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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해란. /사진=한국배구연맹 |
배구 여제 김연경(34)도 김해란(38·이상 흥국생명)의 투혼에는 칭찬밖에 할 말이 없었다.
흥국생명은 1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에 세트 스코어 3-1(25-14, 19-25, 25-23, 25-13)로 승리했다.
직전 경기에서 1~3세트에 고전했던 것처럼 이날도 쉽지 않은 승부였다. 1세트 완승을 이끌었던 세터 김다솔(25)이 2세트 들어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을 겪으면서 흥국생명은 흐름을 내줬다. 하지만 김연경, 김해란, 김미연(29) 등 베테랑들이 3세트 중반부터 힘을 내면서 12-17로 뒤져있던 경기를 25-23으로 뒤집었다.
특히 리베로 김해란은 니아 리드의 오픈 공격을 막아내는 슈퍼 디그를 선보였고 그 공을 김연경이 마무리하면서 삼산체육관은 열광의 도가니탕이 됐다. 이날 김해란은 28개의 디그, 14개의 리시브 정확을 기록하고 73.38%로 높은 리시브 효율을 보여주며 수훈 선수가 됐다.
경기 후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은 "김해란을 칭찬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무릎 부상이 있는데도 팀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 소리 지르며 선수들을 복돋아주고 하는데 그런 부분은 선수들이 많이 본받아야 한다"고 극찬했다.
김해란은 지난 2019~2020시즌을 마치고 한시적으로 은퇴를 선언했었다. 2020년 12월 아들 조하율 군을 출산했고 고심 끝에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코트로 전격 복귀했다. 여느 여성 운동선수들이 그렇듯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출산한 지 1년도 안 돼 복귀한 것은 확실히 무리가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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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해란. /사진=한국배구연맹 |
경기 후 김해란은 "아이를 낳고 지난 시즌 무리한 점이 확실히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체계적으로 재활했고 무릎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시합을 뛰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 선배를 두고 옆에 있던 김다솔과 김연경은 혀를 내둘렀다. 김다솔은 "난 못 그럴 것 같다. 아이 낳고 1년 만에 복귀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우리를 생각하는 것보단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경기 전마다 아들과 영상통화 하면서 힘을 얻고 있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육아를 하면서 본업에 충실한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엄마 파워가 맞다"라고 감탄했다.
김연경도 감탄한 '엄마 파워' 뒤에는 가족들의 응원과 헌신이 있었다. 김해란은 "아이를 낳고 선수로 복귀한다고 했을 때 남편을 포함해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고 응원해줬다. 육아는 친정어머니가 주로 해주신다"면서 "사실 반대는 지금 하고 있다. 집에 가면 걷기가 힘든데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 이젠 그만하면 안 되겠냐는 말을 하신다"고 전했다.
여성 운동 선수에게는 결혼과 출산이 곧 현역 은퇴이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출산은 지금도 많은 여성 운동 선수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정대영(41·한국도로공사), 김해란 등 코트에 복귀한 엄마들이 여자배구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38세 리베로도 출산이 끝이 아님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현역 복귀를 선택했다. 김해란은 "출산 후 현역 복귀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도 도전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돌아오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