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을 기다렸는데...' 박경수의 한국시리즈는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고척=심혜진 기자 / 입력 : 2021.11.1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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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가 17일 한국시리즈 3차전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미란다를 상대로 솔로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사진=뉴스1
박경수(37)의 한국시리즈가 이렇게 끝나는 것일까. 강력한 한국시리즈 MVP 후보로 꼽히는 그의 가을야구는 여기서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2003년 프로 데뷔 이후 무려 18년을 기다려온 한국시리즈 무대다. 2015시즌을 앞두고 KT로 이적할 때까지 한 번도 한국시리즈는커녕 포스트시즌에도 오르지 못했다. 박경수가 KT 유니폼을 입고 4년간 하위권을 맴돌면서 가을야구 데뷔는 계속 미뤄졌다.


그러다 KT가 지난해 마침내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것이다. 첫 가을야구는 짧았다. KT가 두산에 1승 3패로 지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는 달랐다. 삼성과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 끝에 드디어 기다려온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박경수는 18년을 기다린 무대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못했던 한풀이를 하듯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일단 수비에서 펄펄 날고 있다. 특히 2차전 1회 무사 1, 2루에서 호세 페르난데스의 강습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후 병살타로 연결했다. 넘어진 상태였지만 선행 주자를 잡기 위해 2루로 송구했고, 유격수 심우준이 받아 1루로 송구해 병살타로 완성했다. 이 호수비로 경기 흐름을 가져간 KT는 6-1로 승리를 거뒀다.


3차전에서도 공격도 추가됐다. 박경수는 0-0으로 맞선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선발 아리엘 미란다를 상대로 솔로포를 때려 KT에 선취점을 안겼다. 박경수의 한국시리즈 첫 홈런이다.

수비는 여전히 완벽했다. KT가 1-0으로 앞선 6회말 1사 1루에서 박건우의 강습 타구를 몸을 던져 잡은 후 2루로 송구, 1루 주자 정수빈을 잡아냈다. 이번에도 자세는 불안한 상황이었으나 송구는 정확했다.

그러나 8회말 수비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쓰러졌다. 무사 1루에서 두산 대타 안재석은 우중간 방면에 높게 뜨는 타구를 날렸다. 2루수 박경수는 뒤로 뛰며 타구를 끝까지 쫓아간 후 몸을 날렸다. 하지만 타구를 잡지는 못했다. 함께 타구를 따라오던 KT 우익수 제라드 호잉이 타구를 잡아 2루에 송구, 1루 주자 박세혁을 포스아웃 처리했다. 이는 우익수 땅볼로 기록됐다.

몸을 던진 박경수는 이후 오른쪽 다리를 부여잡은 채 그라운드에 누워 통증을 호소했다. 뒤로 뛰면서 발을 딛다가 종아리에 통증을 느낀 듯 했다. 트레이너가 달려나와 상태를 확인했지만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 구급차가 그라운드로 들어왔고, 박경수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KT 관계자는 "박경수가 오른 종아리에 통증을 느꼈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정밀 검사는 받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에 따르면 순번이 밀려서 내일 MRI를 찍게 됐다. 부상도 꽤 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강철 감독은 "박경수가 종아리가 터진(파열) 느낌 같다고 했다"며 "남은 시리즈는 출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수에서 맹활약한 박경수의 이탈은 KT 전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KT 주장 황재균은 "(박)경수 형의 부상은 선수들이 의기투합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박경수의 부상이 오히려 팀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었다.

일단 검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KT 우승에 1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18일 경기서 KT가 이기면 한국시리즈는 끝날수도 있다. 팀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은 좋지만 오랫동안 한국시리즈를 기다려온 박경수에게는 아쉬운 한 경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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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가운데)가 17일 한국시리즈 3차전 8회말 수비 도중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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