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들 K리그 데뷔전 눈 못 떼고...' 신태용, 긴장과 한숨의 90분

서울월드컵경기장=김우종 기자 / 입력 : 2019.04.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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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FC서울 선수단이 인사하는 모습을 신태용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K리그1 경기를 초조하게 바라보는 한 아버지가 있었다. 성인 무대 데뷔전을 치르는 아들과 뜨거운 마음으로 그를 지켜보는 아버지. 둘 다 긴장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는 아들은 긴장한 듯 마음껏 발을 떼지 못했다. 급기야 후반전에는 수비 도중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까지 내주고 말았다. 상대의 실축으로 골이 들어가지 않자 아들과 아버지는 가슴을 크게 한 번 쓸어내렸다. 경기가 끝났다. 아버지는 아들이 경기장을 떠나는 순간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아버지는 신태용(49) 전 국가대표팀 감독. 아들은 FC서울 풀백 신재원(21)이었다.


신재원은 지난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남FC를 상대로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선발 출장해 62분 동안 활약했다. 학성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신재원은 올 시즌 자유 선발로 FC서울에 입단한 신인이다. 대학 시절 그는 공격수로 뛰면서 에이스로 불렸다.

아들의 모든 모습을 본부석에서 지켜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아버지, 신태용 전 감독이었다. 전반전이 끝난 뒤 만난 신 전 감독은 아들의 데뷔전을 보는 심경을 묻자 "속 타들어 가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첫 경기라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구먼. 발도 제대로 못 떼니까 위치 선정도 그렇고…"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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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전 감독. /사진=OSEN
실제로 이날 신재원은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12분 페널티 지역에서 이영재(25·경남FC)의 슈팅을 막으려 태클을 시도하다 파울을 범했다.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신재원은 경고까지 받았다. 이후 키커로 나선 이영재의 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면서 신재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후반 17분 신재원 대신 정원진을 투입했다. 신재원의 프로 데뷔전이 마무리된 순간이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서울의 2-1 승리. 신 전 감독의 시선은 여전히 그라운드를 향하고 있었다. 서울 선수단이 인사를 다 마칠 때까지도 신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선수단 사이에는 '아들' 신재원이 있었다.

경기 후 신 전 감독을 다시 만났다.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눈을 못 떼고 있다'는 이야기에 "아버지 마음이 다 그렇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페널티킥을 유발한 수비에 대해선 "먼저 동작을 반 박자 빠르게 가져갔어야 했지. 태클이 아니라 먼저 '탁' 걷어냈어야 하는데, 늦었다"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그러면서 "휴. (상대 페널티킥이) 안 들어가서 그렇지, 들어갔어 봐. 휴우…"라고 애써 웃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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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용수 감독은 이날 공식기자회견에서 "우선 (신재원 선발) 결정은 내가 했다. 선발로 나갔을 때 어떤 경기력을 펼칠지 생각했는데, 본인이 부담을 가지지 않았나 싶다"면서 "사실 실수가 나왔지만 이런 경기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나도 좋은 모습을 봤다. 오늘은 본인이 갖고 있는 것의 반도 못 보여줬다. 그는 대기만성형 선수"라고 독려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신재원은 페널티킥 파울에 대해 "태클을 하고 난 뒤에 이미 나도 페널티킥이 선언될 거라 생각했다. 안 들어가길 바랐는데 들어가지 않아 다행이었다. 골이 들어갔으면 힘든 경기가 됐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이런 경험이 내게 앞으로 아주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겨서 다행"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최 감독이 반도 못 보여줬다고 했다'는 언급에 "(나도) 반의 반도 못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내 경기력에 나도 실망했다. 많은 분들께서도 실망하셨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더욱 발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믹스트존 인터뷰 순간, 옆을 지나가던 최 감독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을 남기며 신재원을 툭툭 치고 갔다. 신재원은 그런 최 감독을 보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끝으로 신재원은 이날 경기를 지켜본 아버지에 대한 질문에 "아빠한테보다는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잘 안 된 것 같아 아쉽다"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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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FC서울 신재원.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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