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안 셔츠 입고 웃기려는 코치→"전쟁하러 가자" 비장한 선수들 '1위팀 분위기가 이래요'

인천=심혜진 기자 / 입력 : 2022.07.1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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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선수들이 12일 키움전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SSG 랜더스
1위 자리를 수성해야 하는 SSG 랜더스가 추격자 키움 히어로즈를 만났다. 사령탑은 '평정심'을 주문했고, 코치들은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은 더욱 비장해진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12일 인천SSG랜더스필드. 경기 시작 전 먼저 홈팀 SSG의 훈련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어느 때와 다름없이 훈련에 임했다. 그런데 운동장 한 편에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바로 트레이닝 파트의 코치들이었다. 훈련복이 아닌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운동장에 서 있었다.


무슨 이유였을까. 박창민 트레이닝 코치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소소한 이벤트였다. 2위 키움과의 경기를 앞두고 자칫 선수단이 부담감과 긴장을 가질까 우려해 이를 풀어주려는 노력이었던 것이다. 고윤형 트레이닝 코치는 "1위 싸움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데,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이렇게 입게 됐다"고 웃었다. 이를 위해 박창민, 고윤형, 길강남 코치는 쇼핑까지 했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하와이안 셔츠를 골라 입고 왔다.

당연히 선수단은 웃음 폭발이었다. 핀잔을 주는 선수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분위기였다. 고 코치는 "선수들이 보자마자 빵 터졌다. 다들 웃고 지나가더라"고 말했고, 박 코치는 "선수들이 웃으니 좋다. 인상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성공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김원형 SSG 감독의 반응은 어땠을까. 고 코치는 "식당에서 감독님을 뵀는데, 처음엔 '뭐야'라며 웃으시더니 사연을 알고는 박수를 쳐주셨다"고 밝혔다. 깜짝 이벤트에 성공한 트레이닝 파트는 이번 3연전 동안 계속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훈련에 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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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훈련을 지켜보는 트레이닝 파트 길강남, 고윤형 코치(오른쪽)./사진=심혜진 기자
이렇게 경기 전 분위기는 환기가 됐다. 그러나 선수들의 모습은 비장했다. 결과로 나왔다. 경기 내내 놀라운 집중력과 호수비 퍼레이드를 펼쳐보였다.

2루수 김성현은 5회까지 무려 세 차례나 환상적인 수비를 펼쳤다. 1회부터 선발 노경은을 위기에서 구했다. 1사 1루서 이정후의 강습 타구가 날아왔지만, 재빠르게 글러브로 잡아낸 뒤 송구해 병살타로 연결했다. 2회에는 야시엘 푸이그의 까다로운 내야 땅볼을 잡아내 아웃시켰다. 5회초에 또 한 번 나왔다. 이번에는 선두타자 송성문의 강한 땅볼 타구였다. 바로 앞에서 빠르게 튀는 타구라 잡기 쉽지 않았지만, 김성현은 너무나도 쉽게 포구해 1루로 송구했다.

외야수들의 강한 어깨도 빛났다. 1-1 동점을 내준 1사 1, 2루 위기에서 이지영의 좌전 안타 때 좌익수 오태곤은 정확한 송구로 홈을 파고들던 이용규를 잡아내 실점을 막았다. 이용규가 3루를 돌다 삐끗하긴 했지만 오태곤의 어깨도 돋보였다. 다시 김휘집의 몸에 맞는 볼로 2사 만루. 여기서 김준완의 우전 안타에 3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2루주자 이지영도 홈으로 돌진했다. 그러나 이번엔 한유섬이 레이저 송구로 이지영을 저격, 그대로 이닝이 종료됐다. 빅이닝이 될 뻔한 위기를 홈 보살 2개로 최소 실점인 2점으로 마쳤다.

이러한 호수비 덕에 SSG는 6회말 공격에서 무려 4점을 뽑아 5-2 재역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경기 후반 또 한 번 호수비가 나왔다. 6회 결승 3점 홈런을 때린 최정이 7회초 수비에서도 한 몫을 했다. 무사 1루에서 이지영의 3루선상으로 빠지는 장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냈고, 빠르게 2루로 던져 5-4-3 병살타로 연결했다. 그리고 환호했다.

SSG의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엿볼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사실 경기 전부터 선수단은 비장했다. 최정에 따르면 추신수가 키움전을 앞두고 선수단 단체 대화방에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흡사 전쟁에 나가는 장수가 하는 말이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절실한 마음이 가득했다.

최정은 "키움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 안 했을지 모르겠는데, 그만큼 '오늘 전쟁 같은 경기에서 어떻게든 이기자'는 메시지였다"고 소개했다.

선발 투수 노경은 역시 경기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3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나갔을 때와 긴장감이 비슷했다고 한다. 그는 "(과거) 한국시리즈 1차전에 던졌을 때 느낌이 났었다"고 전했다.

추신수의 한 마디에 결의를 다진 SSG는 7-3으로 승리, 2위 키움과 격차를 3.5경기로 벌리고 2경기만 남겨둔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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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키움전 6회말 2사 2, 3루에서 역전 3점 홈런을 친 SSG 최정(가운데)이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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