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 실책에도 덤덤, 류현진은 한화 때부터 그랬다

류현진 "맞혀 잡는 피칭 했다"... 타자로도 만점 활약

신화섭 기자 / 입력 : 2019.06.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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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 /AFPBBNews=뉴스1
긴장감 속에 시작했지만 끝은 어떻게 보면 싱거웠던 경기다. 류현진(32·LA 다저스)의 피칭에는 갈수록 여유가 넘친다.

류현진은 지난 5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원정 경기에서 또 승리를 따냈다. 7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벌써 시즌 9승(1패)째를 수확했다.


처음엔 다소 긴장이 됐다. 1회 말 2사 후 다저스 1루수 데이비드 프리즈와 유격수 코리 시거가 연달아 실책을 범했다. 그러나 다저스 타선이 1회 초 2점을 먼저 뽑아줬기 때문인지 류현진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2사 1, 3루 위기에서 크리스천 워커를 투수 땅볼로 유도해 가볍게 이닝을 마쳤다.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때부터 그런 투수였다. “야수가 실책을 하거나 팀 타선이 점수를 못 내더라도 표정에 드러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필자와 자주 나눴다.

탈삼진이 2개에 머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날은 체인지업을 앞세워 맞혀 잡는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이른 이날 오후 2시30분쯤 필자와 통화를 한 류현진도 “그렇다. 맞혀 잡았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지난 해까지 류현진은 애리조나에 다소 고전한 편이었다. 특히 지금은 애리조나를 떠난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나 A. J. 폴락(다저스)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애리조나가 류현진에게는 승수를 쌓는 팀이 된 느낌이다. 설령 골든슈미트나 폴락이 남아 있었더라도 요즘 같아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의 류현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도 초반부터 야수들이 어이 없는 실책을 잇달아 저질렀어도 전혀 흔들림 없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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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애리조나전 4회 안타를 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방망이 실력도 또 한 번 과시했다. 4회 2사 2루서 상대 선발 테일러 클라크에게서 깨끗한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2루주자 러셀 마틴이 홈에서 아웃돼 아쉽게 타점을 올리진 못했다.

필자가 "(4회) 애리조나 중견수 케텔 마르테의 홈 송구가 참 빠르고 정확했다"며 "마틴은 러닝 연습을 좀 더 많이 해야겠더라"고 농담을 전하자 류현진은 웃음을 지었다. 류현진은 이날 7회 무사 1루에서는 희생번트를 깔끔하게 성공시켜 타자로서 임무도 충실히 해냈다.

흔히 류현진에 대해 ‘동산고 4번타자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필자는 류현진의 고교 시절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5번타자로 출장한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류현진에게 진작부터 궁금해 했던 고교 시절 타순을 물어봤다. 대답은 “3번, 4번, 5번을 번갈아 쳤다”였다. 이제는 류현진에게 ‘동산고 4번타자 출신'이 아닌 '동산고 클린업트리오 또는 중심타선 출신’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류현진에게 당부했다. “이렇게 여유 있는 피칭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바란다”고.

/김인식 KBO 총재고문·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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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야구대표팀 감독.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고문은 한국 야구를 세계적 강국 반열에 올려놓은 지도력으로 '국민감독'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KBO리그 쌍방울-OB(두산)-한화 감독을 거치면서 한국시리즈 2회 우승을 이뤄냈고, 대표팀 사령탑으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 2015년 제1회 프리미어12 우승 등 빛나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국내 야구는 물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조예가 깊습니다. WBC 감독으로서 MLB 최고 스타들을 상대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MLB 경기를 빠짐 없이 시청하면서 분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류현진(LA 다저스)과는 한화 감독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2018년 결혼식의 주례를 맡는 등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타뉴스는 2019시즌 '국민감독 김인식의 MLB 通(통)'을 연재해 깊이 있고 수준 높은 MLB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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