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 없는 '블랙의 신부', 매운맛 아닌 맹탕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07.2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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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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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의 신부 / 사진=넷플릭스
반전은 없었다. 불륜, 그리고 복수. 뻔할 것만 같은 소재가 실제로도 뻔했다. '매운맛'은커녕 맹숭맹숭한 '맹탕'처럼 느껴지는 '블랙의 신부'다.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다는 결혼정보회사를 배경으로 '결혼'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소재를 권력에 대한 욕망, 복수라는 주제로 담은 작품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서혜승(김희선 분)은 남편의 충격적인 이혼 요구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변한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그가 안타까운 친정엄마는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회사 렉스에 혜승을 몰래 가입시킨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입비를 되찾으러 간 그곳에서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 혜승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내연녀 진유희(정유진 분)와 맞닥뜨린다. 진유희는 렉스의 최고 등급인 블랙 이형주(이현욱 분)와의 결혼을 필사적으로 바라고, 그 속내를 알게 된 혜승은 복수를 위해 '블랙의 신부'가 되기 위한 욕망의 레이스에 뛰어든다.

OTT 시청률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블랙의 신부'는 시청률 순위 8위(22일 기준)에 올랐다. 일본에서만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시리즈물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블랙의 신부'는 공개 전 속도감 있는 전개와 파격적인 설정, 캐릭터들의 강렬한 표현 등 K드라마 특유의 '매운맛' 전개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매운맛이 아닌 새로울 것 하나 없는 맹탕이었다. 불륜과 복수라는 소재는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오히려 식상하기까지 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그간 파격적인 소재와 우리가 흔히 보지 못했던 형식과 전개로 새로움을 안겨줬던 것이 사실인데, '블랙의 신부'에는 이 식상한 소재를 흥미롭게 느끼게 할 만한 '한 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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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의 신부 / 사진=넷플릭스


우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모양새다. 극 중 서혜승의 남편은 진유희와 외도를 하고, 이혼까지 요구한다. 그러나 진유희와 사랑을 나눴다는 것은 자신만의 착각일 뿐, 단지 그에게 이용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내에게 "속았다"라는 후회의 전화 한 통을 남긴 채 생을 마감한다. 바로 이것이 서혜승이 진유희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이유다. 진유희가 명백한 '악역'은 맞지만, 어쨌든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게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느끼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서혜승의 간절한 복수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서혜승이 진유희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이 주가 되는 만큼 복수의 시작점이 중요한데, 시작부터 시청자들에게 큰 설득력을 안기지 못하는 셈이다.

여기에 서혜승을 놓고 모두가 탐내는 남자인 이형주와 차석진(박훈 분)이 경쟁하는 삼각관계 또한 진부하고, 결말까지 향하는 과정 또한 어딘가 '건너뛰기'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개연성이 부족하다. 이들의 감정선이 이해가지 않으니 결말 또한 다소 황당하게 느껴진다. 이렇듯 '블랙의 신부'는 주인공의 복수에도, 악역의 파멸에도, 러브라인에도 도무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렇듯 결말이 예상되는 진부한 설정에 설득력까지 부족한 전개까지 이어지니 캐릭터에도 매력이 느껴질 리 없다. 김희선부터 이현욱, 정유진, 박훈, 차지연까지 배우들이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는데도 2% 부족하게 느껴지며 몰입감이 떨어진다. 여기에 억지스러운 가면 파티, '트로피 와이프'를 운운하는 시대착오적인 대사들도 시청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든다.

"좀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블랙의 신부' 속 복수와 치정은 결국 인간의 삶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다. 과하면 해외 시청자들한테는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배우들에게 좀 더 현실성 있고, 힘을 뺀 연기를 요구했다. 일부러 강약 조절을 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 김정민 감독의 말처럼, '블랙의 신부'는 해외 시청자들 작품 속으로 초대하고 손쉽게 끌고 가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한 듯한 모양새다. 여러모로 아쉽게만 느껴지는 '블랙의 신부'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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