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FC서울 선수단이 인사하는 모습을 신태용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는 아들은 긴장한 듯 마음껏 발을 떼지 못했다. 급기야 후반전에는 수비 도중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까지 내주고 말았다. 상대의 실축으로 골이 들어가지 않자 아들과 아버지는 가슴을 크게 한 번 쓸어내렸다. 경기가 끝났다. 아버지는 아들이 경기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아버지는 신태용(49) 전 국가대표팀 감독. 아들은 FC서울 풀백 신재원(21)이었다.
신재원은 지난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남FC를 상대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장해 62분 동안 활약했다. 학성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신재원은 올 시즌 자유 선발로 FC서울에 입단한 신인이다. 대학 시절 그는 공격수로 뛰면서 에이스로 불렸다.
아들의 모든 모습을 본부석에서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아버지, 신태용 전 감독이었다. 전반전이 끝난 뒤 만난 신 전 감독은 아들의 데뷔전을 보는 심경을 묻자 "속 타들어 가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첫 경기라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구먼. 발도 제대로 못 떼니까 위치 선정도 그렇고…"라고 이야기했다.
신태용 전 감독. /사진=OSEN |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서울의 2-1 승리. 신 전 감독의 시선은 여전히 그라운드를 향하고 있었다. 서울 선수단이 인사를 다 마칠 때까지도 신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선수단 사이에는 '아들' 신재원이 있었다.
경기 후 신 전 감독을 다시 만났다.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눈을 못 떼고 있다'는 이야기에 "아버지 마음이 다 그렇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페널티킥을 유발한 수비에 대해선 "먼저 동작을 반 박자 빠르게 가져갔어야 했지. 태클이 아니라 먼저 '탁' 걷어냈어야 하는데, 늦었다"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그러면서 "휴. (상대 페널티킥이) 안 들어가서 그렇지, 들어갔어 봐. 휴우…"라고 애써 웃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재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믹스트존에서 만난 신재원은 페널티킥 파울에 대해 "태클을 하고 난 뒤에 이미 나도 페널티킥이 선언될 거라 생각했다. 안 들어가길 바랐는데 들어가지 않아 다행이었다. 골이 들어갔으면 힘든 경기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이런 경험이 내게 앞으로 아주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겨서 다행"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최 감독이 반도 못 보여줬다고 했다'는 언급에 "(나도) 반의 반도 못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내 경기력에 나도 실망했다. 많은 분들께서도 실망하셨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더욱 발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믹스트존 인터뷰 순간, 옆을 지나가던 최 감독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을 남기며 신재원을 툭툭 치고 갔다. 신재원은 그런 최 감독을 보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끝으로 신재원은 이날 경기를 지켜본 아버지에 대한 질문에 "아빠한테보다는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잘 안 된 것 같아 아쉽다"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FC서울 신재원. /사진=김우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