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삼성 그레인키', 1300일 기다림→7번째 선발승 수확 [★잠실]

잠실=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04.0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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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삼성 양창섭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OSEN
3년 6개월 22일. 그 오랜 시간을 기다린 삼성 라이온즈 우완 양창섭(23)이 감격의 선발승을 거뒀다.

양창섭은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경기에서 삼성의 선발투수로 출격했다.


올 시즌 첫 등판에 나선 양창섭은 두산 타선을 잘 요리해나갔다. 1회와 2회 모두 안타를 허용했지만 산발타로 마무리했다. 4회에도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고도 강타자 호세 페르난데스(34)를 병살타로 처리했다.

양창섭의 호투 속에 삼성 타선도 5회 초 상대 실책에 편승해 2득점, 리드를 만들어줬다. 어깨가 가벼워진 그는 5회 말을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었다.

순항하던 양창섭은 6회 들어 경기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첫 두 타자를 잘 잡았지만 허경민(32)의 중전 안타와 김인태(28)의 볼넷으로 1, 2루를 내줬다. 이어 등장한 페르난데스는 우측 파울홈런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결국 1루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7회 시작과 함께 좌완 이재익으로 교체된 양창섭은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투구를 마쳤다. 속구 최고 시속은 146km까지 나왔고, 슬라이더 역시 상대 타선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았던 권혁 SPOTV 해설위원은 "마치 베테랑이 투구하는 것 같다"는 칭찬을 하기도 했다.

경기 후 양창섭은 "직구가 원하는 대로 가지 않았다. 경기를 하며 고쳐야겠다"며 "오늘은 슬라이더가 잘 돼서 경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었다"며 투구를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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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양창섭(왼쪽)이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후 허삼영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OSEN
누구에게는 그저 호투라고만 여겨질 수 있는 선발 등판, 그러나 양창섭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무려 1281일 만의 선발 등판, 그리고 1300일 만에 나온 통산 7번째 선발승이었다.

2018년 고졸 신인으로 데뷔한 그는 첫 시즌부터 17번의 선발등판을 경험하는 등 일찌감치 1군에 자리잡았다. '삼성의 미래'라는 평가도 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9시즌 스프링캠프 기간 팔꿈치 수술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양창섭은 부상의 굴레에 빠졌다. 3년 동안 팔꿈치와 허리, 어깨에서 돌아가며 통증이 발생했고, 1군에서는 단 16경기에서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후 결혼과 함께 등번호를 1번으로 바꾼 양창섭은 오랜만에 아프지 않은 몸 상태로 시즌을 준비했다. 당초 선발 로테이션 진입에 실패했지만 시즌 개막 직전 백정현(35)과 장필준(34), 두 투수가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첫 등판부터 완벽한 투구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허삼영(50) 삼성 감독은 경기 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 헌신하는 선수 모두를 칭찬하고 싶다"며 특히 "두산전 첫 승을 거둔 양창섭에게 각별히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선발진 탈락 후 "아쉬움보다는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는 양창섭은 "오랜만의 선발승이다. 너무 좋았다"며 등판 소감을 밝혔다. 오랜 재활을 거쳤던 그는 "트레이닝 파트와 코치님들이 신경 써주시고 매일 아픈 곳이 없는지 체크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공을 돌렸다.

이제 양창섭은 건강히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 과제가 됐다. 그는 "수술 후 계속 잔부상이 있었는데, 올해는 시즌 끝까지 완주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올해 목표를 이야기했다.

양창섭은 과거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잭 그레인키(39·캔자스시티)가 좋다"며 자신의 롤 모델을 밝힌 적이 있었다. 이날 양창섭의 투구는 힘과 기교를 겸비한, 전성기의 그레인키를 보는 듯한 투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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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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