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건희가 지난 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회말 1사 만루를 막아내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두산은 지난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2차전에서 11-3으로 승리하고 2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타선은 물오른 타격감을 보여줬고 투수들은 어느 상황이든 등판해 끝까지 버텨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용병술도 뛰어났다.
올해만 특별히 시행된 3전 2선승제의 허점을 잘 파고든 것도 승리 요인이다. 지난 8월 올림픽 브레이크 동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기존 5전 3선승제에서 3전 2선승제로 바꿨다. 올 시즌 144경기를 모두 치르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흔히 타선이 강한 팀보다 투수가 탄탄한 팀이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 낫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삼성은 좋은 조건을 가진 팀이었다. 데이비드 뷰캐넌(30경기 16승 5패, 평균자책점 3.10)-백정현(27경기 14승 5패, 평균자책점 2.63)-원태인(26경기 14승 7패, 평균자책점 3.06)으로 이뤄진 10승 선발 트리오가 건재했다.
반면, 두산은 최악의 상황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입했다. 이미 워커 로켓(27)이 오른쪽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마감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 아리엘 미란다(32)마저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일찌감치 뷰캐넌-백정현-원태인이 차례로 나선다고 자신했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1차전 최원준(27) 말고는 아무 것도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은 3전 2선승제의 허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두산 이영하가 지난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사진=뉴시스 |
일정도 한몫했다. 3전 2선승제의 시리즈는 상위 팀 홈 구장-하위 팀 홈 구장-하루 휴식- 상위 팀 홈 구장 순으로 경기가 잡혔다. 얼핏 보면 상위 팀이 3경기 중 2경기를 홈 구장에서 해 유리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의 삼성처럼 1차전에서 일격을 당한다면 상위 팀은 '지면 떨어지는' 엘리미네이션 경기를 다음 날 원정 구장에서 하게 된다. 단 1경기를 졌을 뿐인데 극도로 유리한 상황에서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는 것이다.
애당초 투수 자원이 부족했던 두산은 총력전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총력전의 중심에는 홍건희(29)와 이영하(24)가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지난 7일 LG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등판했다. 2이닝 동안 28개의 공을 던졌던 홍건희는 하루 휴식 후 삼성과 1차전에서 위기 상황에 등판해 3이닝 1실점 역투(투구 수 52개)를 펼쳤다. 같은 날 4이닝 동안 66개의 공을 던진 이영하는 이틀 휴식 후 삼성과 2차전에서 3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행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은 1승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이해한 듯 보였지만,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더뎠다. 1차전에서는 2-3으로 점수가 뒤지고 필승조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선발 자원인 마이크 몽고메리(32)를 올려 경기 흐름을 내줬다. 2차전에서는 과감한 투수 교체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이러한 허점은 6년 만의 가을 야구를 경험한 삼성의 미숙함과 맞물려 2경기 만에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