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받은 '미스터 OB' 사인, 오랜 팬은 끝내 울었다

잠실=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04.03 08:14
  • 글자크기조절
image
왼쪽 사진) 임정은 씨(오른쪽)이 김형석에게 사인을 받고 있다. / 오른쪽 사진) 김형석의 사인이 담긴 1995년 OB 팬북. /사진=양정웅 기자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어느덧 시간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그러나 그 시절 좋아했던 선수 앞에서는 여전히 수줍은 소녀가 됐다.

두산 베어스의 오랜 팬인 임정은(41) 씨는 2일 한화 이글스와의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개막전 홈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잠실야구장을 방문했다.


이날 잠실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찾았다. 구단 창단 40주년을 맞아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시대별 스타 선수들이 시구에 나선 것이다. 박철순(66)과 김형석(60), 홍성흔(45), 더스틴 니퍼트(41)가 나란히 마운드 앞에 서서 후배들을 향해 공을 던졌다.

특히 임 씨는 박철순과 김형석의 등장에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초등학생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동대문야구장에 다녔던 임 씨는 그 시절 OB 베어스의 스타플레이어였던 두 선수를 오랜 시간 지켜봐 왔다. 그는 두 레전드가 팬들에게 인사할 때 소장하고 있던 1995년 구단 팬북을 들고 응원하기도 했다.

image
1995년 OB 팬북 속의 김태형 감독. /사진=양정웅 기자
임 씨는 "팬북 속에는 김태형(55) 감독님과 박철순 투수, 그리고 제가 좋아했던 김형석 타자가 날씬한 모습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저도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있는 중인데, 중후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반가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한화 팬인 친구와 함께 경기를 관전한 임 씨는 팬북 외에도 세월이 묻어나는 소장품 하나를 더 들고 왔다. 바로 OB 마스코트가 새겨진 김형석의 사인볼이었다. 그는 "1993년쯤 받은 것으로 안다"며 자신의 기억을 더듬었다.

image
임정은 씨가 1993년경 받았다는 김형석의 사인볼. /사진=양정웅 기자
'미스터 OB'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김형석은 남자다운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3년에는 147개의 안타로 최다안타왕에 등극했고, 1995년에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OB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은퇴 후 아마추어 코치와 KT 위즈 퓨처스 타격코치 등을 거쳤던 김형석은 현재 OB 시절 팀메이트였던 신경식(61)이 감독으로 있는 독립야구단 성남 맥파이스의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1997년 OB와 결별한 후 이듬해 현역 생활을 마친 김형석은 이날 오랜만에 잠실야구장을 방문했다. 그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온 게) 20년 정도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현역 시절 어린 딸과 잠실야구장을 찾았던 김형석은 어느덧 그 당시 딸의 나이와 비슷한 손녀가 있는 할아버지가 됐다.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김형석은 "선수 시절 개막전 할 때 더그아웃에서 앉아 있는 그런 모습도 생각나고 한다"며 회상에 빠지기도 했다.

임 씨의 이야기를 전해주자 김형석은 "와, 너무 고맙네요"라며 미소지었다. "세월이 오래 흘렀는데도 기억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한 그는 "그때는 OB였지만 지금 두산까지도 팬일 거라고 믿는다"며 연거푸 고마움을 표시했다.

image
김형석이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의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개막전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인터뷰 직후 임 씨가 김형석이 앉아있는 자리에 찾아왔다. 감격에 찬 표정으로 임 씨는 사인볼과 팬북에 김형석의 사인을 새로 받았다. 29년 만에 새로 받게 된 것이었다. 김형석과 사진까지 찍은 임 씨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베어스와 함께한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2022년 두산을 응원했다. 임 씨는 "두산은 워낙 리그 우등생이기 때문에 해오던 대로 잘 되면 좋고, 아니라도 차세대 유망주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보겠다"며 소망을 밝혔다.

대선배 김형석 역시 "저희 때보다는 여건이나 운동장 환경 등 여러 가지가 좋아졌다"며 "이제 야구만 잘하면 돈과 명예가 따라오는 여건이 돼 있으니, 열심히 해서 안 다치고 오래오래 했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image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두산 베어스 대 한화 이글스의 개막 경기, 베어스의 시대별 스타들인 박철순(왼쪽부터), 김형석, 홍성흔, 더스틴 니퍼트가 동반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자 프로필
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양정웅 기자입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팩트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