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T 선발 투수 고영표-소형준-엄상백(왼쪽부터)./사진=OSEN |
KT는 올 시즌 외국인 투수 공백으로 힘든 초반을 보냈다. 에이스가 그랬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이끈 윌리엄 쿠에바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2경기밖에 뛰지 못하고 방출됐다.
쿠에바스는 2019년 입단해 2년 연속 두자릿 승수를 거둔 투수다. 2019년 한국 무대 첫 해 13승, 2년차인 2020년 10승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9승에 머물렀지만 기록에 포함되지 않은 삼성과 타이브레이커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로 승리 투수가 돼 10승을 채웠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있다. 2020년 KT 유니폼을 입은 데스파이네는 나흘 휴식 후 등판이라는 루틴 속에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15승, 13승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는 구위가 떨어지면서 8승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KT는 큰 업적을 달성했다. 외국인 투수가 부진한 사이 토종 선발 투수들이 모두 제 몫을 해준 것이다. 10승 투수가 3명이나 나왔다. 먼저 토종 원투 펀치 고영표와 소형준은 꾸준했다. 고영표는 8월 5일 한화전에서 10승 고지를 밟았고, 소형준은 더 빨랐다. 고영표보다 무려 약 한 달이나 빠른 7월 9일 롯데전에서 10승을 수확했다.
남은 퍼즐은 엄상백이었다. 시즌 시작은 선발이 아닌 불펜이었다. 그러다 쿠에바스의 부상으로 잠시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고, 그렇게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마당쇠 역할을 했다.
본격적인 선발 기회는 8월부터였다. 그 전까지 6승(선발 5승+구원 1승) 3패를 기록 중이었던 엄상백은 배제성의 부진으로 본격적으로 5선발 자리를 맡았다. 이후 9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무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 2.67로 한층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7차례 작성했고, 그 중 한 번은 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였다.
이렇게 엄상백은 지난 25일 NC전에서 6이닝 1안타 4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시즌 10승째를 거뒀다.
올시즌 10승 투수를 3명 배출한 팀은 1, 2위인 SSG, LG와 KT밖에 없다. 하지만 SSG와 LG는 모두 외국인 투수가 껴있다. 토종 투수만 3명이 10승 이상을 거둔 팀은 KT가 유일하다. 한 팀에서 국내 투수 3명이 10승을 거둔 것은 2018년 두산이 마지막이다. 그 해 두산은 이용찬(15승), 유희관·이영하(이상 10승)가 나란히 두자릿 승수를 거뒀다. 물론 외국인 투수들도 잘했다. 세스 후랭코프(18승), 조쉬 린드블럼(15승)이 있었다. 4년 만에 KT가 토종 10승 트리오를 배출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쿠에바스의 대체 선수로 온 웨스 벤자민까지 더해 5명의 선발 투수들이 모두 두 자릿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벤자민은 15경기에 등판해 3승 4패 평균자책점 2.63을 기록 중이다. 승운이 따르지 않고는 있지만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좋다. 퀄리티스타트도 벌써 10번을 채웠다. 고영표가 21번으로 가장 많고, 소형준 17번, 데스파이네 11번, 엄상백과 벤자민이 나란히 10차례를 기록했다.
비록 정규시즌 1위를 지키지는 못했지만 마운드에서만큼은 유의미한 기록들을 세우고 있다. 확실히 선발 왕국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 |
KT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웨스 벤자민(오른쪽)./사진=OS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