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 없이 떠난 '니느님', 기쁜 날 왜 눈물 '펑펑' 쏟았을까

잠실=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08.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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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그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에 선정된 더스틴 니퍼트가 23일 잠실 두산-KT전 클리닝타임에 열린 시상식에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KBO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던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40)가 40주년 레전드에 선정됐다. 자신이 현역 생활을 보낸 두 팀의 팬 앞에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니퍼트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경기에서 '레전드 40인'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날 니퍼트는 전 팀 동료였던 홍성흔과 함께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맞대결을 펼친 두산과 KT는 모두 니퍼트에게 의미있는 팀이다.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팀의 에이스로 등극했다. 뛰어난 활약을 앞세워 팬들에게 '니느님'(니퍼트+하느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5년 어깨충돌증후군으로 고생했던 니퍼트는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어 이듬해에는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 승 타이기록인 22승으로 두산의 통합우승 주역이 됐고,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7년까지 두산에서 뛴 니퍼트는 2018시즌을 앞두고 KT로 이적했다. 30대 후반의 많은 나이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29경기에서 8승 8패 평균자책점 4.25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니퍼트는 이 해 외국인 투수 최초로 통산 100승을 달성하면서 현역 생활을 마쳤다.


8시즌 동안 통산 102승 5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한 니퍼트는 이번 '레전드 40인' 선정 과정에서 전문가 투표에서 79표(40.51점), 팬 투표에서 32만 4123표(5.93점)를 받아 총 점수 46.45점으로 33번째 레전드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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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클리닝타임에 열린 ‘레전드 40인’ 시상식에 참석한 더스틴 니퍼트(오른쪽)가 두산 전풍 사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 전 1루 응원단상에서 팬 사인회에 나선 니퍼트는 시구자로도 나섰다. 이어 그는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석에 앉아 양 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5회말 종료 후 니퍼트는 홍성흔과 그라운드로 나와 시상식에 나섰다. 두산 전풍 사장과 KT 주장 박경수에게 각각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은 그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레전드 선정 소감을 밝히는 시간이 다가오자 니퍼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안녕하세요"라며 짧은 한국말을 남긴 그는 팬들의 환호가 쏟아지자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어렵게 입을 뗀 니퍼트는 "한국에서 야구할 수 있게 해준 KT와 두산 구단에 너무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과 KT 팬 여러분들께 선수 생활 동안 잊지 못할 좋은 기억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한 니퍼트는 끝으로 양 팀 선수들을 향해 "여러분들 덕분에 야구할 수 있었고, 여러분들이 제 세상의 전부다"며 감사를 전했다.

왜 니퍼트는 눈물의 수상 소감을 밝혔을까. 시상식 후 스타뉴스와 만난 니퍼트는 "팬들과 구단 직원, 팀 동료들이 그리웠기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8년 동안 내 인생의 전부였다"고 말한 그는 "정말 팀메이트가 그리웠고, 그들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그래서였을까, 시상식이 끝난 후 니퍼트는 KT와 두산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특히 오랜 시간 뛰었던 두산 선수들과는 한 명 한 명 포옹을 나누며 미소를 지었다.

KBO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지만 은퇴식도 없이 그라운드를 떠난 니퍼트. 그의 인사에 니퍼트 본인도, 팬들도 감동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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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틴 니퍼트. /사진=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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