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이후 1년 만에 찾은 평화... 답은 '특급 재능'이 아니었나

잠실=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04.18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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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주형이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경기 4회초 2사 1루에서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OSEN
제 몸에 꼭 맞는 옷은 따로 있는 것일까. 상대적으로 기대받지 못하던 김주형(26·키움)이 예년과 다른 안정감으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굳히고 있다.

김주형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원정 경기에서 8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키움의 6-2 승리에 일조했다.


경기에 앞서 홍원기 키움 감독은 "수비는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김주형의 수비는 화려한 플레이를 한다기보단 정말 안정적"이라고 김주형의 수비를 칭찬했다.

이번 두산과 3연전에서 김주형이 보여준 수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시리즈 내내 2루수 김혜성(23), 1루수 전병우(30)와 함께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준 것은 물론이고, 날이 갈수록 2루수 김혜성과 호흡도 잘 맞아 묘기에 가까운 장면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4회말 2사 1, 2루에서 나온 수비가 대표적이었다. 두산의 김인태는 키움의 바뀐 투수 윤정현의 5구째 투심 패스트볼(시속 134㎞)을 받아쳐 2루 베이스 왼쪽을 스치는 안타성 타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김주형이 거침없이 뛰어가 그 타구를 잡아냈고 2루로 커버해 들어오는 김혜성에게 한 팔로 토스해 1루 주자 허경민을 포스 아웃시켰다. 이 수비는 경기 흐름을 뒤집었고 곧 이은 5회초 키움이 5점을 내는 빅이닝의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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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2루수 김혜성(왼쪽)과 유격수 김주형(오른쪽)이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경기 4회말 2사 1,2루에서 1루 주자 허경민(가운데)을 포스아웃시키고 있다./사진=OSEN


존재감은 필드가 아닌 타석에서도 빛났다. 키움이 0-2로 뒤진 4회초 2사 1루에서 두산의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를 상대로 좌중간을 꿰뚫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뒤이은 5회초에는 몸에 맞는 볼로 걸어 나가며 빅이닝에 일조했고, 7회초에는 8구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기록하며 팀 내 유일한 멀티히트 선수가 됐다. 이로써 김주형은 시즌 타율 0.289, 1홈런 3타점 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63으로 리그 유격수 중 가장 뛰어난 타격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예상하기 힘든 전개였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해 골든글러브 유격수였던 김혜성을 2루에 고정하면서 새로운 유격수 후보로 2020년 2차 2라운드에 지명된 신준우(21), 2021년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김휘집(20)을 우선순위로 거론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상위 라운드 신인들의 성장이 더뎠다. 신준우와 김휘집의 유격수 수비는 1군 평균보다 다소 아쉬웠고 타격은 평균보다 한참 아래였다. 내야 백업으로 데려온 2014년 NC 1차 지명 출신 강민국(30)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사이 김주형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김주형 역시 과거에 뛰어난 유격 수비를 가졌다고 볼 순 없었으나, 올 시즌 한층 안정된 수비로 돌아왔다. 여기에 타격마저 시범경기 타율 0.290으로 가능성을 보이면서 결국 주전 자리를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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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2루수 김혜성(왼쪽)과 유격수 김주형이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경기 4회말 2사 1,2루에서 1루 주자 허경민을 포스아웃시키고 미소짓고 있다./사진=OSEN


2020시즌을 마치고 김하성(27·샌디에이고)이 미국으로 떠난 후 약 1년 만의 평화다. 그동안 키움은 김하성의 공백을 메울 주전 유격수 찾기에 골머리를 앓았다. 김혜성의 많은 실책도, 신준우·김휘집의 처참한 공격력도 성장통으로 여기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히는 모양새다 보니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잡음은 김주형이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먼저 거론된 김혜성(2017년 2차 1라운드), 신준우, 김휘집, 강민국 모두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내에서 지명받은 '특급 재능'들이다. 그런 만큼 김주형의 주전 유격수행은 하위 라운드 출신의 놀라운 반전이라 말할 수도 있다. 경남고-동국대를 졸업한 김주형은 2019년 2차 10라운드 94번으로 키움에 지명됐다.

키움 유격수의 답은 '특급 재능'에 있지 않았던 것일까.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유격수가 많은 경험이 필요한 포지션임은 분명하고, 김혜성·신준우 등이 '유격수로 부적합하다'고 판단받을 만큼 충분한 기회를 받은 것도 아니다. 김주형의 지금 성적 역시 표본이 작아 부진하다면 언제든지 주전 유격수는 바뀔 수 있다.

김주형에게 있어 가장 큰 걱정은 풀타임 시즌을 치를 체력이다. 지난 3년간 그는 78경기(3경기-39경기-36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였다. 홍원기 감독은 "(김주형에 대해) 한 가지 염려스러운 부분은 풀타임 경험이 없어 체력이 금세 고갈되고 방전된다. 어제(15일) 휴식도 그런 차원이다. 1군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 경험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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