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미혼모 죄 아냐"..2022 화두 '결혼 지옥'·'고딩엄빠'[문바세]

[문화콘텐츠가 바꾸는 세상]-②예능이 바꾸는 세상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2.08.31 10:00 / 조회 : 2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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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MBN


[창간기획] '관찰 예능' 속 이혼, 재혼, 미혼모..한국사회에 담론 제시

문화 콘텐츠가 지닌 파급력과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때로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2020년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한국 사회의 부의 양극화를 꼬집은 영화 속 반지하는 저소득층 주거 환경을 상징하는 공간적 배경이 됐다. 정부는 당시 '기생충' 흥행을 계기로 주거 복지를 위한 반지하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계획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침수 피해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현실 속 반지하는 더 참혹하고 참담했다.

올해 대박을 터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천재 변호사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따뜻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영우 같은 능력을 지닌 자폐인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현실과 괴리감이 크다는 한계점도 드러냈다.

콘텐츠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시대의 흐름은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스타뉴스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세상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거나 받아들인 콘텐츠에 대해 짚어보고,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K-팝, K-드라마, K-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사회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찾아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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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스타뉴스가 창간한 2004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사회 문화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TV 리얼 관찰 예능이 수반하는 사회현상이 적나라해졌다. 특히 올해 큰 반향을 일으킨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이하 '결혼 지옥')과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이하 '우이혼'), MBN '돌싱글즈', '고딩엄빠'가 담은 대한민국의 현실, 사회적 영향력을 알아본다.

2004년만 해도 모름지기 가정의 형태는 '부, 모, 자녀'로서만 갖춰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셌다. 그러나 지금은 결혼만큼 이혼도 충분한 선택사항이 됐으며, 싱글맘, 싱글대디도 당당하게 자신의 상황을 밝힐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미성년자 부모'에 대한 시선도 과거 비난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에 비해 현재는 동정과 현실적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더 많아졌다.

대한민국 역사 속에선 짧은 20년이지만, 근래 이 기간에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이 급격히 바뀌어 어떠한 가정 형태도 이해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가 정착됐다. 피상적 통계 수치만 보면 국내 가정 형태 변화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10년간 국내 이혼 건수는 10만 건을 그대로 웃돌았고, 다만 혼인 건수가 32만 건에서 19만 건으로 줄어 혼인 대비 이혼율이 50%로 높아졌다. (이하 통계청 자료 기준)

2020년 15~19세 국내 미성년자의 출생 건수는 907건으로 10년 전 2011년의 2979건에 비해 3분의 1가량 줄었고, 청소년 미혼모, 미혼부 수도 2015년 350명, 84명에서 2021년 176명, 0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고딩엄빠'에선 2020년 기준 청소년 첫 성관계 경험 나이가 평균 13.6세이고, 피임하지 않아 임신중절을 하는 비율이 높다고 밝혔다. 국내 예능들이 암(暗)에 숨은 '진짜 사회현상'을 고발하는 시사 프로그램의 역할도 하는 것이다.

어떤 현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그걸 공론화시키는 빈도가 중요해 보인다. 심오함이 늘 저변에 있을지언정 담론을 제시하는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예능이 '관찰 리얼'을 추구한 것은 곧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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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N


올해 핫한 관찰 예능으로 '결혼 지옥'과 '우이혼', '돌싱글즈', '고딩엄빠'가 꼽힌다. 이 프로그램 모두 각자 다른 가족의 상황을 집중 조명하고 분열에서 화합으로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틀이다. 자극적인 그림이 담기기도 했지만 그만큼 현실적이기도 했다. '결혼 지옥'은 육아, 돈, 성격 차이, 고부갈등, 섹스리스, 대화 단절, 신혼과 황혼 갈등 등 부부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를 다뤘다.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 이후 아직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에 있는 부부도 있었지만 많은 부부가 평화를 찾기 위해 다시 한번 노력했다.

'우이혼'은 이미 이혼한 전 부부 일라이와 지연수, 나한일과 유혜영, 조성민과 장가현의 재회와 재결합을 기원했다. '돌싱글즈'도 이혼하고 돌아온 싱글들이 모여 그들끼리의 새 출발을 응원했다. '우이혼'은 나한일과 유혜영의 재결합 은혼식, '돌싱글즈'는 윤남기와 이다은의 재혼을 성사했다. 이혼남녀도 얼마든지 자신의 사랑을 솔직하게 표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고딩엄빠'는 청소년 부모, 미성년자 임신과 출산, 미혼모의 실태를 알리고 사회적 편견, 국가적 지원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로 청소년 미혼모의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는데, '고딩엄빠'가 전파한 영향으로 국가는 지난 7월부터 3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 중위소득 60% 이하의 청소년 부모 가구에 양육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들 예능의 목적은 어쨌든 '행복 추구'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분열을 최소화하고 최대한의 기쁨을 누리자는 것. 리얼 예능의 꾸준한 인기로 사회적 제도와 인식은 그래도 차츰 변화하고 있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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