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감독 "이준호X이세영, 희한한 장난도..웃다가 정신 못 차려"(인터뷰②)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2.01.1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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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정지인 감독이 '옷소매 붉은 끝동'의 주연 배우 이준호, 이세영의 현장 모습에 대해 대본을 완벽 숙지하는 프로페셔널함과 장난기 넘치는 이면을 공개했다.

정지인 감독은 12일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연출 정지인, 극본 정해리, 이하 '옷소매') 종영 소감을 서면 인터뷰로 전했다.


'옷소매'는 왕세손 이산(이준호 분)과 궁녀 성덕임(이세영 분)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영조의 손자로 비애를 겪는 이산을 덕임이 위로하며 둘은 애틋한 사랑으로 발전, 이산이 정조가 된 후 덕임을 후궁으로 맞이했다. 그러나 덕임은 의빈 성씨가 된 이후 자식과 친구를 연달아 잃었고, 자신마저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정조는 마지막 순간까지 꿈에서 의빈 성씨를 생애 가장 사랑했던 여인으로 그리워하며 아련한 '새피엔딩'(새드+해피엔딩)을 보여줬다.

강미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옷소매'는 전국 시청률 5.7%로 시작해 방송 4주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 지난 1일 방송된 17회 마지막회가 시청률 17.4%(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순간 최고 19.4%를 기록했다. 이는 MBC 에서 6년 만에 시청률 15%를 넘긴 드라마이자, 2021년 방영된 MBC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 작품이다. '옷소매'는 작감배(작가, 감독, 배우)의 삼위일체가 잘 어우러진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호평을 받고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옷소매'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조사한 TV화제성 지수에서 드라마 부문 8주 연속 1위를 차지, 방영 내내 화제성을 독점했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도 이세영과 이준호가 6주 연속 1, 2위를 수성했다.


이준호는 '옷소매' 시청률 15% 돌파 공약에 따라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곤룡포를 입고 2PM '우리집' 춤을 추기로 했다. 이세영, 강훈(홍덕로 역), 장혜진(서상궁 역)도 동반 출연해 이준호와 '우리집' 춤을 선보일 예정. MBC 박성제 사장 또한 '옷소매' 시청률 15% 돌파 공약을 공언한 바, "훌륭한 드라마를 시청자들께 선보일 수 있어서 사장으로서 너무 감사하다"라며 "현재 해외여행은 힘드니 국내여행으로 돌리거나 나중에라도 갈 수 있도록 여행 상품권 같은 옵션을 붙여 시청률 공약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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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옷소매'는 이산과 덕임의 절절한 서사와 더불어,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예쁜 연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정지인 감독은 연출에서 신경 썼던 부분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궁궐이 빛바랜 느낌의 옛날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생활하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생생한 공간을 바탕으로 산과 덕임을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실제로 존재하면서 생생한 감정을 전해주길 바랐다"고 밝혔다.

이어 "5회 엔딩에서 시경을 낭독하던 중, 영조의 난입 이후 덕임이 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엔딩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 전개상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고 산과 덕임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동궁 처소 세트가 세워지자마자 두 사람의 위치를 어디에 놓을 지 고민했고,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에게 그림자를 이용한 투샷을 꼭 찍겠다고 했다. 그림자 때문에도 그렇고 초반의 세트 촬영이라 조명과 촬영장비 세팅도 한참 걸렸다"고 말했다.

정지인 감독은 당시 촬영 상황에 대해 "점심 먹고 리허설을 시작해서 밤 1시가 꼬박 넘어 촬영이 끝난 후에 세영 씨랑 준호 씨가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저한테 와서 셋이 부둥켜 안았다. 셋 다 완전히 지쳐 있는 상태로 얼싸 안고 너무 고생했으니 빨리 퇴근하자고 했다. 그 와중에도 둘 다 저한테 만족스럽게 나왔냐고 물어보더라. 설레는 감정에서부터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충심과 연심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릴레이를 배우들 모두가 훌륭하게 소화한 덕분에 저에게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다. 드라마의 수많은 엔딩 중 초반에 찍은 만큼 더욱 애착이 간다"고 전했다.

'옷소매'에 대한 글로벌 반응이 뜨겁다. 정지인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반응으로 "저희 음악 중 하나를 리코더로 연주해 올리신 분이다. 그날 듣자마자 폭소했고 음악감독님께 바로 보내드렸더니 엄청나게 감동하신 게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갓지인'이라는 호칭도 인상적이었다. 어느 날 현장에서 준호 씨가 그렇게 부르길래 왜 저러나 했다. 참 부끄러운데 살면서 언제 그런 호칭을 들어볼까 싶어서 누구 말처럼 당분간은 즐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촬영 중에 출판사와 강미강 작가님이 커피차 등을 보내 현장을 응원해 주신 덕에 많은 힘이 됐다. 그 외에 따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 첫 방송 전에 너무 떨려서 막상 방송을 보시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다. 지금쯤은 보시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한 번 이런 좋은 원작의 영상화를 허락해 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원작자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정지인 감독이 현장에서 본 이준호, 이세영의 모습을 어땠을까. 그는 "이준호, 이세영 두 배우는 쉽게 만족하지 않는 배우들이다. 배려심도 많고 상대방과의 연기 합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감독의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었다"며 "특히 멜로물에서는 두 배우의 합과 케미가 중요한데, 세영 씨와 준호 씨는 리허설 중 끊임없이 상의하며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할 지에 대해 상대방과 맞춘다. 물론 그 사이에는 세상 희한한 장난도 섞여 있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웃다가 정신 못 차리는 적도 많았다. 새삼 저렇게 장난 치다가도 슛을 들어가면 산과 덕임이 돼 초집중하는 모습에 언제나 감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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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에 대해선 "장난스러운 모습과는 다르게 세영 씨는 절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언제나 들고 다니며 뭔가를 잔뜩 적어놓고 리허설 중에도 계속 메모를 하더라. 스스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제가 오케이를 해도 다시 찍고 싶다고 꼭 얘기를 한다. 이유가 명확하고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배우의 요구를 거절할 감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모니터링은 따로 하지 않는다. 이유를 물어보면 감독님이 알아서 할 테니 본인은 안 봐도 된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감독에게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안겨주는 연기자"라고 극찬했다.

이준호에 대해선 "준호 씨는 현장에서 어지간하면 대본을 보지 않았다. 언제나 완벽하게 숙지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고 모든 걸 준비해서 현장에 나타난다. 대사를 외우는 게 어렵다고 얘기하면서도 긴 대사량을 막힘 없이 술술 하면서 감정 연기도 섬세하게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물어본다. 본인 연기가 어땠는지에 대해. 너무 좋았고, 오늘 이 씬 완전 찢었고 아까 찍은 그 커트는 꿈 속에 나오겠다고 얘기해도 언제나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 내가 뭘 놓친 게 아닌지 편집실에 가서 또 확인하게 만드는 연기자"라고 칭찬을 이었다.

정지인 감독은 "두 배우 모두 성실하고 연기 감각이 훌륭하며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다. 이번 작품이 아니었어도 빠른 시일 내로 흥행 대표작이 풍성하게 쌓일 배우라고 생각한다.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었다. 둘 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 지 너무 기대가 되고 언젠가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옷소매' 속 이산은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선보인 왕 중 가장 설레는 로맨티시스트로 그려졌다. 이와 관련 정지인 감독은 "원작과 기록에 충실한 이산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만큼 남에게 엄격하고 곁을 쉽게 내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준호 씨와 초반에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의논을 하면서 워낙 자료가 많은 실존인물이고 사람들의 기대치가 큰 만큼 그런 기록들 속에서 준호 씨의 이산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타고난 왕의 위엄을 위해 자세나 생활습관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현장에서 매 순간 자세를 고쳐 잡고 있더라.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올까 걱정을 하면 언제나 괜찮다고 얘기하는 게 신기했다. 세손 시절부터 왕으로의 세월 변화를 발성과 톤을 조절해 표현하는 건 순전히 준호 씨의 몫이었다.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톤 변화를 주면서 시간의 변화를 표현해냈다. 이 작품을 기획할 때 어떤 이산을 그렸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그냥 이준호가 이산이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어 그는 "로맨틱한 부분은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다. 오히려 예전에 이서진 씨가 연기한 정조 이산이 훨씬 로맨틱한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옷소매'의 산은 쉽게 곁을 주지 않는 경계심 많은 인물이다. 그러나 '나의 사람'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마음의 빗장을 푸는 사람이다. 산이 덕임을 마음 속에 들이는 순간부터 준호 씨의 눈빛은 이전과 다르다. 후반부로 갈수록 덕임을 열망하고 깊어지는 산의 마음에 따라 그 눈빛은 점점 애처로워진다. 그리고 이에 대한 덕임의 반응은 오로지 세영 씨의 몫이었다. 산에 대한 연모하는 마음과 본인의 소소한 일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덕임의 처지를 세영 씨는 처연한 눈빛과 미세한 몸짓으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모진 말로 서로를 상처 주는 와중에도 산과 덕임의 눈은 서로를 향한 진짜 마음이 우러나온다. 두 배우의 눈빛이 화면 속에 잘 담아지면서 많은 시청자들을 가슴 설레게 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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