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의 신부' 감독, '사이다' 아닌 '현실' 택한 이유 [★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7.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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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의 김정민 감독이 20일 오전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드라마다. /2022.07.20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김정민 감독이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결혼정보회사를 무대로 사랑 대신 조건을 거래하며 결혼마저 상품화시키는 현 세태를 파고들었다. 그는 장르 특유의 강렬한 서사는 살리되 강약 조절을 통해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나쁜 녀석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의 김정민 감독이 그들의 비밀스러운 결혼 비즈니스를 상류층 결혼정보회사라는 이색적인 그릇 안에 다양한 인간의 욕망이 얽히는 흥미로운 플레이팅으로 새롭게 그려냈다.


김정민 감독은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결혼정보회사를 무대로 사랑 대신 조건을 거래하며 결혼마저 상품화시키는 현 세태를 파고든다. 그는 '블랙의 신부' 연출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가장 먼저 결혼정보회사라는 소재가 국내 및 해외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결혼 시장이나 문화가 전 세계에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두 번째로는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인간의 욕망이라는 소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 안에 캐릭터에 대한 재미를 잘 봐주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시청자들이 기대한 '막장'보다는 다소 약하다는 아쉬운 반응도 있었다. 김정민 감독은 "좀 더 자극적인 수위를 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블랙의 신부' 속 복수와 치정은 결국 인간의 삶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다. 과하면 국내 시청자들은 쉽게 이입할 수 있지만, 해외 시청자들한테는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모든 배우들에게 좀 더 현실성 있고, 힘을 뺀 연기를 요구했다. 캐릭터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개하고 싶었고, 강약 조절을 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지는 작품이다 보니까 장르에서 보여지는 특징적인 요소보다는 미드(미국 드라마) 형식의 속도감으로 전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번 틀게 되면 8부까지 정주행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야겠다는 게 제 연출 의도였고, 편집에 있어서도 지루한 걸 편집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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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의 김정민 감독이 20일 오전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드라마다. /2022.07.20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결말에서 흔히 말하는 '사이다 복수'가 아닌 다소 현실성 있는 전개를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복수를 바란 시청자들이 많더라"면서 "현실적인 캐릭터 안에 있는 모습을 끌어내고 싶었고, 복수 자체가 이 사람을 끌어내려서 다치게 하는 괴리감이 드는 복수를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캐릭터에서 너무 벗어난 사이다 복수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극 중 서혜승과 이형주의 로맨스에 대해서는 "아픔이 있는, 결핍이 있는 혜승과 형주의 로맨스를 기대하고 원하셨을 수도 있는데, 두 캐릭터 자체가 이미 결혼에 실패했고, 결핍과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며 "스킨십을 통한 사랑보다는 내면적인 마음에서 이뤄지는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서혜승, 이형주, 차석진 등의 삼각멜로가 주를 이루는데, 이들은 욕망과 복수를 하기 위한 사람이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인간 냄새나는, 인간으로서 마음과 사랑을 조금 뒤에서 그들을 응원하고 사랑해주고, 포용해주길 바랐다. 강조보다는 지금 온도 정도로 그려지는 게 두 사람의 사랑을 조금 더 따듯하게 응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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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김정민 감독은 시청자들의 '호불호' 반응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익숙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저는 호불호 반응을 예상했다. 넷플릭스에게 '블랙의 신부'는 도전이었던 것 같다. 결혼정보회사라는 신선한 소재의 흥미로움이 캐릭터에 잘 접목된 작품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정민 감독은 특히 '블랙의 신부' 캐릭터의 매력에 대한 연출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연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각 캐릭터들의 매력과 분배였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배우들이 기존에 가진 결로, 진정성 있고 진실되게 접근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며 "서혜승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기존에 보셨던 김희선과는 다른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하셨던 역할 중에 가장 현실적이고, 시청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희선 씨 외에도 모든 배우들이 제가 기존에 작품을 같이 하고 싶었던 배우들이었다. 이형주 역을 맡은 이현욱 씨도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고, 그가 가진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정민 감독은 가장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는 악역을 맡은 진유희(정유진 분)라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도 정유진 씨한테 얘기했던 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지만,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빠져들 수밖에 없게끔 접근하고 싶었다. 유진 씨가 그 역할을 잘 소화해 주셨다. 연출자로서 마음이 많이 동요되는 캐릭터"라고 말했다.

또한 박훈은 아버지의 재산을 두고 렉스의 최유선 대표와 상속 전쟁을 펼치는 차석진으로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차지연은 부와 권력을 탐하는 이들의 끝없는 본능을 자극해 렉스라는 왕국을 일군 최유선 대표 역을 맡았다. 김정민 감독은 "차석진은 서혜승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펼치는 인물인데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는 첫사랑 이미지보다는 선이 굵은 미남 스타일을 캐스팅하고 싶었다"고 했다. 차지연에 대해서는 "제가 뮤지컬 공연을 볼 갔다가 무대에 있는 차지연 씨를 보고 놀랐다. 넓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아우라가 인상 깊었다. 차지연 씨가 조금의 모자람 없는 카리스마로 최유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블랙의 신부'의 결말에는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이 특별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민 감독은 "시즌 2를 염두에 둔 결말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열린 결말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고 싶었던 작품인 만큼 욕망이란 것 자체가 다 채워질 수 없고 욕망이란 건 어쩔 수 없이 또 새롭게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시즌 2에 대해 염두해두거나 생각하진 않았지만 인간에 대한 욕망이 젊은 사람들의 욕망으로도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박지훈 배우님에게 제안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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