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이대호가 유일' 이정후, KBO 2번째 타격 5관왕 사실상 확정

이정후./사진=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아버지 이종범(52)도 이루지 못한 타격 5관왕 수상을 눈앞에 뒀다.

이정후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5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키움은 선발 안우진의 7이닝 무실점 호투와 송성문의 선제 투런포 활약 등에 힘입어 5-1로 승리했다.


이날 이정후에게는 유독 운이 따르지 않았다. 6회초 무사 1루에서 친 타구가 중견수 정수빈의 다이빙 캐치에 잡힌 것이 대표적이었다. 5번의 타석 중 4번을 외야로 공을 보냈으나, 모두 상대 야수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그 탓에 타격 부문 타이틀 경쟁자 호세 피렐라(33·삼성 라이온즈)에게 최다 안타 부문 공동 1위를 허용할 뻔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 피렐라는 대구 SSG 랜더스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에 그쳤고 결국 이정후는 최다 안타 타이틀을 지켜냈다.

이정후의 2022시즌 최종 성적은 142경기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85득점 5도루,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 OPS 0.996이 되면서 사실상 타격 5관왕 달성을 눈앞에 뒀다. 최다 안타, 타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 부문 1위다. 아직 KT 위즈가 2경기,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가 각각 1경기가 남아있어 확정은 아니다. 그러나 타점 부문에서 김현수(34·LG)가 9타점 이상, 장타율 부문에서 박병호(36·KT)가 5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지 않는 이상 이정후의 타격 5관왕은 확정된다.

만약 타격 5관왕을 확정할 경우 2010년 타격 7관왕(최다 안타, 타점, 득점, 홈런, 타율, 출루율, 장타율)을 이뤄냈던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 이후 KBO 역대 두 번째 타격 5관왕이 된다. 현재 KBO 규정으로 타격 5관왕을 달성한 선수는 총 5명이 있었다. 1982년 백인천(최다 안타, 득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 1991년 장종훈(최다 안타, 득점, 홈런, 타점, 장타율), 1994년 이종범(최다 안타, 득점, 도루, 타율, 출루율), 1999년 이승엽(득점,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 2010년 이대호가 그들이다. 하지만 최고 장타율상이 1984년, 최다 안타상이 1990년, 최다 득점상이 2000년에 신설된 탓에 공식적으로 5관왕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2010년 이대호뿐이다.


비록 커리어 첫 OPS(출루율+장타율) 1.0에 실패한 것이 아쉽지만, 이정후의 타격 5관왕은 경쟁자들에 비해 쉽지 않은 조건에서 해낸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이정후는 시즌 내내 팀 타율 9위(0.252) 타선에서 고군분투했다. 야시엘 푸이그(30) 외에 출루한 그를 불러들일 타자가 부족해 리그 1위의 출루율에도 많은 득점(리그 6위)을 기록하지 못했다. 타점 역시 경쟁자 피렐라에 비해 득점권 타석이 26회 적었음에도 득점권 타율(0.387) 리그 1위를 기록하며 타점 1위를 수성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이정후에게 홈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깬 것이다. 이정후는 2020년 15홈런을 제외하고 지난 5년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어 한계를 지적받았다. 그러나 올해 23홈런(리그 공동 5위)으로 개인 첫 20홈런을 돌파하면서 홈런 타자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처럼 뛰어난 타격으로 시즌 전 하위권으로 예상되던 키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으면서 이정후는 개인 첫 MVP 수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올해 이정후가 MVP를 수상한다면 지난해 세계 최초 부자 타격왕에 이어 KBO리그 최초 부자 MVP에 오르게 된다. 공교롭게 아버지 이종범도 올해 이정후와 같은 24세 시즌에 첫 MVP를 수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