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혼2'·'오은영 리포트', 예능 빙자한 '불행 배틀' [안윤지의 Whyrano]

안윤지 기자 / 입력 : 2022.06.04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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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 MBC '오은영 리포트'
요즘 결혼, 이혼과 관련된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예민한 소재와 정면 승부했다는 점에선 칭찬하고 싶지만, 막상 포장지를 벗기면 그저 자극적이기만 하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MBN '돌싱글즈' 등이 큰 성과를 거두며 더 이상 이혼과 재혼은 말하기 어려운 소재가 아니게 됐다. 이젠 속 편하게 터놓고 얘기하며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혼한 부부가 직접 그간 겪은 고통, 편견에 대한 생각을 전하자, 시청자들은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했다. 이후 각 프로그램은 단번에 화제성과 시청률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호평 받던 그들이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이하 '우이혼2')는 방송 전 지연수와 일라이의 출연으로 주목받았다. 앞서 지연수는 일라이와 이혼 직후 2021년 3월 SBS플러스 '강호동의 밥심'에 출연해 "우린 쇼윈도 부부였다", "내 불행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혼자 많이 외로웠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2'에 출연해 결혼 생활을 공개했기에 더욱 충격을 안겼다.

'우이혼2'에서 지연수는 연신 일라이에게 "고부갈등을 묵인했다", "나를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또 일라이는 "항상 생각에 갇혀있다. 계속 반복이 되니까 저도 지친다"라며 지친 기색을 보인다. 이렇게 같은 내용만 털어놓던 지연수와 일라이 사이에 재결합 신호가 오가지만 결국 또 서로를 비난한다.

물론 '우이혼2'은 다른 이혼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지만, 결국 주목받는 건 자극도가 높은 지연수와 일라이다. 이들의 반복되는 다툼이 과연 '이혼 후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혼 리얼리티'일까. 의문스러운 지점이다.


티빙 오리지널 '결혼과 이혼사이'도 그렇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김구라는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나도 그렇고 이혼을 경험한 분들은 감정이 굉장히 날카롭다. 생각보다 수위가 세더라. 부부간 감정이 날카로우면 조언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첫방송을 보면 안타까워하는 정도인데 반응이 좀 더 다른 반응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날 것의 감정이 담겼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날 것의 정도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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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이혼2', '결혼과 이혼사이', '오은영 리포트' 영상 캡처
그룹 티아라 출신 한아름과 남편 김영걸은 퉁명스러운 말투로 서로 말을 주고받다가 화를 내고 이혼을 언급한다. 특히 김영걸은 "순간순간 본인이 기분 나쁘면 이혼 얘기를 한다. 큰코 다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혼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라고 분노한다. 또 한아름은 양육권에 대해 말을 나누며 "내가 (아기) 낳았는데 왜"라며 눈물을 쏟는다.

'결혼과 이혼사이'를 연출한 박내룡 PD는 "이혼을 진솔하고 객관적으로 다루면서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혼을 앞둔 가정의 다툼 속에서 무엇을 얻어가야 할까.

지난달 16일 MBC 예능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이하 '오은영 리포트')도 앞선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1회에선 배윤정, 서경환 부부가 출연했다. 서경환은 "대화하면 우울해진다. 미안하다", 배윤정은 "남편이라는 존재가 굉장히 외롭고 힘들 때 기대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존재였으면 좋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불편한 존재가 되어가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배윤정은 "사실 결혼 생활이 재미없고 죽고싶다"라며 마치 이혼을 암시하는 듯 했다.

'살림하는 남자들2'에 출연했던 김승현 부모인 김언중, 백옥자 부부도 '오은영 리포트'에 출연했다. 김승현 가족은 '살림하는 남자들2'에 출연 당시에도 자주 다툼이 일어나 자극도가 높단 평을 받았으나 화기애애한 모습도 보여줘 인기 가족이 됐다. 이랬던 김승현 부모가 '이혼'을 주제로 '오은영 리포트'에 나왔고, 김승현은 "한 달 전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 적이 있다. (어머니가) '네 아빠랑 더 이상 못 살겠다'며 이혼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앞선 프로그램과 다르게 유명 상담가인 오은영이 조언하지만, 힘은 없다. 그간 행복한 가정으로 비쳤던 가족들의 '이혼' 상담은 시청자들에게 반전이 아닌 충격이고, 그간 쌓아온 서사와 감정을 모두 무시하기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방송 자체도 상담은 짧고 충격은 길다.

물론 예능이 높은 성과를 얻기 위해선 자극이 필요하다. 리얼리티, 관찰 카메라 예능은 어떠한 상황만 주어질 뿐, 대사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방송사에선 그들이 어떤 말을 내뱉을지, 어떻게 상황을 끌고 갈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 선 만큼, 적정선은 필요하다. 현재 모든 이혼 예능은 기획 의도가 아니라 자극적인 상황만 쫓고 있는 모양새다. 누가 누가 더 불행한지, 누가 누가 더 슬프고 자극적인지, 그저 '불행 배틀'만 치르고 있다. 이러한 굴레가 계속된다면, 이혼 예능은 결국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게 될 것이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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