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곳', 연우진과 재회한 김종관 감독의 세계관 확장(ft.아이유) [종합]

건대입구=강민경 기자 / 입력 : 2021.03.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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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배우 연우진과 김종관 감독이 영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재회했다. 여기에 아이유(이지은)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아무도 없는 곳'(감독 김종관)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시사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연우진, 이주영, 윤혜리, 김종관 감독이 참석했다.


'아무도 없는 곳'은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누구나 있지만 아무도 없는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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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단편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다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종관 감독은 영화 '최악의 하루'(2016), '더 테이블'(2016), '조제'(2020)를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페르소나' 등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과 감성적인 영상미를 선보이며 오직 김종관 감독만이 가능한 김종관 유니버스를 완성해냈다.


이날 김종과 감독은 "'아무도 없는 곳'은 창석이라는 인물이 짧은 시간 여러 명의 인물들을 만나면서 심적인 변화를 겪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전작에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해서 만들어 왔다. 형식적인 실험을 해보고 싶어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종관 감독은 "전작에도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의 레이어드가 쌓였다. 구성을 해서 만들어 낸 이야기고 전작과 어느 정도 닮긴 했다. 그렇지만 '아무도 없는 곳'은 한 인물이 여러 인물을 만나면서 심적인 변화를 느끼기에 형식적인 차이가 있다. 이야기를 생각할 때 영화라는 매체를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표현에 대해 고민을 했다"라며 "저예산 영화라 환경이 녹록하지 않았지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고 언어를 이용해 만든 영화다. 이 영화는 영어 제목도 닮아있지만, 빛과 어둠이 있다면 어두운 그림자 영역을 들여다 보면서 의미를 관찰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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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인 '아무도 없는 곳'은 지금까지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한 신선한 구도, 소재, 캐릭터, 스토리가 김종관 감독 스타일의 정점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김종관 감독은 "코로나 속 쓸쓸한 시기에 두 편 연속 수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또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곳'은 코로나 시국에 잘 어울린다.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종관 감독은 "촬영하기 전 그림자의 영역에서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늙음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슬픔에만 잠기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죽음이든 늙음이든 어둠의 영역이라도 정면을 바라보는 게 이 시대에 중요하다고 본다. 죽음을 바라보면서 삶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 늙음에 대한 서글픔도 나오지만, 창석의 입장에서는 누군가와 늙어가는 게 동경일 수도 있고, 희망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런 부분들을 관객분들도 희망이나 위안이 될 수 있는 가치를 얻어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했다.

극중에는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이지은)가 등장한다. 아이유는 김종관 감독과의 우정으로 러브콜에 단숨에 응답했다고. 아이유는 넷플릭스 '페르소나' 속 에피소드 '밤을 걷다'로 김종관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바 있다. 아이유는 커피숍에서 만난 시간을 잃은 여자로 분해 시작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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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에 대해 김종관 감독은 "(이지은과) '밤을 걷다'에서 작업했다. 전작들의 형식적인 부분으로 가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밤을 걷다'에서 다뤘던 이야기 하고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에 쓰여졌고,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나와있는 자매품 같은 느낌의 영화를 성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지은 배우와 의논했다. 그 캐릭터도 이어져 있는 느낌이 있다. 영화적으로 재밌게 흘러가지 않을까라는 그런 생각을 했다. 여기에 좋은 의미를 보태준 거 같다. (이지은이) 같은 세계관에 이야기라고 생각을 해줬다"고 전했다.

연우진은 극중 창석 역을 맡았다. 창석은 아내가 있는 영국을 떠나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다. 특히 연우진은 지난 2016년 영화 '더 테이블'을 통해 김종관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더 테이블' 이후 김종관 감독과 5년 만에 재회했다.

연우진은 "김종관 감독님과 작업하는 순간 순간 너무 감동이었다. 바쁘게 살아가지만 감독님과 만나고 작품을 하는 순간만큼은 제 인생에서 어느 순간 가만히 서서 그 순간을 가만히 천천히 들여다 보는 시간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연기자로서, 제 인생으로서 제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감독님을 통해 느낀다. 또 한 번 (이러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 없었다. '더 테이블'에서 좋았던 기억을 반대로 베풀고자 노력했는데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너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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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김종관 감독을 보면서 영감을 얻은 연우진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이 갖고 있는 세계관에 그냥 살포시 발을 얹는 느낌이다. 익숙한 장소를 선택해 주제를 관통하는 글들을 보면서 이번에는 자유롭게 다 표현하시겠구나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작업실을 찾아 갔었는데 감독님과 항상 작품 이야기를 깊게 한다라기 보다는 소소한 이야기 거리로 서로 캐치했다"고 했다.

연우진은 "문득 위스키 바에 단둘이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감독님이 재즈를 들으면서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에서 순간 창석의 색깔을 이런 톤으로 하면 되겠구나 영감을 얻었다. 말로 전달하지 않아도 위스키 한 잔과 재즈, 적적함과 고독함이 캐릭터를 부연하는데 미장센으로 다가왔다.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고 말한 연우진. 그는 "바쁘게 달려온 시간 속에 꾸며온 제 스스로 모습이 많았다. 그 모습을 없애고 비워가며 캐릭터를 준비했다.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듣기 위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며 "평소에 이야기를 하는 입장보다 들어주는 입장에 가깝다. 리액션에 본연의 모습이 나올까봐 걱정을 했다. 유의를 기울이며 날것의 표현을 제 스스로 다그쳤다. 모든 걸 비우고 촬영장에 갔다. 저도 어느 덧 이분들이 이야기 하는 것에 빠져들고 스스로 동요가 일어나는 그런 신기한 경험을 했던 작업이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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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chmt@


또 연우진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사실 편한 사람인 것 같다. (창석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오히려 제 스스로의 진부한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고민했다. 워낙 상대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들과 리딩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더 테이블'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배우들과 한 두 번 리딩한 다음 에너지를 응축하해 현장에서 120% 이상을 표현해야했다. 따로 따로 많아야 세 번 정도 (배우들과) 리딩을 했다. 계산되지 않고 배우들의 이야기를 감상하면 되겠다 싶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현장에 임했다"고 전했다.

김종관 감독은 '아무도 없는 곳' 제목에 대해 "관객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어둠도 포근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으면 한다"고 했다. 연우진 역시 "상실의 시대에 사는 모든 이에게 주는 잔잔한 파동"이라고 힘을 보탰다.

한편 '아무도 없는 곳'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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