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예고에 내 이름이?' 예비역 루키, 경기 즐기자 첫 승 따라왔다 [★잠실]

잠실=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04.2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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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4회말 NC 선발투수 김시훈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OSEN
선발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마운드에 선 '중고신인' 김시훈(23·NC)이 감격의 데뷔 첫 승을 거뒀다.

김시훈은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경기에서 NC의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프로 데뷔 5년 차인 김시훈은 이날 경기 전까지 1군 선발 등판 경험이 전무했다. 아니, 애초에 1군 경험 자체가 올 시즌이 처음이었다. 지난 2018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그는 프로 적응과 군 복무를 거치며 지난해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군 전역 후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두각을 드러낸 김시훈은 이동욱(48) 감독이 직접 신인왕 후보로 언급하기도 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합류한 그는 경기 전까지 구원으로 9경기에 등판, 9⅓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미스터 제로'의 면모를 보였다.

김시훈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와중에 NC는 신민혁(23)의 이탈로 대체 선발투수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이동욱 감독은 그 대상자로 김시훈을 낙점했다. 이미 스프링캠프부터 선발 후보군에 올라 준비 과정을 거쳤던 것도 이유가 됐다.


초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긴장될 수도 있었던 1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김시훈은 2회 말 안권수(29)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 시즌 첫 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큰불로 번지지는 않았고, 분위기를 탄 김시훈은 3회와 4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넘겼다.

타선도 4회까지 8점을 보태주며 김시훈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1회 닉 마티니(32)의 2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NC는 3회 박준영(25)의 3점 홈런 등으로 4득점, 흐름을 꽉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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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4회말 NC 김시훈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OSEN
호투하던 김시훈은 데뷔 첫 승까지 아웃카운트 3개를 남겨두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5회 말 1아웃을 잡은 그는 안권수와 김재호(37)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후 포일까지 나오며 2, 3루 위기를 맞이했다.

1번 김인태(28)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아웃과 점수를 바꾼 김시훈은 다음 타자 정수빈(32)에게 내야안타를 맞으며 3점째를 내줬다. 페르난데스에게 볼넷까지 내준 그는 4번 김재환(34)의 잘 맞은 타구를 동기인 1루수 오영수(22)가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김시훈은 6회 김건태(37)에게 마운드를 물려주며 등판을 마감했다. 구원진이 남은 4이닝을 2점으로 막았고, 타선도 추가점을 올리며 NC는 9-5로 승리했다. 김시훈의 데뷔 첫 승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김시훈은 5이닝 동안 경기 전 목표(80구)보다 많은 86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4볼넷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무결점이었던 평균자책점이 1.10으로 오르기는 했지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이동욱 감독은 경기 후 "김시훈이 데뷔 첫 선발 등판하면서 5이닝을 공격적으로 잘 던져줬다"며 오늘 경기를 평가했다. 이어 "김시훈의 데뷔 첫 승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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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시훈이 28일 두산전 종료 후 첫 승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경기 후 김시훈은 "(평소와) 똑같은 마음으로 올라갔다. 적은 투구 수로 긴 이닝을 소화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최대 위기였던 5회 말 상황에 대해서는 "80개를 넘겨본 적이 없어 힘이 떨어진 것 같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교체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막았다"며 의연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발투수 등판이 구원과 다른 점이 있냐는 질문에는 "포털사이트를 보면서 선발투수가 나라고 적혀있는 게 처음이어서 신기했다"며 다소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그는 "내일(28일)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첫 승을 거둔 김시훈은 이제 전통의 '첫승턱'을 쏴야 한다. 그는 "피자를 사야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구단 매니저님과 상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호수비를 기록한 오영수는 김시훈에게 "소고기를 사라"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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