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 너무 큰 티찰라의 그림자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2.11.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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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어떨 때는 현실이 영화를 앞서간다. 그러면 다시 영화는 앞서 간 현실을 담는다.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는 앞서 간 현실을 영화에 반영해 영화가 줄 수 있는 감정 그 이상을 전달한다. 와칸다 포에버.

와칸다 국왕이자 수호자 블랙팬서인 티찰라가 죽었다. 와칸다는 슬픔에 잠긴다. 그로부터 1년. 티찰라의 동생인 슈리는 오빠의 죽음에서 도망치려는 듯 열심히 일만 한다. 블랙팬서가 없다는 소식에 와칸다는 수많은 강대국으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세상에 그들만이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비브라늄을 너도나도 원한다. 아들의 죽음으로 다시 왕으로 즉위한 라몬다는 괴롭고 외롭다.


그러던 중 와칸다에 뜻밖의 방문자가 찾아온다. 깊은 해저에서 비밀을 간직하며 살고 있는 수중왕국 탈로칸의 최강전사이자 국왕인 네이머가 온 것. 국민들에겐 깃털 달린 뱀신이라는 뜻의 쿠쿨칸이라 불리는 네이머는, 와칸다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세계가 우리를 불태우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세계를 불태우자는 것.

과연 블랙팬서가 없는 와칸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영화는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는 티찰라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마블은 티찰라 역을 맡았던 채드윅 보스먼이 2020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새로운 티찰라를 캐스팅하지 않았다. 그대로 그의 죽음을 영화에 녹였다. 마블영화의 상징인 오프닝 로고는, 이번에는 온전히 티찰라의 블랙팬서를 기리는 데 쓰인다.


전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를 블랙팬서 티찰라를, 채드윅 보스먼을 온전히 떠나보는데 중점을 맞췄다. 티찰라를 잃은 상실감이 영화 전반부를 지배한다면 후반부의 새로운 블랙팬서 탄생 역시 티찰라의 의지를 계승하는 데 온전히 활용한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마저 용서하는 고결한 영웅 티찰라. 그 고결한 정신을 이을 것인지, 복수로 세상을 불태울 것인지를 선택하게 한다. 그렇게 의지가 이어지고, 다시 생명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블이 티찰라를, 채드윅 보스먼을 떠나보내는 이 방식은 매우 적확하고 매우 감동적이다.

'블랙팬서'는 백인들에게 노예로 끌려와 끔찍한 인종차별을 겪어온 흑인들의 이야기가 주요 배경 중 하나였다. 현실을 영화 속에 담았다. 그리하여 '블랙팬서'는 단순한 슈퍼히어로영화가 아니라 흑인들의 슈퍼히어로영화가 됐다.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에는 백인들의 침략으로 희생당한 중남미 문명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코믹스에서 네이머가 고대 아틀란티스의 후예로 그려졌던 것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네이머가 백인들의 침략으로 희생당한 중남미 문명의 후예로 그려진다. 그리하여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는 전편에 이어 강대국 백인의 욕심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잇는다. 현실을 영화에 담았다. 단 이 영화의 주제가 티찰라의 의지를 잇는 블랙팬서의 계승인 만큼, 약자의 갈등과 연대도 티찰라의 방식을 택한다.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의 액션은 즐겁고 아쉽다. 새로운 히어로 아이언하트의 등장을 일찌감치 예고했던 터. 차세대 슈트 전사들의 활약, 와칸다 전사들과 탈로칸 전사들의 대결이 볼만하다. 아쉬운 건, 채드윅 보스먼이 연기한 티찰라 만큼 영화 전체를 이끄는 카리스마와 호쾌한 액션이 없다는 점이다. 그의 그림자가 너무 크다. 안타고니스트로 등장한 네이머가 딱히 매력적이지도, 딱히 막강하지도 않은 탓도 크다. 새로운 블랙팬서의 액션도 두드러지진 않는다. 대신 와칸다와 탈로칸, 각각의 왕국에서 뛰어난 여전사들이 눈부시게 활약하는 재미가 볼만 하다.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는 슈리 역의 레티티아 라이트, 와칸다 국왕 라몬다 역의 안젤라 바셋, 티찰라의 연인이자 최고의 스파이 나키아 역의 루피타 뇽, 와칸다 장군 오코예 역의 다나이 구리라, 아이언하트 역의 도미니크 손 등 흑인 여배우들이 주요 서사를 이끈다. 소모되지 않고 각각의 서사와 활약으로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음악은 전편에 이어 매우 좋다.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는 티찰라의 그림자가 너무 크기에, 다음 블랙팬서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피할 수 없다. 이는 마블 페이즈4의 숙제이기도 하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블랙팬서 티찰라의 빈 자리를 새로운 슈퍼히어로들이, 어린 슈퍼히어로들이 어떻게 대신할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11월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러닝타임이 161분으로 길다. 쿠키영상은 하나다. 본편과 연계된다. 마블은 다음 편을 소개하는 엔딩 크레딧 이후의 쿠키영상은 이번에는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하는 영화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넣기 않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추신2. 한국 관객에게 수중왕국 탈로칸과 네이머는 무한도전으로 기억될 듯 하다. 그러고 보면 네이머 역의 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와 노홍철이 닮긴 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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