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좌절·이적 첫 경기 부상... '시련' 딛고 시상대 오른 이들

누리꿈스퀘어(상암동)=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11.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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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큐 K리그2 MVP·득점상·베스트11 공격수 3관왕에 오른 부산 안병준(왼쪽)과 베스트11 미드필더 마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훌륭한 선수들이 많은데, MVP를 받게 돼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단..."

시상대에 오른 안병준(31·부산아이파크)이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눈가에는 잔뜩 눈물이 고였다.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1 대상 시상식에서 '별 중의 별' MVP로 선정된 직후였다.


이날 하루 시상대에 오른 것만 세 번째. 앞서 최다득점상(23골)과 베스트11(공격수)에 선정된 뒤 수상 소감을 밝힐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더구나 지난 시즌에도 이미 수원FC 소속으로 MVP와 최다득점상, 베스트11 3관왕을 이미 경험했던 그였다. 2년 연속 3관왕이라는 K리그2 새 역사를 쓴 역사적인 순간에 눈물을 쏟은 것이다.

눈물의 '진짜 이유'는 시상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야 털어놨다. 뜸을 들이던 그는 "강원FC 메디컬 테스트에서 탈락하고 나서 며칠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생각이 났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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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큐 K리그2 MVP·득점상·베스트11 공격수 3관왕에 오른 부산 안병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안병준의 강원 이적설이 제기된 건 지난해 말이었다. 이미 구단 간 합의를 마치고 메디컬 테스트만 남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런데 메디컬 테스트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강원 입단이 좌절된 뒤 힘겨워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부산이었다. 힘들었던 당시의 심정, 그리고 부산에 대한 고마움이 더해진 눈물이었던 셈이다.


부산 입단 후엔 '또다시' K리그2 무대를 지배했다. 34경기에 출전해 무려 23골 4도움을 기록하며 부산의 공격을 이끌었다. 결국 그는 득점상과 베스트11은 물론 MVP의 영예까지 안았다. 감독과 선수(주장) 투표에선 9표(부산 제외) 가운데 4표씩 받았고, 특히 미디어 투표에서 98표 중 68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덕분에 2년 연속 3관왕(MVP·득점상·베스트11)의 영예를 안았다.

스스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돌아볼 정도의 시련을 딛고 또다시 K리그2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올렸으니, 시상대 위에 오른 뒤 감정이 북받칠 수밖에 없었다.

안병준은 "1년 간 행복하게 축구를 하게 해 준 부산팀에 많이 감사한 마음이 크다. 작년 겨울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에 손을 내밀어주고 믿어준 팀이 부산이었다"며 "덕분에 이렇게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감사함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가겠다. 앞으로도 이 상이 부끄럽지 않도록, 항상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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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큐 K리그2 2021 시상식에서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을 수상한 대전하나시티즌 마사. /사진=대전하나시티즌 SNS 캡처
이날 '시련'을 극복하고 시상대 위에 오른 선수는 또 있었다. 대전하나시티즌의 일본인 미드필더 마사(26)였다. 앞서 지난 10월 안산그리너스전 해트트릭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 일본말 대신 한국말로 "나는 실패한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오늘처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경기가 있다. 승격, 그거 인생 걸고 합시다"라는 인터뷰로 화제가 됐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실 마사도 지난여름 '시련'을 겪었다. 강원에서의 전반기 아쉬움(9경기 출전)을 뒤로하고 반전을 위해 대전에 새 둥지를 틀었지만, 이적 첫 경기부터 상대 태클에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것이다. 좌절감도 컸다. 스스로도 "대전에 와서 첫 경기부터 발목 부상을 당했다. 그때는 정말 이번 시즌이 참 어렵고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한 달여의 재활을 거쳐 복귀한 뒤, 특히 시즌 후반부 4경기에서 무려 7골을 몰아넣으며 대전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시즌 기록은 15경기 9골 1도움이다. 이같은 활약으로 당당히 베스트11 미드필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6명의 감독과 5명의 주장으로부터 선택을 받았고, 미디어 392표 가운데 가장 많은 75표를 받았다. 마사가 대전에서 '반 시즌' 뛴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임팩트가 컸다는 의미다.

시상대에 오른 마사는 "패배자 마사입니다"라는 인사말로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그는 "너무 힘들고 그런 상황에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며 "감독님과 코치님, 에이전트 등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제 정말 중요한 두 경기(승강 플레이오프) 남아 있다. 잘 준비하고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국말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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