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똑같은 방향으로 준비" SON도 인정, 감독 교체 없는 '연속성의 힘' [벤투호 결산②]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12.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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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1월 15일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피치5에서 진행된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벤투호의 카타르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역대 세 번째 월드컵 16강이자 12년 만의 두 번째 원정 16강이라는 역사를 썼다. 사상 처음으로 감독 교체 없이 오롯이 4년을 준비한 벤투호는 연이은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세계적인 강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선보이며 감동적인 성과를 냈다. 손흥민(30·토트넘) 이후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스타들도 등장했다. 스타뉴스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이번 월드컵을 3회에 걸쳐 결산한다. /스포츠국

① 부상·심판·퇴장... 악재 또 악재, 그래서 더 감동적이었다


② "4년간 똑같은 방향으로 준비" SON도 인정, 감독 교체 없는 '연속성의 힘'

"이전 월드컵들은 준비할 시간이 짧았잖아요. 이번에는 느낌이 다릅니다."

개인 세 번째 월드컵 출전을 앞둔 올해 초, 김영권(32·울산현대)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대표팀 감독과 함께 오롯이 4년을 준비한 것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그는 지난 1월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전 월드컵들은 감독님이 갑자기 바뀌면서 준비할 시간이 짧았다"며 "두 월드컵(2014·2018년) 모두 급하게 준비한 뒤 나서야 했다면, 이번엔 다르다. 몇 년 간 꾸준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함께 고생해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이른바 '파리 목숨'으로 비유됐다. 월드컵을 마치고 새로운 사이클에 접어든 뒤 예선이나 평가전을 거치면서 감독 교체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는 조광래(68) 감독으로 시작해 최강희(63) 감독을 거쳐 월드컵 1년을 앞두고 홍명보(53)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2018년 러시아 대회도 울리 슈틸리케(68·독일) 체제에서 시작해 월드컵 불과 1년 전 신태용(52) 감독이 소방수로 나섰다. 이같은 잦은 감독 교체, 특히 월드컵을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이뤄진 변화는 대표팀 구성이나 전술 등에 악영향만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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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8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파울루 벤투(가운데)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카타르 월드컵이 특히 주목을 받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감독 교체 없이 준비한 첫 월드컵이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8년 8월 부임해 월드컵 본선까지 이끈 첫 사령탑이 됐다. 감독 교체로 인한 혼란이 없다는 건 선수들에게는 더없는 자신감과 안정감 속에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자신감은 비단 김영권뿐만 아니었다. 정우영(33·알사드)은 "지난 월드컵과 비교해 4년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이 아주 훨씬 큰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 조직적으로 선수들이 한 팀이 돼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사실 지난 월드컵은 쫓기듯이 치렀다"고 말했다. 송민규(23·전북)도 "4년간 감독님 전술을 소화하면서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분명히 잘 되리라 생각했다"고 자신했다.

벤투 감독은 4년간 그야말로 뚝심 있게 대표팀을 이끌었다. 강력한 전방 압박과 최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공격을 풀어가는 이른바 빌드업 축구를 대표팀에 차근차근 심었다. 전술 유연성의 부족, 보수적인 선수 선발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 탈락이나 한일전 잇따른 0-3 패배 등 벼랑 끝에 몰린 적도 있었지만 벤투 감독과 선수들은 월드컵 무대만을 바라보고 묵묵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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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전 승리로 16강에 진출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상 처음으로 4년을 넘게 준비한 결전의 무대. 일찌감치 탈락할 것이라던 일부 비판적인 시선을 벤투호는 보란 듯이 깨트렸다. 첫 경기부터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대등하게 싸우는 등 그동안 준비한 축구를 월드컵 무대에서 선보였다.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단 9%에 불과했던 16강 진출 확률을 뚫고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기적을 쏘아 올렸다. 앞선 월드컵들과 달리 세계적인 팀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모습에 박수가 쏟아졌다.

단순히 12년 만의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만 얻은 게 아니었다. 4년 전 러시아 대회와 비교해 한국의 볼 점유율은 11%p 늘었고, 패스 횟수나 파이널 서드 진입, 슈팅 수 등 각종 지표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오랫동안 준비한 벤투호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서의 경쟁력으로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벤투 감독이 증명한 연속성의 힘은 한국 축구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충분한 기간, 그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준비된 한국 축구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팀들과도 대등하게 경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한국 축구도 월드컵 무대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물론 핵심적인 요소는 선수들이 믿고 따를 만한 전술 철학을 가진 사령탑이 있었다는 점이다. 외부의 비판적인 시선과 달리 4년 내내 '벤투 축구'를 향한 선수들의 신뢰가 매우 굳건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장 손흥민은 "4년 동안 틀림없이 똑같은 방향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이런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벤투 감독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 대한축구협회가 가장 신중하게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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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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