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호평 이유, 원작의 힘" [★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1.12.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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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 사진=트리플픽쳐스, 영화사조아
'드라이브 마이 카'를 통해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자타공인 일본의 '젊은 거장'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자신과 영화를 향한 세계의 관심에 "원작의 힘"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아름다운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은 영화에는 그의 소신과 신념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16일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화상 인터뷰를 통해 한국 언론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 분)가 그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 분)와 만나며 자신의 운명과 선택을 돌아보고 희망을 찾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섬세하고 촘촘한 연출이 빛나는 작품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는 등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2014년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인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소설 속에서 인물들이 계속 차를 타고 이동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배경이 계속 바뀌고 움직이는 가운데 가후쿠가 미사키가 대화를 나눈다. 이것을 영화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고, (영화화의) 핵심 포인트로 잡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차 안에서)가후쿠와 미사키가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말을 하게 되면 최대한 솔직하게 털어놓으려고 한다. 두 캐릭터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되는지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다"라며 "원작과 달라진 점도 많지만, 어쨌든 두 인물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놓고 영화를 끌고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원작과 영화를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가후쿠가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가후쿠가 아내인 오토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단순히 회복하는 과정이 아니라 가후쿠가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과정이 중요했던 것 같다. 소설 속에도 나오는 대사 중에 '어떻게 자신을 바라보고 마주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게 너무 강렬하게 남아있었다"라고 말했다.

원작자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이 없고 얘기를 나눠본 적은 없다. 영화화를 위해서 판권 허락을 맡을 때 편지도 드리고, 시나리오도 보내드렸는데 작품에 대해 따로 말씀을 주신 건 없다"라며 "그런데 어떤 기사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이 사모님과 극장에 가서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셨다고 하더라. 재밌게 보셨고, 특히 '어디에서 어디까지 내가 쓴 부분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하신 걸로 들었다. 저한테는 최고의 칭찬인 것 같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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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 사진=영화사조아, 트리플픽쳐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일본, 한국,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권의 여러 배우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 주인공인 '가후쿠'가 아내의 죽음 이후 2년의 세월이 흐르고, 지방 연극제의 연출가로 초청받아 아시아 각국의 배우들과 함께 연극을 준비하는 것. 그들 중에는 아내의 외도 상대였던 일본 남자 배우도 있고,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해 수어를 사용하는 한국 여성 배우도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다국어 배우들과 다언어 연극을 하는 설정이어서 배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3시간짜리 영화 치고는 배우가 많은 건 아닌데 캐릭터 하나하나가 입체적으로 두드러지게 표현돼서 배우가 많다고 느껴진 것 같다. 연출가인 가후쿠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설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부터 대만, 필리핀 등 아시아권 배우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지리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래 이 영화는 부산 로케이션을 계획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라며 "하지만 부산에서 찍기로 했을 때 만났던 한국의 배우들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캐릭터를 그대로 살리면서 히로시마로 장소만 변경해 작업하게 됐다 "라고 비하인드를 덧붙였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 출연한 한국 배우들 중 박유림 배우의 수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수어 설정을 사용한 목적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청각 장애인을 다뤘던 작품을 접하고, 직접 만나봤을 때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외국 사람과 만나서 소통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하게 전해지는 게 있다고 느꼈고, 하나의 언어로 머무는 게 아니라 문화와도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래서 다언어 연극을 하면서 수어도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상적인 신으로 만들어진 건 박유림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주셨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연습을 많이 해주셨고, 덕분에 영화에도 잘 나오게 돼서 감사드린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렇듯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줄곧 '드라이브 인 마이 카'의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배우들이 서로 연기를 주고받으면서 나오는 시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볼거리에 대해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연 배우인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뉴욕타임즈에서 올해의 배우로 꼽힌 데 대해 "당시 일본에서 인터뷰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소설에서 쓴 문장들을 배우들이 체화시킨 작품이 '드라이브 마이 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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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 / 사진=영화사조아, 트리플픽쳐스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수상과 더불어 '드라이브 마이 카'는 제42회 보스턴비평가협회상, 제86회 뉴욕비평가협회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또한 2022 제79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 2022 제27회 크리틱스초이스시상식에서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과 후보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물론 상을 받는 것은 너무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세계의 관객과 비평가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잘 모르겠다. 단, 이 작품이 이렇게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부분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이라는 부분이 큰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은 전 세계적으로 팬이 많은 작가다. 그의 골수팬들은 제 영화를 보고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이렇지 않아'라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다. 그러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에게 제 영화를 보시고 응원해 주시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원작을 영화로 표현함에 있어서 제 나름대로 만족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아시아 영화에 대해 전 세계가 보여주는 관심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봉준호 감독 등을 비롯한 선배 감독님들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이에 '드라이브 마이 카'에 대한 좋은 평가도 이뤄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제에 돌아다니다보면 아시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걸 체감한다. 저도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계속 만들어낼 텐데 아시아 영화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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