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안 피곤해? 최고참·막내 나와" 돌발 주문, 새 이방인 첫 인사부터 강렬했다 [★거제]

거제=김우종 기자 / 입력 : 2022.02.1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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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클레멘츠(왼쪽) 한화 이글스 수석코치가 지난 9일 경상남도 거제시 하청스포츠타운에 차린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과 처음 만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공식적으로 처음 마주한 자리. 하지만 이방인의 눈과 입은 냉철하고 날카로웠다. 그 주인공은 올 시즌부터 새롭게 한화 이글스 수석코치로 부임한 웨스 클레멘츠(64·미국)다.

한화는 올 시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함께할 수석코치로 웨스 클레멘츠 코치를 영입했다. 대신 지난 시즌 수석코치로 활약했던 대럴 케네디 코치는 작전 · 주루(3루)로 보직이 변경됐다.


한화는 앞서 클레멘츠 코치 영입 배경에 대해 "수베로 감독의 야구관과 구단의 리빌딩 진행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 마이너리그 타격코치 경험도 있는 만큼, 김남형 신임 메인 타격 코치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클레멘츠 수석코치는 밀워키 브루어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에서 마이너리그 코치 및 감독으로 경력을 쌓았다. LA 지역 ESPN 등 TV·라디오 해설 위원으로도 20년 넘게 활동했다.

그래서인지 취재진과 첫 공식 인터뷰에 임한 클레멘츠는 해설위원 출신답게 차분하고 조리있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그는 10일 거제 하청스포츠타운에서 "수베로 감독과 매일 전화와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현재까지 그가 특별히 내린 지시사항은 없다. 20년 넘게 함께한 사이다. 야구인으로 서로 존중하는 관계다. 올 시즌 좀더 나은 팀으로 나아가기 위해 의사소통을 하면서 노력 중"이라 말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은 클레멘츠가 수석코치로 부임하기 전부터 많은 데이터를 공유하며 긴밀하게 소통했다. 이미 그는 한화라는 팀에 대해 많이 파악한 상태였다.


클레멘츠는 자가 격리를 마친 뒤 전날(9일) 처음으로 캠프에 합류해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그는 통역을 통해 "수베로 감독에 대해 잘 아는데, 여러분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생각하는 감독이다. 나를 포함한 다른 코치들도 같은 생각"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갑자기 그는 "최고참, 그리고 가장 어린 선수가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한화의 최고참인 정우람과 2022 시즌 신인 박준영이 손을 들었고, 클레멘츠는 이들을 향해 앞으로 나오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클레멘츠는 선수단을 향해 강렬한 직언을 날렸다.

"선수는 모두 동등한 위치다. 야구장에서만큼은, 야구와 관계된 일을 할 때만큼은 나이와 관계없이 동등하다. 고참도 어린 선수에게 조언할 수 있고, 어린 선수도 고참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한국에 올 때 누군가 내게 기사를 하나 보여줬다. 내 사진이 너무 못 생기게 나와 신경이 쓰였지만, 더욱 신경 쓰이는 대목이 있었다. 그건 바로 한화 이글스가 상대 팀에게 승수를 쌓게 해주는 팀이라는 평가였다"며 돌직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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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츠 한화 수석코치가 "못 생기게 나왔다"고 밝힌 바로 그 사진.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 화장실서 급하게 찍었다는 후문이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클레멘츠는 "꼴찌, 그리고 못하는 팀이라는 선입견이 피곤하지 않냐고 여러분들한테 묻고 싶다. 그런 오명을 벗으려면 야망과 꿈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코칭스태프가 지원을 해줄 수 있다"면서 "어려서 이기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말자. 그건 변명에 불과하다. 어리면서 이기는 팀이라는 게 이제부터 기사에 나갈 내용이다. 여러분은 굉장히 좋은 재능을 갖고 있다. 야구장에서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실력을 향상시키길 바란다. 첫 번째 목표는 첫 경기를 이기는 것, 그 다음 목표는 그 다음 경기를 이기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항상 이기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많은 의미가 남긴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선수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이런 메시지를 전했던 걸까. 10일 만난 클레멘츠는 "지인이 한국에 오기 전 기사를 하나 보내줬다. 내가 한화로 간다는 내용과 함께 매년 꼴찌였던 팀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선수들한테 물어봤다. 언제까지 꼴찌를 할 것인가라고…. 바꿔야 할 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선수들이 변화를 원한다면 노력해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자극을 받아 선수들이 바뀌려고 노력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올해 꼴찌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한화의 마지막 우승은 1999년. 최근 3년 간 한화는 9위-10위-10위라는 성적을 냈고, 올 시즌에도 하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수베로 감독 부임과 함께 리빌딩 과정을 겪고 있는 한화는 올해도 그 기조를 이어간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클레멘츠 수석코치는 승리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수베로 감독은 리빌딩이라는 과제와 함께 선수들한테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첫 경기든, 둘째 경기든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는 것이다. 나이가 많든지 적든지, 잘하는 선수가 경기에 출전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목표는 승리다. 같은 기대 속에서 잘하는 선수가 무조건 경쟁서 앞서갈 것이다. 선수단 모두 동등한 위치서 경쟁할 것"이라 재차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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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클레멘츠 한화 이글스 신임 수석코치.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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