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지 못한 설움에 '합숙' 자청... 간절함이 만든 감격의 '첫 승'

수원=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4.0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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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수원FC 전 승리 후 원정 응원 온 성남 서포터스와 기념 사진을 촬영한 성남FC 선수들. /사진=성남FC SNS
프로축구 성남FC가 무승의 사슬을 끊어냈다. 지난 2월 20일 개막전 패배 이후 42일 만이자 개막 7경기 만이다. 그동안 K리그1에서 유일한 '무승' 팀이었는데, 비로소 그 흐름을 끊어내고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김남일(45)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지난 2020년 김 감독 부임 이후 한 경기에서 3골 이상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자, 구단 역사상 K리그에서 4골 이상 넣은 건 2015년 대전 원정(4-1) 이후 7년 만이다.


개막 6경기 연속 승리가 없을 만큼 부진했던 흐름을 끊어낸 승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앞서 성남은 강원과 울산, 대구, 인천에 지고 서울, 수원삼성과 비겼다.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유일하게 이겨보지 못했던 굴욕적인 꼬리표를 이날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아직 이겨보지 못한 설움에 선수단이 '합숙'까지 자청한 끝에 이룬 성과였다. 김남일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한테 특별하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압박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뭔가를 얘기하는 것보다 지켜보고 있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자청해서 합숙까지 했다. 그만큼 첫 승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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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성남FC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합숙까지 자청할 정도의 간절함은 고스란히 그라운드 위에서도 나왔다. 전반 4분 만에 뮬리치의 선제골로 앞서 간 성남은 수원FC의 끈질긴 추격에도 곧장 추가골로 응수하며 리드를 유지해갔다. 이날 성남은 세 차례나 동점골을 실점했는데, 자칫 분위기를 빼앗길 위기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결국 후반 41분 미드필더 김민혁의 결승골이 두 팀의 운명을 갈랐다.


최종 스코어 4-3. 성남의 시즌 첫 승을 알리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첫 승을 위해 90분 내내 그야말로 절실하게 뛰었다는 방증이었다. 원정 응원에 나선 성남 서포터스석에선 그런 선수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그간의 근심을 털어낸 김남일 감독의 표정도 마침내 밝아졌다. 김 감독은 "오랜만에 이겨서 벅차다. 팬분들께 기쁨을 선사해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굉장히 강했던 경기였다. 부임 3년째 한 경기에서 2골 넘게 넣은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저한테도 역사적인 날인 것 같다. 선수들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첫 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기에 성남 입장에선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가 됐다. 이날 수비진을 책임진 동명이인 수비수 김민혁은 이적 후 처음 선발로 나서 수비진을 지켰고, 역시 시즌 첫 선발이었던 안진범도 선제골 과정에서 결정적인 침투패스로 기점 역할을 한 데다 박수일의 세 번째 골은 직접 어시스트까지 하며 활약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뮬리치는 한 달 만에 골 맛을 봤고, 여기에 이적시장 막판 영입한 공격수 팔라시오스나 이종호 등 새로운 공격 자원들에 거는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 요소가 많아진 셈이다. 김남일 감독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전제 조건은 이날 보여준 경기력과 정신력을 앞으로도 경기장 위에서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팬들의 기대 역시 다르지 않다. '이런 축구를 보고 싶었다'. 이번 시즌 성남 구단 SNS에 처음 올라온 이른바 '위닝샷'에 한 성남 팬이 선수단을 향해 전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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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수원FC 전 승리 후 라커룸에서 이번 시즌 첫 위닝샷을 촬영한 성남FC 선수들. /사진=성남FC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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