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만 '역행' 택했다... 유일하게 안방에서 '마지막 평가전'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8.26 05:45 / 조회 : 4513
  • 글자크기조절
image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9월 A매치 일정이 마침내 확정됐다. 상대는 코스타리카와 카메룬, 장소는 각각 고양과 서울이다.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가운데 최종 모의고사 성격인 9월 A매치 2연전을 모두 안방에서 치르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


대한축구협회는 내달 2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 27일(이상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과 국내 평가전 2연전을 치른다고 25일 공식 발표했다. 이 기간 우즈베키스탄도 방한해 코스타리카, 카메룬과 한국을 중립 무대로 각각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30·토트넘) 김민재(26·나폴리) 등 최정예를 소집해 평가전을 치를 사실상 마지막 기회, 축구협회의 최종 결정은 결국 국내 개최였다. 월드컵을 앞둔 다른 31개국 모두 중립지역이나 홈&원정 방식으로 최종 모의고사를 치르는 흐름을 한국만 역행하는 셈이다.

UEFA(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 일정 탓에 평가전 자체가 불가능한 유럽팀들은 홈&원정 방식을 통해 9월 A매치 일정을 소화한다.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 팀들은 모두 중립지역에서 최종 모의고사를 치른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독일로 이동해 미국, 에콰도르와 격돌하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도 각각 중립지역인 오스트리아와 스페인에서 평가전을 갖는다.

이처럼 9월 평가전을 추진한 팀들이 하나같이 중립지역에서 9월 A매치를 잡은 이유가 있다. 일방적인 팬들의 응원이나 익숙한 경기장 등 홈 어드밴티지를 완전히 배제한 채, 오롯이 평가전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르는 사실상 마지막 평가전 기회인 만큼 대표팀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월드컵에 대비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출범 이후 대부분 평가전을 국내에서 치렀던 벤투호 입장에선 특히 중립지역에서의 평가전 필요성이 컸다. 이미 앞서 6월 A매치 평가전 4연전을 모두 국내에서 치렀던 데다, 유럽파들이 소집된 가운데 중립지역에서 평가전을 치른 건 약 2년 전인 지난 2020년 11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멕시코·카타르 2연전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image
지난 2020년 11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 당시 손흥민의 모습. 당시 경기는 유럽파가 소집된 가운데 벤투호가 중립지역에서 치른 마지막 평가전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러나 정작 축구협회의 선택은 달랐다. 다른 월드컵 본선 진출국과 달리 일찌감치 9월 A매치의 국내 개최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유독 한국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9월 평가전 일정 확정이 늦었던 것 역시 다른 팀들이 모두 유럽 등 중립지역에서 평가전 일정을 추진하면서 협상 상대 자체를 찾기가 어려웠던 탓이었다.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전 대비 상대로 한국을 염두에 두고도 끝내 평가전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아르헨티나 매체의 보도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중립지역인 미국에서 평가전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한국의 상대는 코스타리카와 카메룬으로 정해졌다. 월드컵 본선 진출팀들 가운데 일찌감치 평가전 상대들을 찾은 팀들을 모두 제외하고, 한국과 더불어 아직 상대를 찾지 못하던 '남은 두 팀'과 만나게 된 셈이다.

사실상 A매치 국내 개최를 통해 '수익'만을 원했던 축구협회 결정은 오롯이 벤투호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A매치 2연전 역시 열광적인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채, 또 익숙한 경기장에서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처럼 한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만 한 환경이, 과연 월드컵을 불과 석 달 앞두고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벤투호의 현주소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유럽파들의 장거리 이동이 또 불가피해졌다는 점 역시 반가운 일은 아니다. 손흥민의 경우 UEFA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이달 말부터 그야말로 '강행군'을 치러야 한다. 오는 29일부터 21일 간 무려 7경기를 치른 뒤 귀국해 A매치 2연전을 치르고 다시 출국하는 일정이다. 김민재 등 다른 유럽파들도 피로도 등에 따른 부상 우려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가뜩이나 겨울에 열리는 낯선 월드컵 일정 탓에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 협회 스스로 위험을 초래하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국내 평가전을 감수할 정도로 코스타리카와 카메룬 모두 큰 의미가 있는 평가전 상대라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 코스타리카(34위)와 카메룬(38위)은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국 가운데 한국(28위)보다 FIFA 랭킹이 낮은 '몇 안 되는' 팀들이다. 더구나 코스타리카는 한국의 월드컵 본선 상대와는 무관한 북중미 팀이기도 하다. 월드컵을 앞두고 최정예를 소집해 치르는 '마지막 모의고사' 상대로 과연 적절한 상대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른 팀들이 오직 월드컵을 바라보고 9월 평가전에 심혈을 기울일 때, 유일하게 축구협회만 '역행'을 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image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기자 프로필
김명석 | clear@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명석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