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안하고 싶은데" 자책한 김강민 후계자, 드디어 활짝 웃었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05.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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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천 LG-SSG전에서 9회말 무사 1, 2루 SSG 최지훈이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OSEN
"우리 (최)지훈이 일희일비 때문에 제가 아주 죽겠습니다"(웃음)

19일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경기 전 이진영(42) SSG 타격코치는 외야수 최지훈(25)에 대한 질문을 받자 대뜸 이런 말을 남겼다.


올해 프로 3년 차를 맞이하는 최지훈은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288을 기록 중이었다. 리그 전체 타율이 0.250 전후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나쁜 기록은 아니다. 그러나 시즌 초반 3할 중반대 타율을 기록하던 것에 비하면 다소 페이스가 내려온 상황이었다.

특히 17일과 18일 두산전에서 11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침묵했다. 볼넷 2개를 골라내며 테이블세터의 역할인 출루는 그런대로 잘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시리즈 시작 전 0.303이던 타율도 1푼 넘게 깎이자 그는 경기 후 자책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코치는 "(최지훈은) 너무 소심하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데..."라며 "한 게임 한 게임, 한 타석 한 타석이 얼굴 표정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안타를 못 치고 오면 유니폼이 땀으로 젖어 있다. 못 쳐서 화가 나서 열이 올라온 거다"는 설명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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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1사 만루 상황 SSG 크론의 유격수 파울 플라이 때 3루 주자 최지훈(오른쪽)이 홈으로 쇄도해 세이프되고 있다. /사진=OSEN
최지훈 본인도 이를 인정했다. "성격이 이런 걸 어쩌나, 저도 (일희일비) 안 하고 싶다"고 말한 그는 "무언가를 잘 잊지 못한다"며 자신의 예민한 성격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 절실함이 축적돼서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고 말한 이 코치는 "반대로 너무 연연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과감하게, 자신 있게 그냥 앞쪽에서 (배트를) 돌리라고 했는데도 타석에서는 그게 안 된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수 시절 통산 2125안타를 기록한 레전드였던 이 코치는 현역 당시 본인의 경험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본인이 감당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 저도 그렇게 한 타석에 연연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을 놓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앞으로도 성장을 많이 해야 하는 선수다"며 최지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이 코치는 "좋은 선수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수를 두둔했다. 이어 "SSG를 대표하게 될 선수이기 때문에 경험을 많이 해서 좋은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냈다.

최지훈은 지난 2년 동안 SSG 외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성장했다. 특히 수비에서는 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부동의 중견수 김강민(40)의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코치의 말도 선수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그나마 팀이 1승 1무를 기록하며 마음의 짐을 덜게 된 최지훈은 19일 경기에서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 기록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이어 20일 인천 LG전에서는 멀티히트와 함께 4-4 동점이던 9회 말 상대 실책을 유도하는 외야 뜬공을 기록,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았다. 두 손을 번쩍 든 최지훈의 표정은 잠실에서보다 밝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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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훈.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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