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 '하류 인생'에서 탄생한 '나쁜년' [안윤지의 돋보기]

안윤지 기자 / 입력 : 2022.11.20 06:30 / 조회 : 2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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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비가 18일 오전 서울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진행된 첫 정규앨범 '로우라이프 프린세스-누아르'(Lowlife Princess-Noir) 발매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1.18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스스로 아픔을 자처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고통과 분노 속에 연민과 위태로움이 숨겨져 있는 명곡이 탄생했다.

비비는 지난 18일 정규 1집 앨범 '로우라이프 프린세스-느와르'(Lowlife Princess-Noir)를 발매했다. '로우라이프 프린세스-느와르'는 비비가 전곡 작곡·작사한 앨범으로, 발칙한 상상 속 검은 신세계를 그려낸다. 앞서 선공개된 '가면무도회', '모토스피드 24시', '불륜'을 포함해 총 12곡이 수록돼 있다. 타이틀은 '철학보다 무서운 건 비비의 총알', '나쁜년', '가면무도회', '조또'로 총 4곡이다. 4곡 모두 다른 장르와 분위기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데뷔 초반, 비비는 '비누', '나비' 등 편안한 음악을 주로 해왔다. 경연 프로그램 출연 당시에도 가장 주목을 끌었던 건 김광석 '편지' 리메이크 버전이었으며 캐릭터 펭수와 함께한 '펭수로 하겠습니다'로 귀여운 이미지를 보였다.이랬던 비비의 스펙트럼을 넓힌 곡은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다. 이는 유혹과 도박의 위험성을 주제로 둔 만큼, 가사와 뮤직비디오 자체도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이 곡은 높은 수위 때문에 대중적인 흥행엔 실패했으나 비비의 정체성을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이후 발매된 곡들 역시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와 비슷한 방향성이다. '쉬가릿', '인생은 나쁜X', '배드 새드 앤드 매드'(BAD SAD AND MAD), '더 위켄드'(The Weekand)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상처 받을 수 있는, 혹은 성(性) 문제에서 반드시 알아가야 할 것들을 알려주며 깊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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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필굿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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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필굿뮤직
그의 세계관이 폭발한 듯한 앨범이 바로 '로우라이프 프린세스-느와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오금지란 캐릭터다. '나쁜년'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오금지는 야생적으로 자라난 인물이다. 비비는 "매우 어릴 때 다리 밑에서 버려져서 자란 사람이다. 사랑받고자 뭔갈 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엔 사람들에게 '나쁜 년이다'란 말밖에 못 듣는 슬픈 사람이다"라며 "'년'은 여자를 지칭하고자 했던 말이 아니다. 내가 나쁜 년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런 주제 의식처럼 '나쁜년'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다른 곡들과 다르게 실제로 나쁜 사람이 되겠다는 듯, "나쁜X"이란 가사 자체를 짓눌러서 발음해 직접적인 그의 분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이 곡은 앨범 초반에 수록되어 앨범 트랙리스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나쁜년' 다음에 수록된 곡은 '가면무도회'다. 이미 선공개됐던 '가면무도회'는 뮤직비디오 만으로도 심오하고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 곡이 '나쁜년'과 어우러지자 색다른 느낌을 낸다. 오금지가 과연 '나쁜X'이 돼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그의 인생을 찬찬히 그려가고 있다.

'러브홀릭스 행오버'(Loveholic's hangover) 부터 '로우라이프 프린세스' 등 수록곡을 지나면 네 번째 타이틀곡인 '조또'를 만날 수 있다. '조또'가 이 앨범에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점은 여러 장르가 혼합돼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R&B 팝 장르와 재즈풍이 섞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나른한 비비의 목소리가 가장 어울리는 곡으로, 중독성이 강하다. 또한 곡 후반부에 펼쳐지는 음악은 듣는 이로부터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한다. 분노로 가득찼던 비비 역시 '조또'를 통해 훌훌 털어버린 듯 싶다.

비비는 "이번엔 수위가 높지만 다음 앨범에선 사랑스러운 곡을 가져온다.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곡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분노와 고통을 덜어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신보가 '하류'로 정의됐다면, 그의 말대로 '상류'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 추천 곡 : 비비 '조또'

나른한 비비의 목소리와 매력적인 멜로디가 환상적이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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