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만 되면 땅볼이 나오네? '155㎞ 특급 사이드암'은 스릴 즐긴다

잠실=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06.13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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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초 만루위기를 벗어난 LG 정우영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쯤 되면 전율을 즐긴다는 소리를 들어도 될 것 같다. LG 트윈스의 특급 사이드암 정우영(23)이 이틀 연속 대량실점 위기를 넘기는 장면을 연출했다.

정우영은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경기에서 팀이 8-5로 앞서던 8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LG는 선발 임준형이 경기 전부터 허리에 약간의 이상을 느끼며 1이닝만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면서 셋업맨 이정용을 5회에 투입하는 강수를 둘 정도로 계투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실점을 최소화했고, 타선도 5회 4득점하며 리드를 잡았다.

점수 차를 지키기 위해 등판했지만 이날 정우영의 투구는 썩 깔끔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선두타자 양석환에게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 대신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익수 앞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4번 김재환에게도 왼쪽 안타를 맞으며 무사 1, 2루 상황이 됐다.

허경민에게 1루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한숨 돌린 정우영은 그러나 대타 김인태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 끝내 한 점을 내주고 말았다.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 이야기를 나눴고, 정수빈의 내야 땅볼로 1루 주자를 잡으며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그러나 대타 최용제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 결국 만루를 만들고 말았다.


자칫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정우영은 침착했다. 9번 박계범에게 과감한 승부로 0볼 2스트라이크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그는 결국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 이닝을 마감할 수 있었다. 만루 위기를 한 점으로 넘기자 LG 타선도 8회 말 손호영의 1타점 3루타로 달아났고, 결국 LG는 9-6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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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우영. /사진=OSEN
이날 정우영은 1이닝 3피안타 1사사구 1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5km의 움직임 좋은 투심 패스트볼로 고비마다 땅볼을 유도,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이날 홀드를 추가한 정우영은 시즌 14홀드로 1위 김재웅(키움)과 한 개 차이로 2위에 등극했다.

앞서 정우영은 전날 경기에서도 만루 상황을 막아낸 바 있다. 7회 초 1사 1, 3루에서 등판한 그는 내야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잡은 후 김재환을 고의4구로 걸렀다. 만루를 자초한 셈이 됐지만 정우영은 과감한 투구로 허경민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번 시리즈뿐만 아니라 올 시즌 내내 정우영은 만루만 되면 더 강해지곤 했다. 12일 경기까지 그는 올해 10번의 만루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피안타 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 9번을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10번 중 무려 8번을 땅볼 유도에 성공하며 병살도 5번을 잡아냈다. 그야말로 만루만 되면 땅볼을 만든다는 알고리즘이 들어가있는 듯하다.

올 시즌 정우영은 27⅔이닝 동안 39명의 타자를 1루에 내보냈다(19안타 20사사구). 그럼에도 시즌 평균자책점은 1.63에 불과하다. 결국 이는 주자를 내보내도 끝내 대량실점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그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정우영은 이번 두산과 주말 시리즈에서 이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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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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