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빈. /사진=두산 베어스 |
정수빈(32)은 올 시즌을 힘겹게 보내고 있다. 올해 76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15 0홈런 21타점 12도루 OPS 0.537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본인의 통산 타율(0.277)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치다.
두산 부동의 중견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부진이 이어졌고, 다른 선수들의 약진도 정수빈의 입지를 위태롭게 했다. 결국 6월 말 한때는 안권수와 양찬열 등에 밀려 벤치로 밀려나기도 했다.
지난 7일 잠실 키움전에서는 주루 도중 2루수 김혜성과 충돌, 높은 곳에서 땅에 떨어지며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3일 뒤 부상자 명단에 오른 그는 아직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21일 1군에 복귀했지만 4일 뒤인 25일 곧바로 2군에 내려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몸이 아프고, 연습기간이 짧았는데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며 1군 말소의 이유를 밝혔다.
2021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6년 56억 원에 FA 재계약을 맺은 정수빈은 2년 연속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그는 9월 초까지 1할대 타율에 머무는 등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다. 저조한 성적에 당연히 많은 비난을 받았다.
2021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결승타를 때린 정수빈(왼쪽)이 상품을 받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
지난해뿐만 아니라 정수빈은 가을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2021년까지 그는 통산 포스트시즌 78경기에 출전, 타율 0.296을 기록 중이다. 이는 통산 정규시즌 타율(0.277)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장기인 다이빙캐치로 상대의 공격 흐름을 끊는 것은 덤이었다. 그의 활약 속에 두산은 2010년대 3차례 우승을 만들었다.
올해도 지금까지 그랬듯이 '가을수빈'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사령탑은 고개를 저었다. 김태형 감독은 "가을에 항상 좋았다고 해서 믿고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안권수가 다른 외야수들이 워낙 잘한다"며 "컨디션을 보고 올리겠다"고 밝혔다.
정수빈의 호수비 모습. /사진=두산 베어스 |
물론 정수빈은 살아나기만 한다면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로 상대의 혼을 흔들어놓는 선수다. 김 감독 역시 "분명히 필요한 선수다"며 정수빈의 가치를 인정했다.
아직 가을은 오지 않았다. 시즌도 50경기 넘게 남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게 된다면 '가을수빈'의 신화는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