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잃은 벤투호' 포르투갈전 라커룸도 못 들어간다 [월드컵 현장]

알라이얀(카타르)=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11.29 11:31 / 조회 :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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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오른쪽) 감독이 28일(현지시간) 가나와 경기에서 2-3으로 패한 뒤 주심에게 항의하던 과정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알라이얀(카타르)=김명석 기자]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가나전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경기가 끝난 뒤 기술지역을 벗어나 주심에게 항의했다는 이유에서다. 손흥민(30·토트넘)과 이강인(21·마요르카) 등 선수들도 분노를 참지 못한 상황이긴 했으나, 사령탑인 벤투 감독마저 냉정함을 잃으면서 퇴장을 받았다. 순간을 참지 못한 벤투 감독은 16강 운명이 걸린 최종전 벤치 착석은 물론 라커룸도 출입할 수 없다.

벤투 감독은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종료 후 앤서니 타일러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았다. 월드컵 본선에서 감독이 퇴장을 받은 사례는 벤투 감독이 처음이다. 주심의 카드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적용된다.

상황은 이랬다. 한국이 2-3으로 뒤지고 있던 후반 추가시간 막판이었다. 권경원(30·감바오사카)의 중거리 슈팅이 상대 수비수에 맞고 굴절돼 코너킥으로 연결됐다. 추가시간이 거의 흐른 시점이긴 했으나 앞서 가나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져 추가시간이 지체된 만큼 당연히 코너킥 기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타일러 주심은 한국의 마지막 코너킥 기회를 주지 않고 그대로 종료 휘슬을 불었다. 당연히 선수들은 분노했다. 추가시간이 약간 지났더라도 지고 있는 팀의 세트피스 기회까지는 주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동점골을 위한 한국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던 시점이었다. 미국 매체 더컴백도 "마지막 코너킥을 얻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그 누구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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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2-3으로 패한 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주심에게 어필하다 퇴장을 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벤투 감독도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했다는 점이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곧장 타일러 주심에게 달려가 상황에 대해 거칠게 항의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벤투 감독의 표정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결국 주심은 벤투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제축구평의회 규정에 따르면 코칭스태프가 기술지역을 벗어나 주심에게 항의하는 건 퇴장 사유다.

당시 상황만 놓고 보면 벤투 감독의 분노는 당연했다. 대신 퇴장 사유가 된다는 사실을 벤투 감독이 몰랐을 리 없었다. 타일러 주심이 레드카드를 곧잘 꺼내드는 성향이라는 점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이미 경기가 끝난 시점, 주심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없는 시점에서 그라운드까지 뛰어 들어가 격분한 건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분노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더 중요한 다음 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퇴장을 감수하면서까지 항의하는 건 득은 없고 실만 있었다.

실제 그 여파는 경기 직후 기자회견부터 시작됐다. 레드카드를 받은 벤투 감독은 징계의 일환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고, 대신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벤투 감독은 내달 2일 자정 열리는 포르투갈전에는 아예 벤치에 앉지 못하고, 라커룸 출입마저 금지된다.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항해를 선장 없이 치러야 하는 셈이다.

벤투 감독이 평소 경기마다 벤치 앞에서 선수들에게 자주 주문을 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사령탑의 부재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자기기 등을 통한 벤치와의 소통도 불가능한 만큼 경기 상황 대처에 벤투 감독의 의중이 포함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벤투 감독 퇴장의 후폭풍이다.

세르지우 수석코치는 "주심이 마지막 기회를 박탈했기 때문에 벤투 감독이 대응을 했다. 정당하게 항의할 수 있었는데 주심이 과하게 반응했다. 부적절한 발언은 전혀 없었다"면서 "벤투 감독이 벤치에 앉을 수는 없어도 계속 똑같은 수준으로 준비할 것이다. 우리에겐 손실이겠지만 더 단결해 아주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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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왼쪽) 감독과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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