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김종관 감독이 말하는 #조제 #멜로 #한지민X남주혁 [★FULL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20.12.12 10:44
  • 글자크기조절
image
김종관 감독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낡은 서랍 속, 빛나는 보석.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많은 관객들에게 그런 영화다.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의 영화를 통해 섬세한 연출은 선보였던 김종관 감독은 서랍 속 보석을 꺼내 2020 한국에서 다시 세공해 꺼냈다. 그렇게 영화 '조제'는 17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 관객을 만나게 됐다.

'조제'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한지민 분)와 영석(남주혁 분)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영화다. 호평받은 영화를 17년 만에 다시 꺼내서 보여준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반짝반짝 빛나는 영화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낡은 로맨스를 한국 감성으로 다시 보여주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필요했을 터.


김종관 감독에게 직접 영화 '조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 하게 됐나. 왜 '조제'여야 했는지.

▶ 일본영화 중 한국사람들이 젤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제 생각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러브레터'라고 했다. 리메이크도 창작자에게 도전이 될 수 있으니 두 영화 중 한편을 리메이크 하는게 어떠냐고 제안 받았다. 저는 처음에 둘 다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둘 중 하나 꼭 해야 하면 어떤 걸 하겠느냐고 해서 '조제'를 선택했다. 십몇 년 전의 일본과 지금 한국이 다르기 때문에 다시 창작하기로는 '조제'가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리메이크) 안 하는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했다.(웃음) 그뒤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생각이 났다. 제가 창작자로서 지향 하는 게 있다. '조제'는 사람의 감정을 깊게 들여다보는 그런것들이 좋았고 원작 소설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그것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하게 됐다. 리메이크 작업하면서 즐거움이 컸다.


image
/사진='조제' 포스터


원작에 비해 조제의 연령대가 높다. 처음 시나리오 각색할 때부터 염두에 둔 것인가. 아니면 조제를 맡은 한지민 캐스팅으로 바뀐 것인가. 캐릭터 역시 일본 원작의 엉뚱한 매력보다 어둡고 쓸쓸한 느낌이 강하다. 왜 이렇게 변화 시켰나.

▶원작의 영화적 스타일은 아름답고 밝고 위트도 있다. 저는 그 영화의 플롯을 그대로 가져가서 복사해서 찍는 거 자체가 창작자로서 또 보는 관객들로서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국배우들이 한국의 공간에서 하는데 일본 영화의 그 무드를 그대로 가져오면 어색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문화가 다르니까.

이 영화를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을까 고민했다. 저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같은 클래식한 로맨스를 좋아하는데. 그런 로맨스 영화들도 어떤 영화들은 묵직하고 슬프고 아름다운 감정을 가져간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는 그런 영화들이 많지 않다. 밝게 풀려고 하는 한국 영화 특성상 로맨틱 코미디는 많다. 저는 오히려 지금 '조제' 같은 이런(어둡고 쓸쓸한) 방향성으로 가는 게 영화의 매력이 더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고, 캐릭터도 그렇게 구성했다. 처음에는 연령대를 비슷하게 생각 해보기도 했는데 배우들이 들어오는 것에 따라서 방향성과 고민을 바꿨다.

한지민, 남주혁은 어떻게 캐스팅 했는지.

▶ 처음 남주혁에게 시나리오를 주고 캐스팅 했다. 여러 명 있는 사석에서 남주혁을 만났는데 느낌이 좋아서 먼저 캐스팅했고 '눈이 부시게'에서 한지민과 나온 것을 보고 느낌이 좋았다. 한지민도 인연이 있어서 제안했다. 원작은 또래의 사랑이었는데 그것보다 고립되고 폐쇄된 삶을 오래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 남자와 나이 터울이 있는데 서도 새로운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이 나이 차이도 있는데 밝고 귀여운 느낌만 나오면 가까워지는 부분에서 조제라는 사람이 영석에게 의존적인 사람이 될까 봐 겁이 났다. 조제는 약한 부분도 있지만 강한 부분도 있고 쓸쓸함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공을 들였다. 그런 캐릭터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배우들이 그렇게 레이어를 만들었다.

리메이크를 하며 가장 어려운 난관이 무엇이었나

▶ 어떻게 사람들에게 보여줄까. 많은 사람들에게 각자의 이야기가 있는 영화일텐데, 그 애착의 관점에서 우리 영화를 알아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또 시대 변화 안에서 풀어야 하는 것도 고민이었다. 저의 개인적인 체험도 많이 들어갔다. 자기 스스로를 안 좋아하는 사람과 자기 스스로를 좋아하는 사람의 만남에 방점을 뒀고 조제의 가난한 삶 등 디테일적인 부분을 채워나갔다.

image
'조제' 김종관 감독 /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작 영화에서 두 사람의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이별이다. '조제'는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을 섬세하게 그렸지만 이별에 대해서는 열어놓았다.

▶ 사랑과 이별 중 사랑에 많이 공을 들였다. 작은 돌을 쌓아올려서 큰 감정이 되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 전략을 두고 만들었고 가까워지는 초반의 느낌들을 중요하게 잡았다.

이별에 대한 것은 고민이 많았다. 원작 영화에서는 사람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연민과 사랑도 있지만 스스로 이기심도 있고 그 안에서 갈팡질팡하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깊은 시선이 있다. 그 부분도 너무 좋았지만 제가 볼 때 두 사람의 이별에는 '왜'가 없다. 숱하게 많은 연인이나 사람관계에서 이별에 왜가 있기도 하지만 없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아끼게 되고 가까워지고 소통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면서 자신을 아끼지 않던 조제는 스스로를 아끼게 되고 영석은 자신이 누군지 모르다가 알아가게 된다.

저는 그런 과정에서의 이야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별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물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에 관객들이 이 사람의 사랑의 감정들과 이들을 둘러싼 세계,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 부분이 저에게는 창작적으로 이영화를 달리 해석하는 중요 포인트였다.

너무 유명한 영화를 리메이크 하며 여러 고민과 생각이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조제를 연출하면서 감독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 독립영화에서 상업영화로 넘어가면서 여러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작업하며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 장편 영화는 기본적인 회차가 50~60회다. 내가 연출했던 '더 테이블'은 7회차였고, '최악의 하루'는 15회차였다. 그 안에서 합리적으로 구성하고 해야 되기 때문에 디테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을 많이 포기하면서 그 안에서 뭐가 중요한지 우선 순위를 빨리 둬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연출이 빨리 늘기도 한다.

'조제'를 찍으며 느낀 것은 제가 그렇게 독립영화 하면서 많이 단련돼 있구나 하는 것이다. 요새는 멜로 영화를 아주 상업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예산을 주지 않는다. 다행히 그 전에 단련된 것이 있어서 집중할 수 있었고 집중해서 최대한 얻을 수 있을때까지 찍었다. 그리고 '조제'를 했다고 해서 앞으로 독립영화를 안 할 것은 아니다. 준비해서 찍어놓은 게 있다. 독립영화는 창작적으로 자유로움을 준다. 그런 것이 대중 영화를 할 때 폭넓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자 프로필
김미화 | letmein@mt.co.kr 트위터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미화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