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우승, 애틀랜타 야구-축구 경쟁 불붙였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1.11.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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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애틀랜타 팬이 3일(한국시간) 브레이브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지난 3일(한국시간) 열린 2021시즌 MLB(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WS) 6차전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7-0으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애틀랜타의 우승은 1995년에 이어 26년 만이며 2017년 트루이스트 파크로 홈 구장을 이전한 뒤로는 처음이었다.


애틀랜타는 당초 팀 전력의 핵심이었던 투수 마이크 소로카(24)와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3)가 부상으로 이탈해 월드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위기 상황에서 애틀랜타는 외야수인 호르헤 솔레어(29)와 에디 로사리오(30) 등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고, 이 두 선수는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을 펼쳐 영웅이 됐다. 그래서 애틀랜타의 우승은 구단 프런트가 시행한 과감한 트레이드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자연스레 나왔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그리스계 캐나다인 알렉스 앤소폴로스(44) 단장이 트레이드를 통해 보여준 혜안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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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선수단이 3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1995년부터 11년 연속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차지했으며 1990년대에 무려 5번이나 내셔널리그에서 우승했던 애틀랜타는 정작 1995년에만 월드시리즈 패권을 잡아 '운이 없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다소 침체기를 맞았던 애틀랜타는 2013년 홈 구장 이전을 선언했다. 당시 애틀랜타의 홈 구장은 터너 필드로 애틀랜타 시 도심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팬들은 홈 구장 이전 선언에 처음에는 다소 의아해 했다. 1966년부터 애틀랜타가 사용한 경기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틀랜타의 이전 사유는 너무나 분명했다. 2012년 시즌 티켓을 포함한 홈 경기장 관중들의 거주지 분포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애틀랜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팬들이었다. 그래서 애틀랜타는 도시를 벗어나 북부 콥 카운티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구단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수순이었다.

콥 카운티 거주자들은 원래 애틀랜타의 도심에 비해 백인 인구가 많았으며 평균연령도 높았고 무엇보다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갖고 있었다. 반대로 애틀랜타 도심에는 흑인 인구가 많았고 정치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지닌 민주당 지지세력들이 많이 거주했다. 평균연령도 콥 카운티에 비해 낮았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떠난 공백을 메운 것은 북미프로축구 MLS(메이저리그사커)팀인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였다.

공교롭게도 브레이브스가 콥 카운티에 위치한 신축구장으로 옮긴 2017년 창단된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는 애틀랜타 시의 젊은 층을 빠르게 축구 팬으로 유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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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자주색 유니폼)와 필라델피아 유니언의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는 창단 첫 해 빠른 공격전개를 통한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미국 축구 팬들에게 화제가 됐다. 2017시즌에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는 29경기에서 63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당 득점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의 사장인 대런 일스(49)는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펍을 돌아다니면서 20~30대 팬들과 소통을 했다. 미국에 건너 오기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선수육성 부문 이사였던 일스 사장은 젊고 능력 있는 스타 선수도 발굴했다.

이 결과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는 2017시즌 평균 관중이 무려 4만8200명으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는 2018시즌엔 리그 정상에 올라 평균 관중 수가 5만3002명까지 치솟았다. 구단의 신인 선수 육성 정책과 공격적인 축구 스타일이 애틀랜타의 젊은 세대로부터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신축구장으로 이전한 뒤 두 번째 시즌인 2018년부터 성적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2019년에는 평균관중이 3만2776명으로 늘었고 2021년에는 평균 관중 2만9490명으로 MLB 팀 가운데 LA 다저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인기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의 팬층은 다르다. 보수적 성향의 중년층이 주로 열광하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진보적 성향의 젊은 세대가 중심인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의 경쟁은 2021시즌 브레이브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더욱 흥미롭게 불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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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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