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아웃 카운트는 하나... 키움에는 이정후가 있었다 [WC잠실]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2021.11.0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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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9회초 역전 2타점 2루타를 때려내고 포효하고 있다./사진=OSEN
9회초 2사 1, 2루. 정규 이닝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 놓은 상황. 두산 김강률의 2구째 직구를 받아친 이정후(23·키움)의 타구가 중견수 뒤를 넘어 잠실야구장 중앙 담장을 직격했다. 키움의 승리를 가져오는 결승타였다.

키움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7-4로 승리했다.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이후 5위 팀이 준플레이오프로 향한 적은 없다. 승리한 사례도 5위 KIA 타이거즈가 2016년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4위 LG 트윈스에 4-2 승리한 것이 전부다. 키움은 2일 같은 장소에서 5위 팀의 첫 와일드카드 업셋, 즉 0%의 확률에 도전한다.

승부처는 9회였다. 4-4로 동점이 된 9회초 키움의 이지영과 박동원이 각각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김혜성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2아웃 상황에서 이정후는 정중앙으로 몰린 김강률의 2구째 직구를 통타했다. 중견수 정수빈이 열심히 쫓아갔지만, 중앙 담장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2타점 2루타였다.

뒤이어 박병호가 또 한 번 중견수 왼쪽을 향하는 1타점 적시타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두산은 9회말 조상우를 상대로 만루 기회를 만들었으나, 1점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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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안우진이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사진=OSEN
이날 경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명승부였다. 먼저 선발 투수 안우진(22)과 곽빈(22)이 4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펼치며 두 팀의 최고 유망주라는 명성에 걸맞은 피칭을 선보였다. 안우진은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고, 곽빈은 4⅔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곽빈의 노히트 행진은 5회 깨졌다. 앞서 좋은 타구질을 보인 송성문은 5회초 선두 타자로 나서 곽빈의 4구째 포크를 우익선상으로 향하는 2루타로 연결했다. 이후 전병우가 볼넷으로 출루해 만들어진 1사 1, 2루 기회에서 이지영은 2루 베이스를 스치는 깨끗한 중전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따냈다.

한 술 더 떠 퍼펙트를 기록 중이던 안우진의 역사적인 피칭은 5회 깨졌다. 5회말 2사에서 허경민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고, 박세혁이 안우진의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익수 쪽 안타를 때려내 2사 1, 3루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안우진은 박계범을 루킹 삼진 처리하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팽팽하던 두 팀의 경기는 후반부 들어 요동쳤다. 먼저 키움이 점수를 냈다. 7회초 좌전 안타로 출루한 윌 크레익을 대신해 박정음이 주자로 들어섰다. 박정음은 폭투로 2루, 전병우의 희생 번트로 3루까지 내달렸다. 이지영은 여기서 3루수 땅볼 타구를 만들어내 2점째를 냈다. 3루수 허경민이 홈으로 송구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바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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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인태(맨 오른쪽)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7회말 1사 2, 3루에서 동점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내고 김재환과 포옹하고 있다./사진=OSEN
두산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0-2로 뒤진 7회말 선두타자 김재환이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양석환이 좌익수 뜬 공으로 물러났지만, 허경민이 우익수 오른쪽으로 향하는 안타를 때려내 1사 1, 3루가 됐다. 허경민의 대주자로 들어선 조수행은 김인태의 타석 때 2루를 훔쳤고, 김인태는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8회에는 두 팀이 장점을 살려 점수를 냈다. 2-2로 맞선 8회초 이영하는 이용규-김혜성-이정후로 이어지는 키움의 상위 타선을 상대했다. 선두 타자 이용규가 풀카운트에서 8구째 직구를 통타해 좌전 안타를 쳤다. 김혜성은 이영하의 6구째 직구를 밀어쳐 1루 쪽으로 쏠린 시프트를 깨고 좌중간 안타를 만들었다. 이정후마저 볼넷을 골라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키움 야수들의 빠른 발이 돋보였다. 박병호의 타구가 좌익수 김재환의 글러브로 향했고, 김재환은 홈으로 송구했다. 3루 주자가 빠른 발을 지닌 이용규였기에 유격수 김재호는 김재환의 송구를 중간에서 잘라내 3루로 송구했다. 그러나 2루 주자 김혜성의 발이 더 빨랐다.

김혜성의 추가 진루는 중요하게 작용했다. 송성문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다시 만루 기회가 만들어지자 대타 김웅빈이 좌익수 김재환 쪽으로 타구를 보냈다. 김재환은 타구를 잡아 정확히 홈으로 송구했으나, 포수 장승현이 공을 놓쳐 3루 주자 김혜성이 득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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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재환이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8회말 2사 1루에서 동점 투런포를 때려내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OSEN
그러나 두산에는 한 방이 있었다. 8회말 정수빈의 번트 안타로 만들어진 2사 1루 상황에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서자 키움은 마무리 조상우를 한 발 앞서 올렸다. 그리고 김재환은 조상우의 몸 쪽 낮게 떨어지는 시속 151km 직구를 받아쳐 잠실구장 우측 담장을 그대로 넘겼다. 맞자마자 넘어간 것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속도 시속 163.3km, 비거리 110m의 대형 홈런이었다.

김재환의 홈런포로 4-4 동점을 이룬 것도 잠시 이정후의 역전 2타점 적시타와 박병호의 쐐기타가 터졌고, 4시간에 달하는 두 팀의 명승부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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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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