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시벨', 장르적 아쉬움 덮는 묵직함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11.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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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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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벨 / 사진=영화 스틸컷
폭탄도, 배우들의 연기력과 시너지도 말 그대로 '폭발'한다. 재난 영화로서는 다소 아쉽지만, 그 이상의 묵직함을 안기는 '데시벨'이다.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면 폭발하는 특수 폭탄을 설계한 범인과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이 벌이는 테러 액션 영화. 영화는 림팩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던 평화롭고, 끈끈한 전우애를 가진 해군들이 있는 잠수함의 내부를 보여주며 시작하더니 곧바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거대한 굉음과 함께 단독 주택이 폭발하고, 해당 뉴스를 지켜보던 전직 해군 부함장 강도영(김래원 분)에게 의문의 전화가 걸려 온다. 소음이 커지면 터지는 폭탄이 축구 경기장에 설치돼 있다는 것. 그는 폭발된 단독 주택에 있던 동료 장교의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폭발을 막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이유도 장소도 알 수 없는 테러 예고를 듣게 된 강도영의 선택과 행동에 폭탄의 폭발 여부가 달린 상황. 폭탄 설계자의 철저한 감시 아래, 누군가에게 상황을 알릴 수도 없는 궁지에 몰린 그는 온종일 도심을 누비며 테러를 막기 위한 극한의 고군분투로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강도영은 도대체 왜, 테러의 타깃이 된 것일까.

'데시벨'은 주변의 소음이 일정 데시벨을 넘어가면 폭발까지 남은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거나 터지도록 설계된 '소음 반응 폭탄'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주인공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하다고 보기 어렵다.


폭탄이라는 소재 자체가 주는 긴장감은 있지만 영화 속에서 왜 소리에 집중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폭발 장면은 새롭기는커녕 기시감이 짙다. 축구장부터 놀이터, 워터파크까지 꽤 다양한 장소를 활용했지만, 폭탄을 찾고, 폭발을 막는 전개가 반복되며 다소 지루함이 느껴진다. 장르적인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는 관객들은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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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벨 / 사진=영화 스틸컷
그러나 '데시벨'은 '왜'에 집중해야 하는 영화다. 강도영은 현재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으면서도 왜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지, 폭탄 설계자인 전직 해군 대위(이종석 분)가 왜 폭탄을 설치했는지, 또 왜 강도영을 테러의 타깃으로 설정했는지에 집중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깊은 곳에 묻혀있던 이야기가 서서히 베일을 벗는다.

이들이 있었던 잠수함이 정체 모를 어뢰에 피격된 사연, 모 아니면 도인 선택의 기로. 그 필사의 작전이 모두의 운명을 바꿔놓는 과정과 감춰진 진실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처한 현실과 연결되며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김래원, 이종석을 중심으로 한 배우들의 열연이 극에 힘을 더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김래원은 테러 앞에서 고군분투를 펼치는 인물의 내면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미스터리한 모습까지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러닝타임 내내 뛰고 구르는 김래원은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이종석은 단순한 '테러범'이 아닌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과거와 현재, 선과 악을 넘나드는 그는 역시 스크린을 압도한다. 또한 이종석과 해군 잠수함 음향 탐지 부사관 역을 맡은 차은우의 투샷이 신선한데, 스크린에서 보는 차은우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외모 천재'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소리로 유도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데시벨'의 외침은 관객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오는 16일 개봉.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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