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5타점' 끝까지 외로웠던 바람의 손자, 팬들은 그가 있어 행복했다 [WC잠실]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2021.11.0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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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가 지난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안타를 치고 2루 베이스로 향하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KBO리그 사상 첫 '5위 팀 업셋'이란 새 역사를 향해 질주했던 키움 히어로즈의 발걸음은 11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멈춰 섰다. 하지만 영웅 군단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이정후(23)가 있어 키움의 시즌 마무리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키움은 지난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8-16으로 패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2차전에서 키움의 경기력은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7-4로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 번째 5위 팀의 승리를 일궈냈던 1차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타선은 1차전과 비슷한 점수를 내며 제 몫을 했으나, 키움 벤치의 아쉬운 투수 교체로 마운드가 버텨내지 못한 것이 컸다.

이날 한현희가 4회에만 5점을 내주며 키움이 1-9로 뒤처지자 키움 팬들이 모인 3루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메이저리그급 타선이라 해도 쉽지 않은 8점 차로 뒤진 상황, 그럼에도 팬들은 섣불리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떠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잠시 뒤 나왔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팬들의 차갑게 식은 마음을 달랠 뜨거운 열풍을 불러왔다. 5회초 전병우, 이용규의 안타, 김혜성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만루 기회에서 이정후는 좌완 베테랑 이현승의 3구째 낮게 떨어지는 직구를 통타해 잠실야구장 좌중간을 크게 갈랐다. 발 빠른 김혜성이 1루 주자라 모든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싹쓸이 3타점 2루타가 될 수 있었다.


이 순간 열광의 도가니가 된 3루 응원석과 달리 취재진 옆 1루 쪽 두산 관중석에서는 "이정후는 참...."이라며 또 다른 의미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보통 안심해도 되는 5점 차에서도 상대 팬들을 긴장하게 만든 것. 이정후의 슈퍼스타로서 기질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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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가 지난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9회초 2사 주자 1,2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포효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러한 장면은 1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도 있었다. 앞선 세 타석에서 무안타로 침묵하던 이정후는 두 팀이 4-4로 팽팽히 맞선 9회초 2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테이블세터 이용규와 김혜성이 각각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 나가 만든 소중한 기회였다.

이정후는 정중앙으로 몰린 김강률의 2구째 직구를 받아쳐 중앙 담장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2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다. 중견수 정수빈이 열심히 쫓아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2루에 안착한 이정후는 포효했고 그 모습에 팬들은 추위를 잊었다.

이때의 안타와 타점과 2차전 5타수 4안타 3타점을 묶어 이정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에서 타율 0.556(9타수 5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2018년, 2020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각각 1타점씩을 올렸던 이정후는 총 7타점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개인 최다 타점 신기록마저 세웠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활약이었다.

다만 그의 뒤에서 받쳐줄 동료들의 부재가 아쉬웠다. 올해 정규 시즌에서도 이정후는 123경기에 나서 타율 0.361(463타수 167안타) 7홈런 8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61로 팀 내 최다 타점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박동원(31)이 83타점, 박병호(35)가 76타점으로 뒤를 이었지만, 이들은 시즌 내내 온탕과 열탕을 오갔다. 기복을 보이는 두 사람과 달리 이정후는 시즌 내내 꾸준했고 키움 타선의 해결사 노릇을 했다.

후반기에는 이용규-김혜성-이정후로 이뤄진 키움만의 득점 공식이 만들어졌으나, 여기서도 타점 생산은 오롯이 이정후의 몫이었다. 정규 시즌에 이어 가을 야구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정후는 끝까지 외로웠다. 그러나 그런 중압감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보란 듯 타점을 생산하는 그의 모습에 팬들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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