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점 리드서도 '버럭'한 전희철 감독, SK의 뒷심을 다시 불러왔다

창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2.11.14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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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창원 LG와 서울 SK의 경기에서 SK 전희철 감독(가운데)이 작전타임 선수들에게 작전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연패를 탈출하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프로농구 서울 SK. 그러나 사령탑은 크게 앞선 상황에서도 선수들의 긴장을 촉구했다.

SK는 13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창원 LG와 원정경기에서 90-65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SK는 2연패에서 벗어나며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SK는 그 위용을 최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MVP 최준용(28)이 시즌 준비 과정에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아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캡틴 최부경(33)마저 허리 통증으로 인해 2경기를 결장했다. 이에 김선형(34)이나 허일영(37), 자밀 워니(28)의 부담이 커졌다.

이에 전희철(49) 감독은 워니를 제외한 베스트5를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했다. 경기 후반에 집중하기 위한 변칙 라인업이었다. 여기에 체력 안배를 위해 수비 전략도 다르게 가져갔다. 전 감독은 "우리가 준비한 수비가 활동량이 많다. 그래서 선수들이 지치는 것 같다"며 "템포를 조절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1쿼터를 22-22 동점으로 마감한 SK는 2쿼터부터 조금씩 경기력에서 우위를 보이기 시작했다. 주전 선수들이 투입된 후 최부경과 김선형이 공격에서 좋은 모습으로 활약했다. SK는 전반을 50-36으로 마쳤다.


3쿼터에서도 계속 달아나던 SK는 한때 23점 차를 만들었다. 그러나 쿼터 후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LG에 연속 7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18점 앞선 상황, 전 감독이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벤치로 선수들을 불러모은 전 감독은 불같이 화를 냈다. 경기 전 주문했던 '템포 조절'이 아닌, 느슨한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었다. 경기 분위기가 넘어갈 상황은 아니었지만, 전 감독은 따끔한 충고를 이어갔다.

전 감독의 이같은 쓴소리는 이유가 있었다. SK는 6일 수원 KT전(74-76 패)과 10일 고양 캐롯전(92-102 패)에서 모두 4쿼터에 무너지는 장면을 보여줬다. KT전에서는 16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대역전패를 당했고, 캐롯을 만나서도 동점에서 4쿼터를 시작하고도 경기를 내줬다. 비록 큰 점수 차로 이기고는 있었지만 이런 모습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사령탑의 말이 도움이 됐을까, SK는 마의 4쿼터에서도 20-15를 기록하며 LG를 눌렀다. 3쿼터에 4개를 기록했던 턴오버도 1개로 줄었다. 점수 차를 벌리면서 막판에는 주전 선수들을 벤치에 앉히는 여유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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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전희철 감독. /사진=KBL 제공
게임 종료 후 전 감독은 3쿼터 상황에 대해 "굳이 타임을 안 불러도 되는 시점이었지만 경각심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패배할 때도 지친 부분도 있지만 이해 못하는 턴오버가 있었다"며 "오늘 게임으로서 분위기를 잡고 싶어서 쓴소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감독은 "20점 이상 벌어지면 안일한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게임 리듬을 조율해달라는 거였지 행동 자체를 느긋하게 하라는 건 아니었다. 방심한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가 미워서 그러는 건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 감독은 평소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며 팀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경기나 훈련 도중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는 따끔하게 지적한다. 지난 시즌 작전타임에서 보여준 "게임을 하다 져야 할 것 아니야", "나가면 뭐 할 거야" 등 이른바 '전희철 극대노' 장면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채찍만 내세우는 건 아니다. 전 감독은 "들어간 선수들이 다 잘해줬다. 나무랄 것 없는 경기였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져도 선수들 탓하지 않는다. 경기 조율은 감독이 하는 게 맞다"며 연패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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