한 상황이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선의로 출발한 '어쩌다, 결혼'이 영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