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일 준비됐다" 박인비, 고진영 향한 찬사 속 뭉클함 [★현장]

제주=심혜진 기자 / 입력 : 2019.08.0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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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박인비(왼쪽부터)./사진=KLPGA
"흠 잡을 데가 없어요. 여러분은 또 다른 한국 여자 골프의 역사를 보고 계십니다."

이보다 더 큰 찬사가 있을까. '골프 여제' 박인비(31·KB금융그룹)가 후배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4·하이트진로)을 극찬했다. 한 편으로는 자신의 상황을 너무 담담하게 말해 뭉클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박인비는 지난 8일 제주시의 오라 컨트리클럽(파72·666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반기 첫 번째 대회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6000만 원)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진영이는 지금 흠잡을 데가 없는 선수다"고 칭찬했다.

박인비는 한국 여자 골프의 레전드 중 한 명이다. 그가 이룬 업적은 대단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커리어 그랜드슬래머(4개 메이저 석권),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도 오르며 세계 여자 골프를 평정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박인비로서는 후배들의 성장이 반갑고 기쁘기만 하다. 그중 한 명이 고진영이다.


고진영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차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데뷔와 동시에 신인상을 석권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던 고진영은 올해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다.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과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주에 끝난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를 더해 한 시즌 메이저 최고 성적 선수에게 주는 '롤렉스 아니카 메이저 어워드'까지 받았다. 또 세계랭킹,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타수에서 모두 1위를 달리는 중이다.

박인비는 "(고)진영이와 예전에 경기를 같이 했던 기억이 있다"면서 "당시 나와 경쟁하던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과 비교해도 고진영은 흠 잡을 데가 없는 선수다. 지금이 전성기인 것 같다. 샷은 정교하고 흔들림이 없다. 요즘은 퍼팅이 정말 핫 하다. 샷이 아무리 좋아도 퍼트가 흔들리면 우승 경쟁을 하기 힘들다. 최근 꾸준히 우승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 무결점 선수다. 또 다른 한국 여자골프의 역사를 보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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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열린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공식 기자 회견에서 고진영과 박인비가 담소 나누고 있다./사진=KLPGA


옆에서 박인비의 말을 경청하던 고진영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한동안 들지 못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음의 준비도 다 됐다. 올림픽 2연패 도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때 더욱 와 닿았다. 박인비는 "누가 봐도 한국 여자 골프는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 톱랭커들도 이제는 까마득한 후배들이다. 이들과 경쟁한다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큰 도전이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러면서 "욕심내기 보다는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도 안다. 잘 치는 선수도 많고 코스 전장도 길어졌다"면서 "훌륭한 후배들이 많아 기쁘고, 그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 충분히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과가 따라오면 좋겠지만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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