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딱 한 달' 다카하시, KIA에 검증받아야 할 3가지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1.09.1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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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다카하시./AFPBBNews=뉴스1
애꿎은 가을비로 우천 취소가 잦아지면서 투수가 부족한 KIA 타이거즈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자연스레 더블헤더 경기가 많이 잡히면서 KIA는 얼마 전 수술과 군 복무로 약 3년의 공백기를 가진 한승혁(28)의 선발 투입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오는 18일 새 외국인 투수 보 다카하시(24)가 2주 자가 격리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애런 브룩스(30)의 퇴단 후 쉽지 않은 일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카하시가 최대한 빠르게 (브룩스의) 빈 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다카하시가 9월 하순에 실전에 나설 경우 뛸 수 있는 시간은 한 달 남짓. 선발로 나간다면 최대 6~7경기 정도다. 다카하시 영입 직후 조계현 KIA 단장은 "외국인 선수도 한국에 와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경기 내용이 좋다면 1년이 아닌 몇 년을 함께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육성형 외국인 시스템을 추구하지만, '경기 내용이 좋다면'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그렇다면 짧은 기간에 다카하시는 무엇을 검증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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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다카하시./사진=루이빌 배츠 공식 SNS 캡처
일본계 브라질인 3세인 다카하시는 국적은 브라질이지만, 부모는 모두 일본인이다. 축구가 익숙한 환경에서 아버지와 형을 따라 야구를 시작했다. 그러던 2013년 16세의 나이로 미국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했다.

KBO 무대에서 첫 번째 주목할 점은 적응력이다. 미국으로 건너왔을 당시 다카하시는 포르투갈어와 일본어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애리조나 로우싱글 A팀 동료들에 따르면 다카하시는 3년 만에 스페인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했고 7년 후에는 영어까지 능숙해졌다.

로우싱글 A팀에서 그를 지도했던 셸리 던컨 감독은 2019년 애리조나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다양한 언어(스페인어, 영어, 포르투갈어, 일본어)를 구사하는 다카하시는 내겐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신의 선물과 같았다"고 말했다.

실전 경험에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카하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미국 입국이 금지돼 1년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신시내티 레즈 소속으로 복귀한 올해는 트리플 A에서 89이닝을 거뜬히 소화했다. 이번엔 KIA 계약과 자가격리 등으로 약 한 달 정도를 쉬었다.

두 번째는 다카하시의 변화구다. 키 183cm 체중 102kg의 우완 정통파인 그는 최고 시속 153km에 이르는 포심 패스트볼과 평균 시속 130km대 초중반의 체인지업, 슬라이더, 그리고 시속 120km대 초반의 커브를 구사한다.

미국 야구 통계 매체 팬그래프는 3년 전 다카하시를 두고 "뎁스용 유망주 이상으로 평가하는 스카우트는 없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타자의 방망이를 헛돌게 한다. 리그 평균 이상의 슬라이더와 커브를 가지고 있지만,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은 평균에서 맴돈다"고 정리했다.

올해 초에는 신시내티 구단 소식을 다루는 매체 레즈마이너리그패스트볼로부터 "다카하시의 패스트볼에는 커터성 움직임이 포함돼 있다. 네 가지 구종 모두 무난하게 던질 줄 알지만, 확실한 플러스 구종은 없다. 그래도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올 시즌 전 다카하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완성도는 높지만, 한계가 있는 투수였다. 그러나 신시내티에서 다카하시는 조금 달라졌다. 주 구종이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인 점은 변하지 않았지만, 체인지업 등 떨어지는 공의 로케이션 형성이 상당히 좋아졌다.

그러면서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헛스윙을 유도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9이닝당 탈삼진율 역시 2년 전 7.89개에서 올해 9개로 상위 리그로 올라왔음에도 증가했다. 다만 KBO리그는 체인지업을 비롯해 떨어지는 공에 대한 대처가 좋은 타자가 많다. 그런 만큼 개선된 부분이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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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다카하시./사진=루이빌 배츠 공식 SNS 캡처
세 번째로 검증해야 할 요소는 제구력이다. 다카하시는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안다는 것을 뜻하는 '컨트롤'은 괜찮지만, 원하는 곳에 공을 꽂아 넣는 능력을 말하는 '커맨드'가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올해 마이너리그 경기에서도 이따금씩 그런 약점이 노출됐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 적응 문제와 함께 유심히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다카하시는 꽤 흥미로운 이력을 가진 선수다. 3년 전 애리조나에서 메이저리그로 콜업됐지만, 이틀 동안 선수단과 함께 머물다 눈앞에서 데뷔를 놓쳤던 아픔을 가지고 있다. 만약 데뷔했다면 애리조나 구단 최초, 메이저리그로는 역대 6번째 브라질 국적의 선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카하시는 KBO리그 최초 브라질 국적의 투수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역대 KBO리그를 찾은 외국인 선수 중 최연소였던 24세 5개월 30일의 브룩스 다익손(2019년 SK 와이번스)과 같은 나이다.

올해는 타자로도 16경기에 나와 타율 0.273(22타수 6안타) 1타점으로 괜찮은 타격 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한 달이란 짧은 기간 가능성을 보여줘야 빛을 발한다. 남은 시즌 다카하시가 깊은 인상을 남겨 내년에도 KBO리그에서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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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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