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형에게 뒤통수 '퍽' 맞았다, 그래도 "은퇴식 이겨 좋아" [★잠실]

잠실=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04.0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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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원준(왼쪽)이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개막 2차전 홈 경기에서 시구에 나선 유희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함께 울고 웃었던 친한 선배가 마운드를 떠나는 자리. '토종 에이스' 최원준(28·두산)은 끝까지 웃음으로 이별을 대신했다.

최원준은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개막 2차전 홈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올 시즌 첫 출격이었다.


이날은 '느림의 미학' 유희관(36)의 은퇴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느린 공으로도 정상급 투수가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남긴 유희관은 통산 101승을 거두며 두산 역사에 남을 선수가 됐다.

유희관과 최원준은 8살 차이지만 절친한 선·후배다. 지난해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치른 최원준은 힘들 때마다 유희관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최원준은 "(유희관이) 대단한 선수였다는 걸 실감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유희관 역시 최원준을 '많이 예뻐했던 후배'라고 소개했다. 잔소리를 많이 했지만 그만큼 애정이 훨씬 많았다. 은퇴 소식이 전해진 후 가장 먼저 연락한 선수도 바로 최원준이었다.


은퇴식을 위해 경기장을 찾은 유희관은 선발투수로 출격하는 최원준을 만나 "나 은퇴식 하는데도 못 던지면 안 좋은 분위기에서 은퇴해야 하니까 꼭 잘해라"는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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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사진=두산 베어스
절친한 선배의 부탁을 지키기 위해서였을까. 이날 최원준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단 하나의 사사구도 내주지 않았다. 한화 타자들은 6회 마이크 터크먼(32)의 2루타를 제외하면 한 번도 득점권에 나가지 못했다.

7회 홍건희(30)에게 마운드를 물려줄 때까지 최원준은 6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선배가 원하던 최고의 피칭을 선사했다.

타선은 전반적으로 침묵을 지켰지만 주장 김재환(34)이 4회 말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필요한 딱 1점을 얻어냈다. 불펜진의 호투까지 이어지며 두산은 1-0으로 승리, 동료가 떠나는 길에 꽃을 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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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 유희관이 장난을 치는 최원준을 장난스레 터치하고 있다. / 오른쪽 사진) 유희관과 최원준이 진한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BEARS TV 캡처
경기 후 열린 유희관의 은퇴식, 최원준을 비롯한 두산 선수단은 마운드에서 헹가레를 쳐준 후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별의 순간에도 미소를 짓게 하려고 했을까, 최원준은 유희관이 다가오자 일부러 외면하는 척을 했다. 유희관도 장난스레 최원준의 뒤통수를 때렸고, 두 사람은 포옹으로 작별을 고했다.

최원준은 "희관이 형이 부담을 많이 줬는데, 처음이자 마지막 은퇴식을 앞두고 승리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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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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