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절망시킨 '통곡의 벽'... 벤투호 '대체 불가' 존재감 [★상암]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김민재가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야말로 '통곡의 벽'이었다. 한국 골문을 두드리던 이란 공격진은 번번이 김민재(26·페네르바체)의 벽에 절망만 느꼈다. 그가 교체된 직후 수비진이 급격히 흔들린 것을 돌아보면 그의 '대체 불가'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졌다.

김민재는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에 선발로 출전해 후반 34분까지 무실점으로 상대 공격을 틀어막았다. 경기 전부터 경계대상이었던 '이란 메시' 사르다르 아즈문(27·레버쿠젠)의 존재감을 지워버린 활약이었다.


경기 초반 스스로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생긴 실수들이 종종 나오긴 했지만, 그라운드 적응을 마친 뒤에는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이날 이란이 호시탐탐 한국 수비의 빈틈을 찾다가도 번번이 무위로 돌아간 건 김민재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었다.

특히 아즈문과 맞대결에선 사실상 압승을 거뒀다. 아즈문이 자신의 스피드를 살려 공격을 전개하려 할 때마다 김민재가 번번이 한 발 앞서 공격을 차단했다. 결국 아즈문은 김민재와 맞선 시간 동안 단 1개의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두 차례 오프사이드에 그쳤을 뿐이었다.

비단 '이란 메시'와 맞대결뿐만이 아니었다. 상대의 롱패스가 한국 진영으로 넘어올 때마다 번번이 그가 헤더로 걷어냈다. 후방에서 보여주는 워낙 압도적인 수비에 6만여 관중들도 신이 났다. 김민재가 단단한 수비를 펼치거나 공중볼을 처리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경기장을 메웠다. 공격이 아닌 수비 장면에선 이례적인 분위기였다.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 김민재(왼쪽)가 아즈문과 경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가 교체될 때 관중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진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이날 그는 후반 34분 박지수(김천상무)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경기 내내 상대 공격을 막은 뒤 자주 불편함을 느끼는 모습이었던 터라 결국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결국 그를 불러들였다. 골이나 어시스트 등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 쏟아지던 기립박수가 수비수인 그에게 쏟아졌다.

김민재의 존재감은 그가 빠진 뒤 오히려 더 두드러졌다. 시종일관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던 아즈문의 첫 슈팅이 나온 것도 김민재가 빠진 뒤였다. 이후에도 한국은 막판 10분 동안 이란의 공격 실점 위기를 맞았다. 알라햐르 사야드마네시를 완전히 놓쳐 골키퍼와 일대일 위기를 맞았던 장면 역시 김민재가 교체된 뒤에 나왔다. 그가 현재 벤투호에서 대체 불가 1순위 자원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장면들이기도 했다.

다행히 상대의 결정력 부족으로 실점 위기를 피한 한국은 손흥민(토트넘)과 김영권(울산현대)의 연속골을 지켜내며 이란을 2-0으로 완파했다. 한국이 이란을 꺾은 건 11년 만이자 8경기 만이다. 이란을 제치고 조 선두까지 올라서는 '겹경사'까지 맞았다. 앞선 7차례 맞대결에서 6경기나 실점을 허용했던 이란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치른 게 이란전 징크스 탈출의 밑바탕에 있었다. 그 중심에 단연 김민재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주말까지 경기를 치르고 온 선수들이 있어 완벽한 회복은 어려웠다. 손흥민이나 김민재, 황의조(보르도) 등 유럽파들이 이러한 상황이 많았다. 그래서 정신력이 중요했는데, 경기 내내 선수들의 정신력이 강했다"며 "다들 보셨겠지만 김민재는 경기 중 문제를 느껴서 교체를 결정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늘 팀을 도우려고 하고, 좋은 태도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