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 정규 컴백 글렌체크 "느낌을 따르니 맞는 길에 도달"[★FULL인터뷰]

공미나 기자 / 입력 : 2022.03.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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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EMA


2인조 일렉트로닉 밴드 글렌체크(김준원, 강혁준)가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이들이 9년 만에 들고 온 정규앨범인 3집 '블리치(Bleach)'는 내면의 강박과 두려움을 씻어내고 완성한 앨범이다.

앨범 발매 전 서울 마포구 EMA 사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글렌체크는 "다시는 공백기를 갖지 않으려 한다"고 첫마디를 뗐다.


2011년 첫 EP '디스코 엘리베이터(Disco Elevator)'로 데뷔한 글렌체크는 세련고 탄탄한 사운드로 등장과 동시에 많은 주목을 받은 밴드다. 음악은 물론 영상, 패션 등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만의 색깔을 내왔다. 2013년과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을 2년 연속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커졌다. 이들에게는 언젠가부터 더 뛰어난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김준원은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며 "어느 날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고민을 내려놓기 위해 이들은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게 뭐지?'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김준원은 이러한 생각을 글로 정리했고, 이를 토대로 앨범을 만들었다.


내려놓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강박을 버리니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준원은 "앨범을 만들고 확신이 더 생겼다"며 "당장 리스크를 안고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 느낌을 따르는 게 무조건 맞는 길이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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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EMA


그래서 앨범 제목도 표백이라는 의미의 '블리치'다. 고민의 모든 것을 거둬내고 새롭게 시작했다.

음악을 만드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전 앨범들은 콘셉추얼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만들어졌다면, 3집은 "콘셉트가 없는 게 콘셉트"다. 본능에 따라 음악을 만들었다는 글렌체크는 "우리의 스타일을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구성했다"고 얘기했다.

"콘셉트를 짜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고민이 집착이 되고, 집착 때문에 작업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어요. 이번엔 그걸 깨고 모든 걸 내려놨어요. 그리고 그게 주제가 됐죠."

앨범에는 90년대 미국 록 음악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다이브 베이비, 다이브(Dive Baby, Daive)', 2000년대 초반 슈게이징 사운드 영향을 받은 '블러시'(Blush), 이탈리아 디스코 사운드와 현대 팝을 조합한 느낌이 드는 '신스(Sins)', 글렌체크의 음악적 실험을 보여주는 시리즈 트랙인 '롱 스트레인지 데이스 파트.2(Long Strange Days Pt.2)' 등 다양한 장르의 13곡으로 가득 채워졌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팝이지만, 곡 별로 장르가 모두 달라요. 같은 록이라도 영향을 받은 시대가 달라서, 그 음악을 안다면 어느 시대의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요."

평소 공연을 자주해 온 이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이 어려워진 시국은 많이 아쉽기만 하다. 공연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들은 이번 앨범으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영상화 작업이다. "음악과 비주얼은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글렌체크는 이번 활동 전곡을 영상화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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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EMA


앨범 발매와 함께 '화이트 래빗'을 앞세운 NFT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음악에 담은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기 위해 시각화를 택했고, 이 생각은 NFT까지 이르렀다. 2017년 내놓은 미니앨범 '더 글렌체크 익스피리언스'(The GlenCheck Experience) 수록곡 '팔로우 더 화이트 래빗'을 떠오르게 하는 이 '흰 토끼'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주인공이 흰 토끼를 쫓아가다 토끼굴에 빠져 신비로운 세계로 인도되는 장면을 떠올렸어요. 흰 토끼가 모든 것의 시작점이죠. 흰 토끼처럼 어떤 느낌을 따라가는 것이 인생의 열쇠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2011년 데뷔해 어느덧 12년 차 밴드가 됐다. 20대 초반 음악을 시작했던 이들은 이제는 30대가 됐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이들은 힘을 빼고 유연하게 음악 하는 법을 깨우쳤다.

"이전에는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준비가 다 돼야 나올 수 있었어요. 이제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어요. 공백을 줄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이제 앞으로 더 재밌게 음악을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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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EMA


공미나 기자 mnxoxo@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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