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별" 故 강수연, 동료들 눈물 속 안녕히[종합]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5.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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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큰 별 故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사진제공=故강수연배우장례위원회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그냥 영화 속 한 장면이었으면 좋겠다."

영화인들의 슬픔 속, 그리고 애틋한 배웅 속에 배우 고(故) 강수연이 영면에 들었다.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영결식장에서 고 강수연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영결식은 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돼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배우 유지태가 사회를 맡고,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임권택 감독, 배우 문소리와 설경구, 연상호 감독이 추도사를 맡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유지태는 "아직 전혀 실감이 안 난다. 그냥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한다. 강수연 선배님을 떠나보내는 자리에 가족들과 영화계 선, 후배 여러분이 함께해 주셨다. 감사하다"라고 울먹였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처음 응급실에서, 또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평안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누워있는 당신을 보며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라며 "비록 강수연 씨는 오늘 우리 곁을 떠났어도 당신은 천상의 별로 우리 영화로 비추면서 끝까지 화려하게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후배 배우 설경구는 "강수연 선배님 한 달 전에 오랜만에 통화하면서 촬영 끝나면 빨리 보자고 했는데 곧 있으면 봐야 하는 날인데 제가 지금 선배님의 추도사를 하고 있으니 너무 서럽고 비통하다. 비현실적이고,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찍기 싫은 끔찍한 장면일 텐데 지금 이 자리가 너무 잔인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1998년 '송어'라는 영화를 찍으면서 첫 인연이 됐고, 영화 경험이 거의 없던 저를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고 도움 주면서 이끌어 주셨다. 열악한 현장에서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전체 회식을 시켜주셨고, 주기적으로 챙겨주셨던 선배님이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던 저에게 앞으로 연기를 계속할 거라는 용기와 희망을 주셨고, 저는 선배님의 영원한 조수였고, 선배님은 저의 영원한 사수였다"라고 추억했다.

또한 설경구는 "비단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게 무한한 애정과 사랑을 주신 걸로 알고 있다. 우리 배우들의 진정한 스타셨다. 새까만 후배들부터 선배님들까지 다 아우를 수 있는, 그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거인 같은 대장부셨다. 소탈했고, 친근했고, 섬세했고, 어딜 가나 당당했고, 어디서나 모두를 챙기셨다"라며 "너무 당당해서 외로우셨던 선배님. 할 일이 너무 많고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안타깝고 비통할 뿐이다. 선배님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별이 돼서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나의 친구, 나의 누이, 나의 사부님. 보여주시는 사랑과 염려, 배려와 헌신 영원히 잊지 않겠다. 사부와 함께해서 행복했다"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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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생전 고인이 아꼈던 후배 배우 문소리는 "언니가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러운 마음에 잠이 들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났다. 영화의 세계가 땅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서도 영화인 분들이랑 영화 한 편 하셨으면 한다. 마음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항상 싸워가며 웃어가며 했다. 그 가운데 언니가 있다면 다 해결될 거 같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소리는 "한국 영화에 대한 언니 마음 잊지 않겠다. 언니 목소리도 잊지 않겠다. 여기서는 같은 작품 못했지만, 다음에 우리 만나면 같이 영화했으면 좋겠다"라고 오열했다.

고인의 유작으로 남게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영화 '정이'의 연상호 감독은 "몇 년 전 한 영화를 기획했다. 한국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던 SF 장르였기에 두려움도 컸고, 어떤 배우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때 떠올렸던 배우가 강수연 선배님이다. 한국 영화의 아이콘이자 독보적인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선배님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 다른 배우는 떠오르지 않았다. 선배님이 '한 번 해보자'라고 하셨을 때 뛸 듯이 기뻤다. 저에게 든든한 배경이 생긴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도, 촬영을 하면서도 선배님과 제가 이렇게 각별한 사이가 될지는 몰랐다"라며 "저는 선배님과 영원한 작별을 하는 대신 작업실로 돌아가 선배님과 얼굴을 마주하고, 새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선배님. 저는 선배님의 마지막의 영화를 함께하며 선배님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끝까지 동행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선배님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드리겠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한편 강수연은 4살의 어린 나이에 아역배우로 데뷔한 강수연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1987)로 제4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어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로 제16회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으며 한국 영화계 대표 여배우로 사랑받았다. 이후 그는 1990년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숱한 화제작을 내놓았다. 2001년 TV 드라마 '여인천하'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강수연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지난 5일 오후 5시 40분 경 서울 강남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의식 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만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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