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배우=마라토너, 묵묵하게 더 달려야죠"[★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6.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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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주연배우 송강호가 8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써브라임 2022.06.08
칸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밀양',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로커'까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의 주류로 우뚝 서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있다.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배우 송강호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송강호는 베이비 박스에 놓인 아기를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려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 역을 맡았다. 그는 아기의 새 부모를 찾기 위한 특별한 거래를 계획하고, 거래 불발이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의 연속에도 유연하게 위기를 모면하며 여정을 이끄는 인물이다.


송강호는 '브로커'로 지난달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제가 잘해서 받았다기보다는 영화는 많은 요소가 뭉쳐서 한 작품이 된다. 저뿐만 아니라 배두나, 강동원, 이주영, 이지은 배우를 비롯한 특별 출연해 준 송새벽, 김새벽, 김선영, 이동휘, 단역들까지 하나하나의 땀방울이 모여서 한 작품이 된 것 같다"라며 "또 최고의 스태프가 받쳐주고, 모든 분들이 최선을 다해줘서 칸 영화제도 갈 수 있었고, 제가 영광스럽게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요소들에 감사를 드리고 영광을 나누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도 물론 영광스럽고, 기쁘고, 잊지 못할 최고의 순간이지만 영화제에 출품하고, 수상을 하기 위해 연기를 하는 배우는 없다. 연출을 하는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저 영화를 만드는 과정 속에 한 부분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의 소통이다. 그 과정에서 칸 영화제가 있는 것뿐이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저에게는 관객과의 만남이 중요하다"라며 "남우주연상 수상 이전과 이후 송강호는 달라질 게 없다. 똑같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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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주연배우 송강호가 8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써브라임 2022.06.08
'괴물 '(2006, 감독주간), '밀양'(2007,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비경쟁 부문), '박쥐'(2009, 경쟁 부문), '기생충'(2019, 경쟁 부문), '비상선언'(2021, 비경쟁 부문), '브로커'(2022, 경쟁 부문)로 총 7번의 칸 초청을 받으며 국내 배우 중 칸 경쟁 부문 최다 진출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송강호는 "3년간 연달아 칸 영화제를 갔는데 참 많은 걸 느꼈다. 세계 영화인들, 수많은 팬들이 한국 콘텐츠, 한국 영화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자리를 가든 한국 콘텐츠나 한국 영화를 얘기해 주실 때 뿌듯함과 자긍심이 생겼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게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라 임권택 감독님부터 켜켜이 쌓아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훌륭한 배우들, 한국 감독님들이 앞으로 쌓아왔듯이 앞으로 쌓아갈 것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한국 영화의 중심에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봉준호, 이창동,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송강호는 "저는 축복받은 배우"라고 운을 떼며 "이런 훌륭한 감독님들과 작업하게 돼서 운이 좋다. 그분들이 저를 찾으시는 이유는 평범해서인 것 같다. 제 이미지가 잘생기지 않고, 평범한 이웃 같고 친숙한 느낌이 있어서 기회를 많이 얻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브로커'를 통해 첫 호흡을 맞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해서는 "2007년 '밀양'으로 칸에 다녀온 해에 부산영화제에서 만나 처음 인사를 드렸다. 그때 대화를 나누고, 7~8년이 지난 후에 '브로커'에 대한 미팅을 가졌다. 그때는 '요람'이라는 제목으로 설명을 해주셨는데 '요람'보다는 '브로커'가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고레에다 감독님 작품을 워낙 좋아했고 예술가로서 존경하는 분이기 때문에 일본 갔을 때도 자주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인연이 진행됐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작업을 하기 전에는 치밀하고 잘 짜여있는 정교한 얘기와 연출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한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즐기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 배우들에게도 그 감정을 던져주셨다"라며 "다른 거장 감독님들과 차별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다. 천재적인 재능과 감각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배우들에게는 자유로운 세상에서 뛰어놀 수 있게 만들어 주신다는 점이 핵심적인 공통점이다. 굉장히 놀랍고, 배우로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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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주연배우 송강호가 8일 오후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써브라임 2022.06.08
이렇듯 송강호가 출연하는 작품은 곧 '기대'가 된다. 존재만으로도 기대감을 주는 배우가 된 송강호지만, 역시 부담감도 공존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관객 앞에 작품을 내놓으면서 '흡족한 결과물이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은 있다. 설레기도 하지만 초조함과 긴장감도 있다. 부담감을 따로 극복하는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배우로서 내 할 일을 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송강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시 관객과의 공감이다. 송강호는 "어떤 인물이든 관객들과의 공감이 중요하다. 제가 맡은 역할이 관객들에게 이질감을 주면 안 된다.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상쇄시키면서 작품에서 얘기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라며 "배우라는 것은 사람을 표현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사람에 대한 연구를 하려는 노력은 늘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긴 레이스를 달리는 마라토너"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거리 주자처럼 빠르게 결승점을 통과하는 게 아니라 더 긴 거리를 달리는 마라토너다. 어떨 때는 힘들고 숨이 차지만 천천히 뛰면서 호흡을 가다듬기도 하고, 또 어떤 구간에서는 빨리 뛰기도 한다"라며 "달리는 동안 기쁘고, 아쉽고, 일희일비도 있겠지만 그런 것도 받아들이면서 묵묵하게 목표 지점까지 뛰어가는 마라토너와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33년째 하면서 기쁠 때도, 힘들 때도 많고 말 그대로 희로애락의 터널을 지나오고 있다. 결과에 대한 칭찬과 비판은 있지만, 그걸 관통하는 원동력, 힘, 용기에 대한 칭찬은 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의 저에게 참 고생하고 애쓰고 있다. 앞으로 더 노력하라고 격려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데뷔 33년 차, 그동안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해온 송강호지만,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한다. 송강호는 "어떤 기준을 만들어서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지만 역시 새로움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소재주의적인 측면에서 새로움이 아니라 무형인 거다. 어떤 형식이든, 어떤 소재든, 새로운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 같다"라며 "좋은 작품이 있다면 영화든 OTT든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마무리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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